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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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144화 ★ 사해

wy 0 2022.12.28

 다음날 새벽 일찍 바라바와 호란은 노새 두 마리에 짐들을 싣고 남쪽 계곡으로 향했다.

 

문서 두루마리가 노새 한 마리에 가득 실렸고 또 한 노새에는 집안에서 쓰는 그릇 등이 실려 있었다.

 

날은 밝았지만, 아직 해가 뜨지 않아 공기가 무척 차가웠다.


"이 그릇들은 왜 보관하려는 건가?” 바라바가 옆에서 걷는 호란에게 물었다.

 

. 이것들은 우리 쿰란 공동체에서 전통적으로 제사 지낼 때 쓰던 그릇과 촛대 같은 물품들인데 모두 200년 이상 된 것들이에요.

 

보존 가치가 있지요. 대부분 은으로 된 것들이고요.”

 

, 그렇군. 에세네파는 예루살렘 성전에는 가지 않지?”

 

. 우리는 예루살렘 성전이 부패한 제사장들의 손에 넘어갔기 때문에 더 이상 성전의 기능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요.”

 

, 사마리아 사람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았어.

 

그들은 그래서 그리심 산에 성전을 만들어 거기서 의식을 거행하더군. 에세네파의 성전은 쿰란에 있나?”

 

사람들이 그것을 궁금해하는데, 우리의 성전은 사람으로 이루어진 성전입니다.

 

즉 우리 공동체 자체가 성전이고 우리의 몸이 성전이지요.”

 

, 그거 처음 듣는 말이네. 그렇게 생각해도 될까?”

 

그럼요. 하나님께서 만드신 우리의 몸을 성전처럼 소중히 여겨야지요.

 

우리는 이렇게 사람으로 이루어진 성전에서 드리는 예배가 그 장소가 어디든 사치스럽고 타락한 제사장들이 동물의 피로 드리는 제사보다 효력이 있다고 믿어요.”

 

호란 아우가 나이는 어리지만 나보다 아는 것이 많네.”

 

저야 어려서부터 할아버지께 들은 내용을 말하는 것뿐이에요. 하하.”

 

노새 한 마리가 간신히 통과하는 구부러진 길을 더 걸어 내려가니 갑자기 사방이 트이며 큰 호수가 나타났다.


여기가 바로 사해입니다.”

[크기변환]1사해 shutterstock_1750412543.jpg

 

생각보다 굉장히 넓어 호수가 아니라 바다 같아.”

 

. 남북으로 65Km, 동서로 18Km니까 상당히 크지요.

 

그래서 그냥 바다라고 불러요.

 

이곳 북쪽 바다는 상당히 깊지만, 저 남쪽 끝은 수심이 2~3m라 수영하는 사람도 있어요.

 

수영이 아니라 그냥 물에 들어가서 뒤로 누우면 뜨는 거지만요.”

 

, 다음 기회에 꼭 다시 와서 한번 들어가 보고 싶구나.”

 

, 그러세요. 유대 조상 롯이 살던 소돔과 고모라가 바로 이 사해 바다 밑 어딘가에 묻혀 있다고 해요.”

[크기변환]1사해 소돔+Screenshot 2022-03-20 at 14.41.39.jpg

 

그게 바로 여기구나.”

 

동쪽 둥그런 바위산 위로 아침 해가 떠올랐다.

 

민둥산을 훤히 비추며 사해의 건너편 끝까지 광선이 일시에 다다랐다.

 

소돔과 고모라가 멸망하며 무너질 때도 저 산들이 그 광경을 보고 있었겠지?”

 

바라바가 무서운 듯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 그랬겠지요. 지금도 저 남쪽 바다 기슭으로 내려가면 검은 역청 냄새가 나요.”

 

불붙이면 안 꺼지고 타는 송진 같은 기름 덩어리 말이지?”

 

. 옛날 하나님이 그 도시를 벌 주실 때 역청도 같이 뿌리셨나 봐요.”

 

, 그러니까 불바다가 되었겠구나.”

 

. 그때 뒤로 돌아본 롯의 아내가 소금기둥이 되었는데 사해 바다 밑에 소금기둥도 많아요.”

 

, 좀 으스스하네.”

 

하하, 그쪽으로는 안 가니까 걱정 마세요. 그리고 저기가 엔게디에요.”

