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나단은 루브리아와 저녁을 일찍 끝내고 시온호텔을 나와 산헤드린으로 향했다.
그가 만난 여자 중 가장 아름답고 부족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 루브리아가 바라바 때문에 큰 고초를 겪고 있다.
그녀의 눈 치료도 나사렛 예수 외에는 희망이 없다는 것은 충격이었다.
루브리아의 맑은 눈이 앞을 못 본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팠다.
가야바 대제사장은 그의 방에 있었다.
“늦게까지 계시네요. 대제사장님.”
“요나단 제사장이 웬일인가?
오늘 무슨 회의가 있지 않았나?”
“네, 저는 좀 일찍 나왔습니다.”
그 옆에 앉아 있던 덩치 큰 남자가 얼른 일어나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제사장님,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네, 마나헴 님. 안녕하셨어요? ”
마나헴이 무슨 말을 하려는데 가야바가 대신 몸을 의자 뒤로 기대며 설명을 했다.
“그간 마나헴 대장이 열성당의 바라바를 잡는 큰 공을 세웠지.
곧 정식 성전 경비대장으로 승진할 걸세. 이제 한 사람만 더 잡으면 돼.”
“그게 누군가요?”
“나사렛 예수인데 오늘 드디어 성전에 나타났어.”
“아, 네. 그 사람은 폭력 선동을 하지는 않지요?”
“응, 그렇지만 그렇게 부드러운 선동이 더 문제야.
사람들의 마음을 깊은 곳에서 움직이니까.”
“그런가요… 무슨 명분으로 잡나요? ”
가야바의 음험한 눈이 마나헴에게 향했다.
“제가 심어 놓은 사람이 그 옆에서 들었는데 성전이 반드시 허물어진다는 엄청난 발언을 했습니다.
나귀를 타고 들어오면서 그런 말을 했다는데 큰 실수를 한 거지요.”
마나헴이 의기양양한 얼굴로 설명했다.
“그랬군요. 그런 말을 할 사람 같지는 않던데 … 언제 체포할 계획인가요? ”
“내일 하루 더 두고 보았다가 모레 화요일 오후에 잡을 겁니다.”
“주위에 따르는 무리가 많지 않은가요? ”
“네, 군중 심리에 3~4백 명이 따르고 있는데 ‘호산나’를 외치고 ‘다윗의 자손’ 이라고 환호를 하고 있어요.
무식한 사람들의 특징은 쉽게 흥분하는 거니까요.”
“네, 그렇군요. 근데 화요일 오후는 성안에 사람들이 너무 많을 텐데요.
자칫 잘못하다 더 큰 무리가 그를 지지하고 따르면 수습하기 어렵지 않을까 걱정이네요.”
요나단의 말에 마나헴이 가야바를 바라보았다.
“그럼 언제 잡는 게 좋을까?”
가야바가 요나단에게 물었다.
“금요일부터 축제로 들어가니까 가능한 그 직전이 좋지 않을까요?
그리고 예루살렘 성안에서 잡지 말고 그들이 있는 곳을 알아내서, 밤늦게 사람들이 주위에 없을 때 급습하면 쉬울 거예요.”
“음, 그렇게 하도록 하지.”
“네, 그럼 체포 일자를 조금 늦추고 그들의 내부에서 우리에게 연락할 사람을 알아보겠습니다.”
마나헴이 즉시 가야바의 지시를 따랐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예수 선생과 제자들은 다시 예루살렘으로 향했다.
그들의 마음은 잔뜩 부풀어 올랐고 사기는 충천했다.
‘다윗왕의 자손’이라는 외침과 ‘호산나’라는 환호가 아직도 귀에 들리는 듯했다.
선생 일행은 성전을 한 바퀴 돌아본 후 이방인의 뜰에 당도했다.
사람들의 눈을 의심케 하는 사건이 일어난 것은 이때였다.
선생이 느닷없이 환전상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탁자를 뒤엎은 것이다.
다음에는 희생제물로 비둘기 파는 상인들의 비둘기를 풀어주며 그들의 의자를 둘러 엎었다.
그들은 어이없는 표정이었으나 추종자들을 거느린 예수 선생의 단호한 행동에 제대로 항의도 하지 못했다.
선생은 그답지 않은 돌출행동으로 분노를 표시했지만, 무언가 계산된 의도가 있는 듯했다.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성전 경비대원도 몇 사람 왔지만, 선생의 행동을 보고만 있었다.
땅바닥에 널린 동전 사이로 비둘기들이 걸어 다니고 있을 때 ‘호산나, 다윗의 자손’이라고 외치는 어린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또 다른 아이의 목소리도 들리며 어른들도 그의 행동에 찬사를 보내기 시작했다.
사실 그들은 환전해야 할 때마다 너무 큰 수수료를 떼이고 비둘기 같은 제물들도 터무니없이 비싸게 사야 했다.
“형이 갑자기 왜 저러는 거야?”
야고보가 사촌 동생 요한에게 물었다.
“글쎄요…. 실은 몇 년 전에도 비슷한 행동을 하셨는데 그때는 이렇게 심하지는 않으셨어요.
우리가 말리기도 했지만요….
갑자기 이방인의 뜰에 환전상과 제물을 파는 상인들이 많아지니까 속이 상하셨나 봐요.”
요한이 나름대로 설명을 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