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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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130화 ★ 마나헴에게 쫓기는 누보

wy 0 2022.11.09

[크기변환]카잔 +3 collage.png

 

 

다음날 카잔이 누보의 집을 찾아왔다.

 

누보의 어머니가 주름진 손으로 카잔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카잔 님, 우리 누보를 어려울 때마다 도와주셨다는데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네요.”

 

은혜는요, 제가 누보를 좋아해서 한 일입니다.”

 

이렇게 직접 뵈니까 아주 미남이시고 콧수염도 멋있네요.”

 

하하, 고맙습니다.”

 

엄마, 이제 그만하시고 먹을 거나 가지고 오세요.”

 

, 그래. 이거 집이 너무 누추하고 작아서 미안해요. 잠깐만 기다려요.”

 

누보의 집은 흙벽돌로 된 직사각형 방 하나밖에 없고 부엌이 뒤쪽으로 붙어 있었다.


어머니가 부엌으로 나가자 누보가 카잔에게 양가죽으로 만든 주머니를 건네주었다.

 

주머니를 열어 본 카잔이 눈을 크게 떴다.

 

이렇게 많은 돈을 받아도 될까

 

당분간 아무것도 안 해도 되겠네.”

 

형님이 도와주신 걸 생각하면 약소하지요

 

어서 집어넣으세요.”

 

카잔이 망토 속으로 은전 주머니를 넣은 후 콧수염을 한번 만지고 말했다.

 

어머니께서 티베리아 쪽에 집 좀 알아보셨나?”

 

. 3개에 마당도 넓은 집이 많이 나와 있대요.

 

며칠 내에 엄마와 같이 가서 몇 개 보고 정하려고 해요.”

 

, 그래. 시간 맞으면 나도 같이 가서 봐 줄게.

 

그 동네 주택 단지 중에 날림 공사 한 곳이 많아서 겉은 대리석 좀 발라 놓았지만, 겨울에 비 오면 물이 줄줄 새지.”

 

, 그렇군요. 꼭 같이 가주세요

 

엄마도 좋아하실 거예요.”

 

음식을 부엌에서 들고 들어오는 어머니가 누보의 소리를 들었다.

 

뭐 또 기분 좋은 일이 있나 보다?”

 

어머니가 작은 식탁 위에 음식들을 올려놓으며 말했다.

 

카잔 형님이 티베리야 집 보러 같이 가신대요

 

그쪽 집들을 잘 아세요.”

 

, 고마워요. 집도 잘 보시나 봐요.”

 

집뿐만이 아니에요. 로마나 그리스 역사에 대해서도 훤하세요.

 

앞으로 시간을 내서 더 좀 배워야겠어요

 

유리와 대화를 하려면 그런 지식이 필요하지요.”

 

어머니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유리가 누구니?”

 

, 그런 여자 있어요

 

나중에 보시게 될 거예요.”

 

얘는 나한테 비밀도 많다오

 

어디서 무슨 일을 하는 지도 말 안 하고, 여자 친구는 있는지도 몰랐어요.”

 

고자질하듯 카잔에게 말하는 어머니의 얼굴에 기쁨이 가득했다.

 

걱정 마세요. 누보가 잘하고 있고 이제 곧 며느릿감을 데리고 올 거예요.”

 

, 그래요. 우리 누보 장가가는 거만 보면 내가 여한이 없지요.

 

, 어서 와서 드세요. 귀한 손님 오신다고 이것저것 했는데 입에 맞으실지 모르겠어요.”

 

벌써부터 맛있는 냄새가 진동해서 참고 있는 중입니다.”

 

누보와 카잔은 식탁에 앉아 허겁지겁 배를 채우기 시작했다.

 

우리 엄마 음식 솜씨는 이 동네 최고일 거예요.”

 

그래. 정말 맛있네. 오랜만에 많이 좀 먹어야겠다.

 

어머니도 좀 드세요. 통 안 드시네요.”

 

카잔이 어머니에게 말했다.