 

엔게디? , 다윗왕이 도망 다닐 때 숨어지내던 동굴이 있는 곳이지?”

 

사울 왕이 다윗을 잡아 죽이려고 삼천 명의 군사를 이끌고 왔었지요.”

 

그러고 보니 이 근처에서 많은 역사가 이루어졌구나.”

 

지금 우리도 그런 역사의 한 장을 장식하고 있는 거예요.

 

언제일지 모르지만, 오늘 우리가 보관한 두루마리들이 발견될 때 사람들이 우리 이야기를 하겠지요.”

 

그래, 빌립 선생님은 세상의 종말이 곧 온다고 생각하시던데.”

 

, 할아버지가 한 10년만 더 사시면 그 안에는 종말이 오지 않을까요?”

 

, 글쎄, 그런 생각은 별로 안 해 봐서 잘 모르겠네.”

 

햇빛이 비치는 누런 민둥산에 동굴들이 흐릿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루브리아는 여행을 떠나는 날 아침, 아버지와 식탁에 마주 앉았다.

 

얇게 썰어 꿀에 버무린 무화과 열매와 동그란 밀전병, 뜨거운 김이 나는 계피차를 유타나가 커다란 은쟁반에서 식탁 위로 옮겨 놓았다.

 

로무스 대장의 얼굴은 루브리아의 여행이 걱정되는지 별로 밝지 않았다.

 

밀전병이 따끈하네요. 식기 전에 빨리 드세요. 아버지

 

, 그래. 너도 든든히 먹고 떠나거라. 빨리 눈을 고치고 와서 곧 로마로 가야지.

 

이번 여행에 경호를 할 맥슨 백부장은 만나 보았지?”

 

, 어제 만나서 인사했어요.” 루브리아가 따끈한 계피차를 한입 마셨다.

 

앞으로 그 사람이 로마에서도 나의 부관으로 근무할 거다.”

 

. 젊은 나이에 일찍 백부장이 되었네요.”

 

, 로마에서 열리는 투창대회에서 우승한 실력이고, 아버지가 원로원 위원 맥슨이지.”

 

그렇군요. 어디서 본 얼굴 같아요.”

 

그래, 맥슨 위원이 옛날에 우리 집에 자주 왔었어.

 

백부장 맥슨 2세가 아버지를 꼭 닮았지.

 

지금 예루살렘이 상당히 혼잡하고 위험하니까 치료만 받고 즉시 올라오거라.

 

오면 너에게 긴히 해 줄 말이 있다.”

 

, 아버지. 알겠어요. 그럼 다녀올게요.”

 

루브리아는 아버지가 무슨 걱정이 있으신가 생각하며 방에 돌아와 옷 짐들을 정리하고 큰 청동거울을 들여다보았다.

 

운동을 못 해서 약간 통통한 몸매에 눈이 큰 여자가 긴장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그녀는 얼른 상아색 부드러운 캐시미어 목도리를 둘러보았다.

 

마음이 즉시 포근해졌고 루브리아가 거울 속 여인에게 말했다.

 

그래, 이제 눈을 고치고 행복한 삶을 사는 거야. 바라바 님과 함께...’

 

노크 소리가 들리고 유타나가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여기 이 짐들만 가지고 가실 거지요?”

 

, 그래. 탈레스 선생님과 사라는 아직 안 왔지?”

 

사라 님이 좀 일찍 왔어요. 아가씨께 드릴 말씀이 있다네요.”

 

, 그래. 어서 들어오라고 해.”

 

사라가 방으로 들어와서 걱정스런 목소리로 나발이 잡혀간 이야기를 했다.

 

, 나발이라는 사람이 바라바 님의 참모라면 그렇게 쉽게 입을 열까?”

 

저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고문을 당하면 장담할 수 없어요.”

 

유타나가 들어와 탈레스 선생이 도착해서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알렸다.

 

잠시 후 두 마리의 흰말이 끄는 마차가 먼저 출발하고, 곧 또 한 대의 마차가 뒤를 따랐다.

 

루브리아의 안색이 어두운 것을 느낀 탈레스 선생이 말했다.

 

어젯밤 나도 걱정돼서 잠이 잘 안 왔어요.

 

그래도 이제 예수라는 랍비의 능력을 믿고 맡겨야지요.”

 

루브리아가 고개를 끄덕였고 두 마리의 말이 속력을 내고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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