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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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158화 ★ 성전 앞 포고문

wy 0 2023.02.15

마나헴 우루소 collage.png

 

마나헴은 어젯밤 가야바 대제사장의 지시대로, 유월절을 맞이하여 백성들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기강을 바로잡기 위한 포고문을 만들었다.

 

예루살렘 성전을 들어오는 입구와 시온 호텔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붙여 놓았다.

 

큰 행사를 앞두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당국에서는 미리 경고했다는 증거의 의미도 있었다.

 

<예루살렘 시내에 거주하는 여러분께 알립니다.

 

먼저 유월절을 앞두고 갈릴리와 베뢰아의 통치자이신 헤롯 전하의 인사를 전합니다.

 

또한, 하나님으로부터 기름 부음 받은 가야바 대제사장의 축복도 함께 전합니다.

 

대부분의 선량한 시민들은 그들의 생업에 충실히 종사하며 법과 질서를 잘 지키고 있으나, 일부 불순분자들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경거망동하고 있습니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작년부터 국고 수익이 줄고 있고, 심지어 세금을 내지 말자는 헛된 말로 사람들을 현혹하는 무리가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노역의 의무를 저버리는 자, 제사장에게 뇌물을 주는 자, 근친상간이나 간음하는 자,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치 않는 바람에 나는 겨와 같은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뜻에 따라 이 땅을 다스리시는 헤롯 폐하께서는 이에 엄중히 경고하거니와, 하나님의 것을 하나님께 돌리지 않거나 하나님을 모욕하는 자는 매를 때린 후 십자가에 매달 것이고 그 재산을 몰수할 것입니다.

 

아울러 이번 유월절 기간에 전국 각지에서뿐만 아니라 로마, 알렉산드리아, 안티옥 등 세계 각지에서 많은 사람이 모이는 것을 기화로, 함부로 마술을 부려 병자를 고친다는 등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에 당국은 절대 좌시하지 않고, 시민들의 안녕과 질서를 위해 모두 가차 없이 엄벌에 처할 것을 엄중히 경고하는 바입니다.

 

이런 무리는 이스라엘의 고름 덩어리니 짜내야 하고 안 되면 작두로 잘라내야 합니다.

 

이런 일을 보고도 장님 행세하거나, 듣고도 귀머거리 행세하는 사람도 그 책임을 물을 것이니, 나중에 슬피 울며 이를 가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헤롯 폐하의 뜻을 받들어

대제사장 가야바 씀>

 

 

가야바가 어제 써 준 초안을 조금 더 다듬은 것이다.

 

마나헴은 포고문을 우선 성전의 정문 오른쪽에 크게 붙여 놓았다.

 

산헤드린 공회 재판소 입구와 시온 호텔 앞에도 포고문을 쓰는 대로 붙일 계획이다.

 

워낙 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 곳이라 곧 여럿이 포고문 앞에 모여서 글을 읽으며 한마디씩 하기 시작했다.

 

마나헴은 곁에 서 있는 우루소에게 물었다.

 

자네가 보기엔 어떤가?

 

내가 쓴 포고문인데 읽으면 겁을 좀 먹겠지?”

 

우루소가 머뭇거리며 말했다.

 

제가 글을 잘 몰라서요.”

 

, 참 그렇지.

 

, 그러면 포고문 앞에 모여 있는 사람들 사이에 끼어 들어가서 그들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좀 들어보게.”

 

잠시 후에 그가 돌아와서 말했다.

 

십자가 처형은 가야바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빌라도의 권한이라고 하면서 포고문이 뻥이라는데요?”

 

... 가서 포고문을 떼어 오게.”

 

마나헴은 우루소가 가지고 온 포고문에서 십자가에 매달 것이고십자가형에 처해질 수도 있으며로 고쳐 썼다.

 

사람들이 옛날 같지 않고, 이제 알 필요 없는 법도 꽤 많이 알고 있다.

 

우루소가 다시 붙인 포고문 앞에 사람들이 계속 몰려들고 있었다.

 

 

 

 

누보는 하마터면 바닥에 주저앉을 뻔했다.

 

자기의 눈을 의심하며 손으로 돌멩이를 만져보았다.

 

틀림없이 딱딱한 돌멩이고 손가락에 모래도 조금 묻었다.


웬 돌덩이를 그렇게 들고 왔니?”

 

어머니의 목소리가 꿈에서 들리는 성싶었다.

 

누보는 혹시 꿈인가 하고 손등을 세게 꼬집어 보았다.

 

아침 먹으러 내려가자.”


다시 어머니의 소리가 들렸다.

 

. 잠깐만요. 금방 카잔 형님 방에 다녀올게요.”

 

돌멩이가 가득 든 상자를 그대로 들고 빠른 걸음으로 복도를 걸어가는 누보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상자 속을 본 카잔과 미사엘도 할 말을 잊었다.

 

카잔이 돌멩이를 모두 꺼내 보았다.

 

맨 밑에 반짝이는 은전 한 개가 누보에게 인사하듯 보였다.

 

누군가 급하게 은전을 돌멩이로 바꾼 것이다.

 

마나헴이나 지금 집을 지키고 있는 놈들은 아닐 것이다.

 

대체 누굴까.

 

똑똑노크 소리가 누보를 깨웠다.

 

남은 은전 하나를 주머니에 넣은 후 문 앞으로 갔다.


누구십니까?”

 

나야.”

 

호텔 로비에서 일하는 친구였다.

 

, 무슨 일이야?”

 

누보가 문을 반쯤 열며 물었다.

 

어떤 여자가 지금 로비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어.”

 

윙크하는 친구의 얼굴이 보기 싫었다.

 

, 알았어. 곧 내려간다고 전해줘.”

 

친구는 누보가 요즘 돈을 잘 쓰는 것을 보고 매우 친절해졌다.

 

유리가 왔나 보구먼.”

 

.”

 

카잔의 말에 누보가 힘없이 대답했다.

 

당장 유리에게 돈을 줘야 하는데 다리가 계속 떨리고 유리를 만나기도 무서웠다.


, 이럴 때일수록 침착하게 정신 바짝 차려야지.

 

우선 모두 내려가서 아침부터 먹고 다시 생각해 보세. 무슨 방법이 있겠지.

 

, 그리고 유리는 나발이 붙잡힌 것을 아직 모르니까 그것도 알려줘야겠네.”

 

, 그럼 제가 어머니와 같이 내려갈 테니 두 분이 먼저 내려가세요.”

 

, 그래. 그럼 나발 이야기는 내가 유리에게 먼저 해줄게.”

 

, 그렇게 해주세요.”

 

아무 말이 없던 미사엘이 먼저 일어나며 말했다.

 

나는 집에 가 있을 테니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알려줘.”

 

아침이라도 같이 드시고 가시지요. 애만 쓰시고 너무 죄송해요.”

 

누보도 일어서며 미사엘을 만류했다.

 

천만에, 오랜만에 아침 운동 잘했네.

 

집에 가서 정리할 일도 좀 있고, 난 먼저 가볼게.”

 

, 그러시군요. 그럼 다음에 또 뵈어요.”

 

카잔도 일어나며 미사엘과 악수를 나누었다.

 

미사엘은 오늘 사라 재판을 위해 금식기도를 할 생각이었다.

 

광장호텔 옆으로 조금 걸어가면 회당이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늘은 누보의 집을 다녀올 때처럼 파랗고, 햇볕이 따사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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