요남이 이번에는 같은 질문을 살몬에게 던졌다.
“살몬 님은 여기서 나가시면 뭐 하실 거예요?”
“휴, 그게 걱정이야.
사람들은 내가 공무원 비리 혐의로 들어왔으니까 모아 놓은 재산이 많을 줄 아는데 사실은 빈털터리야.
이럴 줄 알았으면 아내 이름으로 집이라도 한 채 사 놔야 했는데….”
“다시 여기서 근무하실 수는 있나요?”
“특사로 나가도 사면, 복권이 돼야 하는데 몇 년 내에는 어려울 거야.”
사실 그동안 내가 했던 일을 여기 들어와 반대편 처지에서 경험해 보니까 모든 일이 명확히 잘 보여.
다시 간수장을 한다면 간수와 죄수의 입장을 모두 아니까 정말 잘할 수 있을 텐데….”
“살몬 님은 법을 어기기는 했지만, 납품업자에게 뒷돈을 받아 활동비로 쓰는 건 관례였으니 운이 없으신 거지요.”
“응,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만 생각해서 분통이 터졌는데 시간이 좀 지나니까 꼭 그렇지는 않더군….
그러니까 내 말은, 나보다 훨씬 더 억울하게 들어온 사람들이 많다는 거야.
사실과 전혀 달리 누명을 쓴 사람도 있고….”
살몬이 바라바를 슬쩍 보고 계속말을 이어 나갔다.
“죄를 지은 사람이 벌을 받아야 한다면 내가 받아야 하는 벌이 어디 이것뿐이겠나.
법이건 양심이건 살면서 남모르게 어기며 지은 죄가 얼마나 많겠어.
어느 선지자가 ‘허물의 사함을 받고 자신의 죄가 가려진 자는 복이 있도다.’라고 했다는데 무슨 말인지 조금 이해가 되더라고….”
“나도 그 말씀이 참 좋아요.
시의 한 대목인데 다윗왕이 한 말이지요.”
이삭이 주위를 돌아보며 말하더니 자기 사물함에서 양피지 두루마리를 꺼내왔다.
“바라바 님이 여기를 한 번 읽어주세요.
좀 길지만, 천천히 우리 모두 잘 들을 수 있도록….”
이삭이 펼쳐 바라바에게 준 양피지는 오래되어 글씨가 흐린 부분도 있어서 빨리 읽을 수도 없었다.
“*여호와여, 내가 고통 중에 있사오니 내게 은혜를 베푸소서.
내가 근심 때문에 눈과 영혼과 몸이 쇠하였나이다.
내가 모든 대적들 때문에 욕을 당하고 내 이웃에게는 심히 당하니 내 친구가 놀라고 길에서 보는 자가 나를 피하였나이다.
내가 잊어버린 바 됨이 죽은 자를 마음에 두지 아니함 같고 깨진 그릇과 같으니이다.
내가 무리의 비방을 들었으므로 사방이 두려움으로 감싸였나이다.
그들이 나를 치려고 함께 의논할 때에 내 생명을 빼앗기로 꾀하였나이다.
여호와여, 그러하여도 나는 주께 의지하고 말하기를 주는 내 하나님이시라 하였나이다.
나의 앞날이 주의 손에 있사오니 내 원수들과 나를 핍박하는 자들의 손에서 나를 건져주소서.
주의 얼굴을 주의 종에게 비추시고 주의 사랑하심으로 나를 구원하소서”
바라바가 천천히 다 읽고 이삭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실은 바라바 님이 이 방에 들어올 때부터 내 마음 속에 하나님의 음성이 들려왔어요.”
이삭의 말에 바라바가 ‘무슨 말씀인데요?’ 라고 묻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하나님이 우리 바라바 님을 지극히 사랑하신다.’라는 말씀이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생명을 위협받아도 곧 주의 얼굴을 비추시며 바라바 님을 구원하시고 절대로 깨진 그릇처럼 놔두지 않으실 겁니다.”
이 말을 하는 이삭의 얼굴에서 은은한 빛이 나오는 듯 보였고, 바라바의 눈이 촉촉해졌다.
두 마리의 백마가 끄는 호화로운 마차가 샤론 여관 앞에 멈추었다.
근처에서 놀던 어린아이들이 신기한 듯 마차 주변에 몰려왔다.
길거리는 한산했고 여관도 손님이 별로 없는 듯 로비가 조용했다.
사라 일행이 들어오자 호리호리한 젊은이가 카잔에게 다가왔다.
“카잔 아저씨, 안녕하세요? 저 여로함이에요.”
“아, 네가 여로함이구나. 길거리에서 만나면 못 알아보겠네.”
“그럼요. 거의 십 년만인데요.
미갈에게 얘기 듣고 기다리고 있었어요.”
카잔이 그를 미갈의 오빠라고 사라에게 소개했다.
일행이 모두 식당에 들어가서 점심부터 시켰다.
아홉 명이 앉을 수 있는 식탁이 없어서 두 개의 식탁을 종업원이 급히 이어 붙였다.
“여관에 손님이 별로 없네.
경기가 안 좋은가 보다.”
카잔의 말에 여로함이 소리를 낮추었다.
“안 좋은 정도가 아니고 굶어 죽는 사람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어요.”
“아, 그 정도구나. 큰일이네.”
“네. 몇 년 전부터 유대 쪽과 상거래가 완전히 끊기면서 성안에 비축된 식량도 얼마 안 남았나 봐요.”
분위기가 썰렁해졌다.
그러고 보니 아까 마차를 구경하러 오던 아이들의 얼굴이 눈만 크게 보였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미트라교 같은 종교에 점점 더 빠지는구나.
또 여기 대단한 축귀사가 있다던데 이름이 시몬인가?”
“네. 맞아요. 그 사람에 대해 아시나요?”
“아니, 예전부터 이름만 들어보았어.
혹시 미트라교 출신 아닌가?”
“네, 그렇다는 소문이 있어요.”
로벤이 지나가는 종업원을 불렀다.
“우리가 시킨 음식은 곧 나오나요?”
“시간이 조금 걸릴 겁니다. 주방장이 지금 나와서요.”
손님이 음식을 시킨 후에 시장에 가서 재료를 사 오는 듯했다.
“로벤 씨, 우리 마차에 가서 과일 좀 가지고 오세요.
우리는 그거 먹고 떠나는 게 낫겠어요.”
사라가 로벤에게 말하며 카잔의 양해를 구했다.
“물론 시몬이라는 축귀사는 귀신 쫓아내는 게 전문이겠지요?”
누보가 궁금한 듯 여로함에게 물었다.
“네, 귀신의 이름을 귀신같이 알아내서 환자의 몸 밖으로 쫓아버린대요.
그리고 앞으로 그리심 성전이 옛 영광을 되찾을 때 예루살렘 성전이 멸망할 거라고 예언했는데, 돌멩이 하나 안 남기고 무너진다고 하네요.”
“음, 그렇군요. 여하튼 여로함 님이 도와주시면 오반을 잡는 것은 시간문제겠어요.”
누보가 자신 있는 얼굴로 유리를 보고 말했다.
*시편31: 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