 

나는 두 사람이 맛있게 먹는 거 보는 게 더 배불러요.

 

그런데 카잔 님은 결혼하셨지요?”

 

카잔이 먹던 빵을 꿀꺽 삼킨 후 어머니를 보며 말했다.

 

결혼 안 했습니다.”

 

아니, 그럼 아직 총각이란 말이에요?”

 

호적상은 그렇지요

 

실은 딸이 하나 있습니다.”

 

누보가 식탁에 박은 고개를 들었다.

 

그러세요? 전혀 몰랐어요

 

몇 살이에요?”

 

, 지금 11, 살아 있으면.”

 

카잔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 무슨 사연이 있었군요. 내가 공연히 물어봤네.

 

그 이야기는 식사 다하시고 나중에 하세요.”

 

어머니가 미안해하며 양고기 찜 그릇을 카잔 앞에 밀어 놓았다.

 

, 그러지요. 이 양고기 참 연하게 잘하셨네요. 정말 맛있어요.”

 

우리 엄마가 양고기 찜을 참 맛있게 하세요. 저도 아주 오랜만에 먹네요

 

우리 이사 가면 카잔 형님 좀 자주 오세요. 덕택에 저도 좀 먹게요. 하하.”

 

누보의 웃음소리가 채 끝나기 전에 누가 문을 세게 두드렸다.

 

, 누굴까? 지금 올 사람이 없는데.”

 

어머니가 일어나 나가 보려는 것을 누보가 재빨리 일어나며 말했다.

 

잠깐만요. 내가 누군지 볼게요.”

 

누보가 소리 안 나게 까치발로 문 앞에 가서 문틈 사이로 눈을 대고 보았다.

 

카잔이 긴장하며 망토 속 칼을 잡으려 했는데 물컹하고 아까 받은 주머니가 잡혔다.

 

오늘따라 칼을 가지고 오지 않았다.

 

누보가 카잔과 어머니를 돌아보며 말했다.

 

, 제가 아는 분이 오셨어요. 어휴 놀라라!”

 

누보가 문을 열어주며 반가워했다.

 

레나 님, 웬일이세요. 저의 집에 다 오시고?”

 

빨리 피해야 해요.”

 

그녀는 들어오자마자 큰 소리로 말했다.

 

엄마에게 레나를 소개해 주려던 누보가 또 한 번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왜요?”

 

마나헴이 이쪽으로 오고 있어요.”

 

그녀의 입에서 누보가 걱정하던 말이 튀어나왔다.

 

“아, 우리 집을 아나요?”

 

지난번 누보가 적어준 주소가 바로 이 근처라서 지금 그 집을 중심으로 가까운 집을 계속 수색하고 있어요.

 

마나헴과 우르소가 나가자마자 내가 지름길로 뛰어온 거예요.”

 

카잔은 직감적으로 우르소가 그때의 황소라는 것을 알았다.

 

어서 피하는 게 좋겠다.”

 

카잔이 누보에게 말했다.

 

그래, 빨리 피해야 해요.”

 

레나가 계속 숨을 몰아쉬며 서둘렀다.

 

누보의 어머니는 식탁에서 일어난 채로 계속 서 있다가 누보에게 물었다.

 

저 인도 여자분은 누구시니?”

 

나중에 말할게요. 지금은 우선 모두 피해야 해요.

 

부엌으로 빠져서 뒷문으로 나가지요.”

 

그래, 그런데 먹던 음식이라도 치우고 가야지.”

 

지금 그럴 시간이 없어요.” 레나가 야단치듯 말했다.

 

, 엄마. 지금 나가야 해요.”

 

누보가 어머니의 팔을 잡고 급히 부엌으로 나가다 문득 멈추었다.

 

카잔 형님, 엄마 모시고 호텔 방에 먼저 좀 가 계세요.

 

레나 님도 먼저 나가세요. 저는 곧 따라갈게요.”

 

누보는 이제 이 집에 못 올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앞마당에 묻어 놓은 은전 상자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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