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바 일행은 예루살렘 성내의 식당에서 늦은 저녁을 하고 있었다.
유월절 순례객들이 고향으로 돌아가기 시작하여 시내는 며칠 전보다 눈에 띄게 한가했다.
성전 경비대들의 숫자도 줄어들었고 무엇보다 길을 걸을 때 그들과 마주쳐도 긴장이 되지 않았다.
‘감옥은 나오는 맛으로 들어간다.’라는 말이 있는데 자유의 몸이 된 것을 실감하는 하루였다.
칼로스도 만나고 안토니아 감옥에 면회도 다녀왔다.
“로벤은 건강하게 잘 있지?”
사라가 바라바에게 물었다.
“음, 얼굴은 많이 빠졌지만 건강해 보였어.
내가 반드시 모두 꺼내 줄 테니까 반년만 기다리라고 했더니 크게 안심하는 것 같더군.”
“로벤이 나이에 비해 침착하고 단단하지만, 속으로는 얼마나 걱정이 되겠어.
평생 감옥에서 살 수도 있는데….”
종업원이 붉은 포도주를 큰 병으로 가져오자 헤스론이 한 잔씩 가득히 따라 부었다.
“자, 우선 바라바 단장이 무사히 나온 것을 축하하며….”
헤스론이 잔을 높이 들고 건배한 후 모두 한꺼번에 입속에 부어 넣었다.
오랜만에 마시는 포도주가 바라바의 혀끝을 강하게 자극했다.
“내일 나온다는 자네와 같은 방에 있던 젊은이도 면회했나?”
아몬도 포도주를 맛있게 한 잔 들이키면서 바라바에게 물었다.
“응, 그 친구는 내 말을 듣더니 이게 꿈인가 하면서 손등을 꼬집어 보더군.”
“하하, 그럴 만도 하지. 얼마나 좋겠나.
근데 한 달 후에 다시 감방으로 들어가려고 할까?”
바라바가 가볍게 숨을 한 번 내뿜고 말했다.
“음, 그런 조건이라고는 알려줬는데 막상 그때가 되면 어떨지는 나도 모르겠어.
스스로 감옥에 걸어 들어가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니까….”
“여하튼 누보 일행이 사마리아에 있으니 아주 잘 되었어요.
그 사람들이 미트라교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고 있을 거예요.”
사라의 말에 헤스론이 반색을 하며 덧붙였다.
“아, 그 친구가 드디어 도움이 되겠구나. 하하.
나도 같이 가면 좋겠는데….”
“자네와 아론은 가버나움으로 먼저 가서 아버지에게 내가 급한 일로 조금 늦는다고 말씀드려 주게.
또 우리 동료들과 열성단 조직도 다시 정비할 필요가 있을 거야.”
헤스론이 고개를 끄덕이는데 옆자리에 앉은 손님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들도 포도주를 마시면서 저절로 언성이 높아지는 성싶었다.
“글쎄, 그게 말이 안 되는 소리잖아.
어떻게 십자가에서 죽은 사람이 며칠 만에 다시 살아날 수가 있는가?”
사라가 슬쩍 옆자리를 쳐다보니 바리새인 복장의 세 사람 가운데 얼굴이 붉고 턱수염이 덥수룩한 사람이 약간 흥분하며 말하고 있었다.
옆에 앉은 바짝 마른 사람이 목소리를 조금 낮추었다.
“여하튼 오늘 새벽에 그를 따르던 여자들이 무덤에 갔었는데 시신이 없어진 것은 확실한가 봐.
자기네들이 몰래 옮겼다면, 책임 문제도 있는데 그런 소문을 낼 리는 없잖아.
그 여자들 중에는 헤롯궁 구사 대신의 아내도 있었다더군.”
사라는 그들이 말하는 사람이 나사렛 예수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그분이 살아나셨다는 말을 들으니 가슴이 뛰면서 십자가에 달린 모습이 떠올랐다.
아론이 옆자리 사람들의 이야기를 못 들었는지 바라바에게 물었다.
“사마리아에 가기 전에 고향에 들러서 아버님께 인사를 드리고 가는 건 어떨까?”
“나도 처음에 그러려고 했는데 요남이 같이 가니까 우선 사마리아로 바로 가고, 며칠 안에 가도록 할게.
사라도 이제 가버나움으로 돌아가야지?”
이 말을 들은 사라는 바라바 오빠가 지금 미사엘 님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이란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잔에 가득한 루비색 포도주를 한 모금 천천히 삼켰다.
“아니, 나도 바라바 오빠와 같이 일단 사마리아에 갈 거야.
가서 누보가 있는 여관을 안내해주고 사람들도 소개해 줘야지.”
사라의 입에서 생각지도 않던 말이, 아니 그동안 속으로 은밀히 자기도 모르게 생각한 말이 저절로 나왔다.
“아, 나도 누보를 어디선가 한 번 만난 적은 있는데….”
바라바가 말을 중간에 멈추었다.
억지로 사라를 떼어 놓으려는 느낌을 줄 수도 있었다.
종업원이 구수한 냄새를 풍기는 양고기를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사라가 얼른 잘 익은 덩어리 한 개를 가지고 와서 먹기 시작했다.
옆자리 사람들의 소리가 다시 들리기 시작했다.
“무덤에 하얀 옷을 입은 천사가 나타나서 그가 살아났다고 했다네.”
바짝 마른 사람의 목소리였다.
“어두컴컴한 새벽에 하얀 옷을 입고 있으니 천사처럼 보였겠지.
그게 다 자기네들이 짜고서 하는 말 아닐까?
여하튼 소문이 벌써 많이 퍼졌어.
점심때 엘르아셀의 가게에서 술 한잔 했는데, 엘르아셀은 아리마대 요셉이 예수의 시신을 다른 무덤으로 옮긴 것을 여자들이 몰랐을 거라고 생각하더군.”
바라바가 작은 목소리로 사라에게 물었다.
“저 사람들 지금 나사렛 예수에 대해서 무슨 말을 하는 것 같네.”
“응, 그분이 오늘 새벽에 무덤에서 살아나셨다는 소문이 있는 것 같아요.”
사라도 목소리를 낮추어서 주위를 돌아보며 말했고 헤스론이 얼른 끼어들었다.
“와, 그 사람이 정말 살아났다면 빌라도가 좋아하겠네.
그때 속으로는 나사렛 예수를 살리고 싶어하는 것 같았어.”
헤스론이 계속 말했다.
“사실 우리야 당연히 바라바를 외쳤지만, 나중에는 조금 미안하기도 하더라.
혹시 빌라도가 그 사람을 죽이지는 말고 나중에 치료해 주라고 한 건 아닐까?”
헤스론의 말에 사라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내가 골고다에서 십자가에 처형되시는 것을 보았는데 그럴 리가 없어요….
네리가 그분의 제자 요한님을 만나러 어제 갔으니까 돌아오면 자세한 소식을 알 수 있을 거예요.”
“음, 그렇구나. 나는 여하튼 그 사람도 정말로 살아났다면 좋겠어.”
헤스론이 포도주를 또 한 잔 비웠고, 사라가 말했다.
“바라바 오빠, 그럼 우리 언제 사마리아 세겜으로 갈 건가?”
사라는 말을 하면서도 우리라는 표현을 하는 것이 즐거웠다.
“응, 내일 오후라도 떠나야지.
오전에는 니고데모 님을 만나서 전해 줄 서신이 있어서….”
그녀는 오랜만에 양고기가 참 맛있다는 것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