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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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88화 ★ 종교의 굴레

wy 0 2022.06.15

 곧 헤스론과 나발이 도착했고 아몬이 회의를 주관했다.

 

아셀 당수의 체포에 대해 막중한 책임을 느끼며 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하는 것이 좋을지 의견을 물었다

 

나발이 먼저 입을 열었다.

 

우리가 당면한 과제는 두 가지입니다.

 

아셀 당수님의 석방 문제와 대규모 시위 강행, 이 두 가지가 서로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저는 어느 정도 희생이 있더라도 시위는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나발이 회의의 주제와 그의 의견을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희생이라면 무엇을 말하는 건가?” 아몬이 물었다.

 

. 그러니까 이미 체포된 분들이 조금 더 고생을 하시더라도, 시위를 예정대로 해서 우리의 목표인 성전세 사용권과 여행 자유화를 쟁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미사엘이 한마디 했다.

 

, 시위를 예정대로 한다면 아셀 당수 님은 물론 체포된 동지들의 생사도 보장할 수 없을 것이요.

 

만약 당수 님의 뜻이 일단 시위를 포기하고 감옥에서 나오는 것이라면 그 뜻을 우리가 외면하면 안 될 것 같소.

 

부득이 우리가 요구할 두 가지 사항도 다음 기회에 제시해야겠지요.”

 

모인 사람 중 아셀과 가장 가까운 미사엘로서 당연한 발언이었다.

 

잠시 아무도 발언하지 않자 헤스론이 아몬을 보며 말했다.

 

두 사람 말이 다 일리가 있는 것 같아

 

난 모르겠는데 아몬 생각은 어때?”

 

, 글쎄. 아셀 당수님의 뜻이 어떤지 일단 확인을 해야 하지 않을까?”

 

아몬이 주위를 돌아보며 동의를 구하듯 말하자 나발이 다시 말했다.

 

제가 말씀드린 대로 시위를 하면서 우리의 요구사항을 관찰해도 저들이 아셀 당수님을 함부로는 못할 겁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나?” 아몬이 물었다.

 

유월절을 앞두고 열성당의 당수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 것은 그들도 바라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며칠 내에 제가 추진하고 있는 일이 성사되면 그것으로 나중에 당수님의 석방을 요청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면 좋겠지만, 우선 아셀 당수님의 생각을 들어보고 결정하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해요. 곧 면회를 가야지요.”

 

미사엘이 자신이 생각을 굽히지 않았다.

 

 

 

 

 

청소 일을 열심히 하면서 목수 일도 배우는 누보를 카잔은 기특하게 생각했다.

 

특히 톱질을 배우는 열성이 뛰어나서 틈틈이 나무를 써는 연습을 했다.

 

유리는 어제부터 3일간 하늘의 별자리가 카잔의 앞으로 10년을 좌우한다며 매일 조금씩 알려준다고 했다.

 

빌라도 총독이 자리를 비우면 역시 관저 내 분위기가 좀 느슨해진다.

 

오늘 청소는 누보가 혼자 해도 충분했다.

 

카잔이 유리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강당 옆 식당 막사에서 그녀를 기다렸다.

 

어머, 오래 기다리셨어요?”

 

오늘따라 보라색 눈화장이 잘 어울리는 유리가 귀엽게 인사를 하며 앞자리에 앉았다.

 

아니요, 지금 막 왔어요. 나만 여기로 나와서 미안해요.”

 

무슨 말씀을요. 카잔 님의 중요한 별자리와 미래에 대해 말씀드리는데요.”

 

정말 별이나 별자리가 한 개인의 운명과 직결되어 있나요?”

 

그럼요. 옛날부터 위대한 영웅이나 세상을 구할 메시아가 태어나면 유난히 반짝이는 별이 밤하늘에 떠오른다고 하잖아요.

 

그 위인이 어디서 태어나는지 동방박사들이 별을 따라 찾아오기도 했지요.”

 

나도 그런 이야기를 어디서 들은 기억이 나요.

 

인도 점성술은 어떤 원리로 인간의 미래를 별자리로 알 수 있나요?”

 

카잔이 진지하게 물었고 유리의 대답이 이어졌다.

점성술 [크기변환]shutterstock_1777893047 (1).jpg

 

우리는 태양, ,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 라후, 케투를 사용해서 점을 봐요.

 

라후와 케투는 실제 있는지는 모르지만, 있는 것으로 보고 점을 칩니다.

 

태양은 인도말로 수리야라고 하는데 자신이나 아버지를 상징하고, 영혼과 건강을 지배하는 별이지요.

 

달은 찬드라라고 하는데 어머니를 상징하고, 마음에 대한 별이지요.

 

화성은 쿠자라고 하며 동생을 상징하고, 공격적 행동의 별이에요.”

 

카잔의 말이 사라의 설명을 끊었다.

 

어젯밤에는 구름이 많은지 우리 집에서는 별들이 잘 안 보이더군요.”

 

, 구름이 끼긴 했지만, 카잔 님의 별자리는 움직이는 것이 보였어요.”

 

, 드디어 움직였군요. 어떻게 변하던가요?”

 

카잔 님의 별자리는 레오를 중심으로 움직이는데, 지금이 바로 운이 크게 바뀌는 시점이에요.

 

그런데 고향이 혹시 사마리아 아닌가요

 

사마리아의 영원한 정신을 사모하는 별의 징조가 보여요.”

 

, 맞아요. 사마리아가 고향이라 그리심 성전에 자주 갔었어요.”

 

카잔이 약간 놀란 듯 유리를 바라보며 계속 말했다.

 

내가 어릴 때는 믿음이 아주 뜨거웠지요

 

어느 날 어머니와 그리심산 신전에서 엎드려 기도를 하는데, 특이한 경험을 했어요.

 

갑자기 마음이 뜨거워지고 눈앞이 환해지면서 그동안 내가 얼마나 악한 사람이었는지 깨달았지요.

 

나중에 알고 보니 이때 종교의 포로가 된 거였어요.”

 

종교의 포로요?”

 

, 모든 게 하나님의 뜻이니 그분에게 순종하면 축복을 받고 못하면 벌을 맏는다고 생각했지요.

 

이렇게 계속 지내다 보니 처음에는 좋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상하게 마음이 불안해지더군요.

 

조금만 일이 잘 안 풀려도 내가 뭔가 잘못해서 하나님이 벌을 주신다고 생각했지요.

 

어느 날 일을 하다가 손을 조금 다쳐서 피가 났고 나는 내가 다친 이유를 찾아야 했어요.

 

즉 나의 잘못을 찾고 해석해야 했는데, 얼마 전 같이 일하던 사람을 미워했던 기억을 간신히 찾아냈지요.

 

이런 생활이 바로 스스로 만든 종교의 굴레 안에 갇혀서 사는 삶이었어요

 

내가 왜 이런 말을 유리씨에게 하는 지 모르겠네요. 하하.”

 

카잔 님이 그런 생각까지 하시는 줄은 몰랐어요. 호호.”

 

내 별자리가 그런가 봐요.”

 

마침 누보가 식당으로 들어와 유리 옆에 앉았다.

 

, 벌써 청소가 다 끝났나?”

 

, 간단히 했어요. 가서 보시지요.”

 

어머, 아직 별자리 말씀도 안 드렸는데

 

오늘 내가 얘기를 너무 많이 한 것 같습니다. 내일 다시 듣지요.”

 

카잔이 자리에서 일어났고 누보와 유리가 살짝 눈을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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