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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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203화 ★ 간수장이었던 살몬

wy 0 2023.07.23

감방 벽 식구통이 덜컥 열리며 저녁 식사가 들어왔다.

 

온종일 아무것도 안 먹었지만 식욕이 없었다.

 

, 새로 들어온 양반, 억지로라도 많이 드시오.”

 

살몬이 바라바 앞으로 고기 구운 것을 밀어 주었다.

 

고기 냄새가 솔솔 코로 올라왔다.

 

여기는 감옥에 고기도 나오고 대우가 좋습니다.”

 

이삭 의원님이 계시니까 이 방만 그런 거예요.”

 

살몬이 이삭에게 한쪽 눈을 깜빡 하고 말했다.

 

나 때문이 아니라 살몬, 이 사람 때문이오

 

여기 다 같은 식구들이라서.”

 

과일도 나왔는데 오렌지와 사과까지 있었다

 

이삭이 먼저 사과를 한 입 깨물었다.

 

감방 안이 많이 어두웠지만, 입으로 들어갈 때 지네만 안 먹으면 된다.

 

바라바는 빵부터 조심스레 먹기 시작했다.

 

제일 젊은 요남이 빵을 한 개 꿀꺽 삼키더니, 바라바 앞쪽에 있는 소고기에 손을 뻗었다.

 

요남아, 오늘도 네가 고기 혼자 다 먹으면 안 된다.”

 

살몬이 바라바를 보면서 눈을 찡긋했다.

 

걱정 마세요. 바라바 님 것은 남겨 놓을게요.”

 

잠시 후 그런대로 식사를 끝내고 고기 뼈는 식구통 밖으로 내놓았다

 

바라바 살몬 이삭 요남 collage.png

 

밖에 있던 당번 간수가 얼굴을 빠끔히 식구통에 대고 말했다.

 

살몬 님, 많이 드셨습니까

 

나중에 포도주 조금 넣어 드릴게요.”

 

, 고맙네. 그렇게 신경 안 써도 되는데.”

 

살몬이 헛기침을 했다.

 

살몬 님은 공무원이라고 하셨던가요

 

아시는 분이 많은가 봐요.”

 

. 실은 내가 여기 있었어요.”

 

여기라니요?”

 

요남이 얼른 대신 대답했다.

 

여기가 여기지 어디겠어요

 

안토니오 탑 지하 감옥 간수장이셨어요. 흐흐.”

 

, 그러셨군요. 그러니까 고기도 들어오고 포도까지. 포도는 포도주 만드시나요?”

 

. 바라바 님도 이런 곳이 처음은 아닌 것 같네요?

 

요남이 궁금한 듯 물었다.

 

“음, 그러고 보니 벌써 세 번째네요. 지난 두 번은 다 운이 좋아 금방 풀려났지만.”

 

이삭의 가라앉은 목소리가 옆에서 들렸다

 

그게 운이 아니에요. 바라바 님이 알 수 없는 어떤 힘이 작용해서 그리된 거요

 

이번에도 그렇게 잘 풀리기를 바래요.”

 

알 수 없는 힘요

 

여호와 하나님의 힘인가요?”

 

아니에요. 바라바 님이 그동안 살면서 본인과 남에게 했던 행동이 세상 어딘가에 저장되어 기억되었다가 다시 돌아와 작용하는 거예요.”

 

, 이삭 의원님은 산헤드린 의원이신데 유대교가 아니신가요?”

 

유대교이긴 하지만 내가 믿는 여호와는 질투의 하나님, 저주의 하나님은 아니에요.”

 

바라바가 그게 무슨 소린가 하는 얼굴로 살몬을 보았다.

 

이삭 의원님, 지금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사람에게 너무 어려운 얘기 하지 마세요.”

 

살몬의 말이 계속되었다.

 

바라바 님은 여하튼 이 방에 잘 온 거요. 10명씩 있는 방은 참 지내기 힘들어요.

 

죄수들끼리 식사 때문에 매일 싸우고, 서로 욕하고 음해하는 게 일과에요.

 

20살도 안 된 애들이 먼저 들어왔다고 50살도 넘은 사람에게 함부로 하지요

 

우리도 다 알면서 어쩔 수 없어요. 그렇다고 나이 순서로 할 수도 없는 일이니까요.”

 

, 그렇지요. 근데 살몬 님은 여기 간수장을 하시다 어떻게 여기 들어오게 되었나요?”

 

내 입으로 말하기 그러니까... 요남아, 네가 설명해라.”

 

, 간단히 말씀드리면 살몬 님이 여기 납품하는 생선 업자에게 뇌물을 받은 것이 들통난 거지요.”

