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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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109화 ★ 메시아 고레스

wy 0 2022.08.28

 

미사엘이 사라의 집에 들어오자마자  누보는 어머니가 걱정된다며 바로 나갔다.


사라의 집에 단둘이 있다는 것을 의식한 두 사람의 분위기가 어색해졌다. 


사라가 일어나 차를 끓여오겠다며 부엌으로 나갔다. 


미사엘은 곧 가야하니까 괜찮다고 해야 하는데 말이 입 안에서 맴돌았다.  


이런 때를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사무엘 님의 비보를 듣고 이 집에 문상을 와서 처음 사라에게 인사했던 때가 떠올랐다. 


큰 슬픔 속에서도 차분하고 총명했던 그녀의 모습에 감탄했었다.


역시 사무엘 님의 따님답다는 생각을 하면서 점점 그녀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생겼다. 


자신의 청혼을 로마에 간다는 이유로 거절했지만, 루고 재판도 있고 앞으로 여러 가지 변수가 많다.


사라가 차를 들고 들어왔다.


“오렌지 껍질에 꿀을 저며서 만든 차에요. 감기에 좋다고 해요.”


미사엘이 잔을 들어 코로 향기를 살짝 들이마신 후 한 모금 마셨다.


“정말 맛있고 향기도 좋네요. 사라 님이 만들어서 더 그렇겠지요.”


“호호, 미사엘 님이 건강하셔야지요.”


“감사합니다. 재판은 잘 진행되고 있나요? 상대방 변호사가 보통이 아니라고 하던데요.”


“네, 걱정이에요. 지난번 재판에서 당연히 우리가 이길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이번에도 우리가 이기지 못하면 거꾸로 제가 구속될 수도 있다고 해요.”


“그런 일은 절대로 생기면 안 됩니다!” 


미사엘의 미간에 세로줄이 생겼다.


“탈레스 선생님이 열심히 하고 계시니까 우리가 이기겠지요. 당연히 이겨야 하고요.”


“혹시 지금이라도, 제 이름을 사라 님 대신 구속할 수 있는 명단으로 올릴 수는 없나요? 

 

저는 그런 환경에 잘 훈련되어 있으니까요.”


“말씀이라도 감사합니다... 시위 준비는 잘 되고 있나요?”


“모든 준비는 끝났고 날짜만 최종 확정하면 돼요.”


“누보가 깃발 작전을 성공시켜서 부담이 좀 없겠네요.”


“네, 그 친구가 큰일을 했지만, 이런 대규모 시위는 늘 돌발상황이 생길 수 있어서 긴장이 돼요. 


근위대의 폭력적 진압도 문제지만, 우리 측에서 가끔 엉뚱하게 영웅이 되려는 사람이 있어요.”


“영웅이 된다는 게 무슨 뜻인가요?”


사라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자신을 유대민족의 희생제물로 드린다며 자살을 기도하는 사람이 있지요. 


시위 중 흥분해서 단도로 가슴을 찌르거나, 무모하게 근위대로 돌진해서 죽으면 성공이라 생각하는 거예요.”


“아, 왜 그렇게 극단적 생각을 하나요?”


“그렇게 죽으면 저세상에 가서 큰 보상을 받는다고 믿는 잘못된 영웅주의지요. 


문제는 그런 상황이 발생하면 실제로 그런 사람들을 영웅시하고 추종하는 무리가 생겨요.”


“그래서 군중 심리에 역행하는 말을 한다는 것은 보통 용기로는 어려운 일인 것 같네요.”


사라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사실은 사무엘 님이 바로 그런 용기 있는 분이셨지요.”


그 말을 들은 사라의 눈동자에 바로 눈물이 고였다.





 

루브리아는 그동안 유대를 침공한 나라들을 세어보았다.


순서대로 앗수르, 바벨론, 페르시아, 그리스, 시리아, 그리고 로마에 이르기까지 900년간 모두 여섯 나라였다.


그동안 유대가 독립을 이룬 시기는 약 200년 전 마카비 장군에 의해 시작한 하스모니안 왕조 80년 밖에 없었다. 


루브리아는 유대민족을 바빌론으로부터 해방시키고 메시아라고 칭송받았던, 페르시아의 고레스 2세에 대한 역사적 자료를 찾아보았다. 


그가 원통 기둥에 자신의 업적을 써 놓은 기록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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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538년 바빌론을 정복한 고레스의 업적이 새겨져 있는 고레스 실린더. 대영 박물관 소장.


<바빌론을 평화적으로 함락시킨 고레스 대왕은 세계의 왕, 위대한 왕, 바벨론과 수메르와 아케메네스와 동서남북의 왕이다>


고레스는 정복한 지역들의 모든 지방 신전을 복구시키는 개방정책을 썼다. 


그는 페르시아인이 원래 떠돌이였기 때문에, 오래전 정착한 다른 민족의 문화와 신들을 받아들임으로써 더욱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므로 고레스의 페르시아는 세계 최초의 다문화 제국이라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고레스의 가장 큰 승리는 소아시아 지역의 크로이소스 왕과 싸운 전쟁이었다.


역사학자 헤로도투스에 의하면 크로이소스가 화형장에서 처형당하기 직전에 고레스가 질문했다.


“당신은 위대한 페르시아와 싸우기를 진정 원했소?”


“평화 대신 전쟁을 택하는 바보는 어디에도 없소. 


평화로울 때는 아들이 아버지를 묻지만, 전쟁 중에는 아버지가 아들을 묻으니까.”


그 이야기에 감명을 받은 고레스는 처형을 중단시켰다. 


그는 자신이 정복한 땅에는 비교적 유화 정책을 썼지만 늘 다른 나라와 전쟁을 벌였다.


고레스는 유대인을 고향으로 돌려보내고 10년 후에 전쟁터에서 죽는다.


헤로도투스의 기록에 의하면 페르시아 북방의 *토미리스 여왕에게 패해 참수당하고 시신만 고향에 묻혔다. 


동서남북의 왕, 유대인의 메시아, 고레스의 마지막이었다.


*토미리스(Tomyris): 기원전 6세기 스키타이계 마사게타이족의 여왕. 지금의 카스피해 근처의 유목민들로 구성된 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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