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판결.jpg

                                                                                  

바라바 123화 ★ 겉옷을 달라면 속옷까지

wy 0 2022.10.16

 안나스가 헛기침으로 목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왕비님. 약 백 년 전 폼페이우스 장군이 성스러운 도시 예루살렘을 침공하여 우리가 큰 수모를 겪었지요.

 

심지어 지성소에도 그가 혼자 들어간 일이 있었습니다.

 

이런 참담한 행위를 한 폼페이우스는 결국 권력을 읽게 되었지요.”

 

왕비는 이 노인이 서론이 길면 상당히 중요한 말을 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안나스는 허연 눈썹을 모으고 침을 한번 꿀꺽 삼킨 후 말을 계속했다.

 

당시 우리가 당한 많은 일 중 가장 가슴 아픈 일이 대제사장 의복을 뺏긴 일입니다.

 

이 옷은 지금 로마의 전리품 창고에 있다고 합니다만, 어디에 쑤셔 박혀 있는지 생각할수록 망극합니다.

 

이것을 로마가 하루속히 돌려주어서, 우리 대제사장이 당당히 다시 입고 여호와께 영광 돌릴 수 있도록 왕비님께서 도와주시옵소서.”

 

머리를 숙이고 기도하듯 엄숙히 말하는 안나스의 눈에 눈물이 어렸다.

 

저도 그 사건을 들은 기억이 납니다.

 

당연히 도로 가지고 와야지요

 

대제사장복이라는 상징적 의미는 말할 것도 없고, 의복 전면에 부착한 루비와 금장식은 솔로몬 왕 시대부터 내려오던 것 아닙니까.”

 

,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 일을 협조해 줘야 할 빌라도 총독께서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 그분은 요즘 로마에서 정치적 입지가 흔들려서 무슨 일도 적극적으로 안 할 거예요.

 

,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이 일은 아마 누군가 황제 폐하의 허락을 직접 받아야 이루어질 수 있을 텐데.”

 

안나스는 왕비가 도와줄 마음이 있으니 일이 성사될 것으로 생각하고 긴 숨을 내쉬었다.

 

 



 

누보가 카잔의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말했다.

 

형님도 들으셨지요? 나발이 이제 유리를 만나지도 않을 거라고 해요. 하하.”

 

기분이 좋아서 웃음이 절로 나왔다.

 

, 그래 들었지. 자네에겐 잘된 일이네. 유리가 문제이긴 하지만.”

 

여하튼 나발의 생각을 제가 유리에게 알려주고 제 마음을 받아 달라고 해야지요.”

 

, 잘해 봐. 나도 옆에서 도와줄게.”

 

아이고, 감사합니다. 그리고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저의 집에 얼른 한번 오세요.

 

제가 드릴 것도 있고 어머니와 인사도 하시지요.”

 

그래. 곧 어디로 이사한다고 하지 않았나?”

 

. 어머니가 지금 티베리아 쪽으로 새집을 보러 다니세요.

 

예전에 카잔 형님이 거기 계셨다고 했었는데, 어떤 도시인가요?”

 

티베리아는 하얗고 깨끗한 집이 많은 신도시인데, 나도 목수로 거기서 몇 년 일했었지.

 

티베리우스 황제의 이름을 따서 만든 도시로서 연극이나 음악회를 위한 문화시설도 많고, 사람이 많이 모이다 보니까 술집 같은 유흥시설도 많아.”

 

, 그렇군요. 재미있겠네요.”

 

, 지금 집값도 폭락하고 있으니까 마음에 드는 집을 쉽게 구할 수 있을 거야.

 

티베리아 생각을 하니까 거기서 만난 아주 특이했던 목수 한 사람이 생각나는군.”

 

특이한 목수요? 어떤 사람인데요?”

 

처음에 몇 번 만날 때는 잘 몰랐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함부로 할 수 없는 위엄이랄까, 따르지 않을 수 없는 힘이 느껴졌어.

 

나이는 나보다 어린 사람이었는데 유대 율법서를 훤히 꿰뚫고 있었지.”

 

, 그래요. 근데 뭐가 그리 특이했나요?”

 

, 하루는 동네 건달들이 와서는, 아주 추운 날씨였는데 우리가 입고 있던 외투를 달라고 시비를 거는 거야.

 

여기서 일하려면 돈이나 옷을 내야 한다면서.”

 

그래서요?”

 

당시 우리는 다섯 명이었고 건달들은 네 명밖에 안 되었어.

 

나는 옆에 있던 친구와 눈빛을 교환한 후 몰래 손으로 벽돌 한 장을 잡고 천천히 일어났지.

 

여차하면 한판 붙어야 할 테니까. 그때만 해도 내가 한 성질 했었지.”

 

, 그러니까 10년도 더 된 일이지요?”

 

그렇지. 그래서 벽돌 잡은 오른손을 뒤로 감추고 몇 걸음 걸었는데, 바로 그 목수가 나보다 한발 앞서 나가 자기의 외투를 벗어 주는 거야.

[크기변환]옷 DALL·E 2022-10-15 10.27.05 - jesus giving his clothe to friend.png

 

그런데 그 태도가 너무 의연하고 마치 사랑하는 가족에게 주듯이 주었어.

 

건달들도 의아했는지 외투를 받고 아무 말도 안 하고 서 있었지.

 

그랬더니 그 목수가 이번에는 속옷까지 벗어서 주는 거야.

 

그때 내가 몇 발자국 옆에 있었는데 얼굴에서 환한 빛이 나는 거 같았어.”

 

, 그래서요?”

 

그랬더니 그 건달 두목 같은 놈이 받았던 겉옷을 돌려주고 아무 말 없이 돌아갔어.

 

그 후에 그 목수를 내가 또 보지는 못했어.

 

원래 매일 오던 일꾼은 아니고 사람이 부족할 때만 부르던 목수였거던.

 

이름이 아마 예수였었지.”

 

그랬군요. 세상에 그런 사람도 있네요.

 

그 후에 전혀 그 사람의 소식은 못 들었나요?”

 

, 실은 얼마 전 내 고향 사마리아에 있는 야곱의 우물을 어느 유대 랍비가 지나다, 그 물을 마시면서 벌어진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아무래도 그 사람이 그때 그 목수였던 것 같아.”

 

누보가 짧은 감탄사와 함께 질문했다.

 

, 유대인이 사마리아에 있는 우물물을 마시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네요.

 

그때는 또 어떤 일이 있었나요?”

 

유대인도 사마리아인을 싫어하지만, 사마리아인들은 유대인을 더 싫어해.

 

마을 촌장이 나와서 그 유대 랍비에게 물을 떠준 여자는 물론, 옆에 있던 사람들을 호되게 야단쳤다더군.”

 

누보는 카잔의 다음 말이 궁금했다.

 

 

State
  • 현재 접속자 6 명
  • 오늘 방문자 1,067 명
  • 어제 방문자 355 명
  • 최대 방문자 1,067 명
  • 전체 방문자 301,990 명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