 

아니, 그 정도로 사형까지?

 

문제는 생선이 상한 것이 들어와서 죄수 두 명이 식중독으로 죽었소.”

 

무슨 생선인데요?”

 

연어요

 

요남이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바라바는 상한 생선을 헤로디아 왕비에게 팔았다고 왕실 경비대가 사무엘 님을 체포해 갔던 순간이 떠올랐다.

 

아주 오래전 일 같았다.

 

뇌물이 아니라니까, 내가 간수장 하기 전부터 납품액의 10%는 따로 가져와서 여기 필요한 시설도 보수하고, 직원 가족 병원비로 나눠 쓰고 하는 그런 관행이 있었소.”

 

, 그렇군요.”


바라바가 맞장구를 쳐 주었다.

 

그 죽은 두 사람도 다른 병으로 골골하다 죽은 거요

 

다 같이 먹은 나머지 100명은 괜찮았는데, 마침 죽은 사람 중 한 명이 헤로디아 왕비의 시종이어서 일이 커진 거지요.”

 

바라바는 헤로디아 왕비의 얼굴이 떠올랐다

 

지난번 잡혔을 때는 그녀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겼는데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니 어려울 것이다.

 

그 생선 납품업자가 바뀐 후 들어오는 생선의 질이 확 떨어졌어요

 

무조건 무게당 단가가 낮은 사람의 물건을 받으니까, 작고 맛없는 생선만 들어오게 돼요.”

 

그런 면도 있겠군요.”

 

이제 유월절이라 양고기도 들어올 텐데 질긴 고기를 씹게 될 거요.”

 

살몬의 말을 듣고 있던 이삭이 끼어들었다.

 

이제 곧 양과 소를 잡는 피비린내가 여기까지 진동하겠군

 

이 야만적인 풍속을 바꿔야 이 땅에 희망이 있는데.”

 

야만적인 풍속요?” 바라바가 깜짝 놀라 반문했다.

 

나 대신 양이 죽어서 다행이긴 한데 이제 이런 일도 그만해야지요. 허허.”

 

하하, 성함이 이삭이라 하시는 말씀이군요.”

 

무겁고 어두운 방에서 분위기가 부드러워졌다.

 

“2천 년 전에 했던 일을 아직도 문자 그대로 따르고 있으니 한심하지요.”

 

우리 이삭 의원님이 의회에서 이런 말씀 하시다가 여기까지 오신 거예요. 흐흐.”

 

살몬이 한마디 했고 이삭이 계속 말했다.

 

아브라함 이전에는 페르시아나 이집트의 제사 풍속에 사람을 희생제물로 바치기도 했어요

 

이 악의 고리를 아브라함이 상징적으로 끊은 거예요.”

 

. 그건 잘된 일이지만, 그 후에 동물을 제물로 계속 신에게 바치지 않았나요?”

 

바라바가 질문했다.

 

아브라함 이후 약 천년 그렇게 해 왔지요. 하지만 다윗 왕조가 무너진 후에 아모스라는 선지자가 나타나서 여호와의 놀라운 말씀을 전했어요.”

 

뭐라고 하셨는데요?”

 

이삭이 넓은 이마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한 번 쓰다듬고 말했다.

 

그 말씀은 내가 너희 절기들을 미워하여 멸시하며 너희 성회들을 기뻐하지 아니하나니, 너희가 내게 번제나 소제를 드릴지라도 내가 받지 아니할 것이요, 너희의 살진 희생의 화목제도 내가 돌아보지 아니하리라라는 말씀이었어요.”

 

정말 놀랍네요. 그게 언제인가요?”

 

800년 전이지요

 

그때 이스라엘의 회개를 외치던 아모스 선지자의 말을 듣지 않은 결과는 북이스라엘과 남유대의 패망이었지요.

 

지금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어요

 

유대가 로마의 속주국으로 명맥을 유지하여 근근히 버티고 있는데 그나마 아슬아슬하게 보여요.”

 

지금은 옛날 아모스 선지자 같은 분이 없으신가요?”

 

세례 요한이 있었지요. 요즘 나사렛 예수라는 사람도 있고

 

하지만 바른말 하는 사람들을 안나스 제사장 일파가 가만두겠어요?

 

절기마다 양들을 더 많이 제물로 바쳐야 그들의 주머니가 더 두둑해지니까

 

80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멀었어요

 

비린내 나는 피 냄새만 더 풍겨요.”

 

이삭의 주름진 얼굴에 횃불이 어른거리며 밤이 깊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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