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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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193화 ★ 빌립 왕 사망

wy 0 2023.06.18

 

전하, 요즘은 구사를 불러 꿈 해몽을 별로 안 하시나요?”

 

여리고 별장에서 예루살렘으로 돌아와 식사를 하는 헤롯 왕에게 왕비가 물었다.

 

요즘은 내가 꿈을 별로 안 꾸네요. 왕비께서 꾸는 꿈이 있으면 구사를 불러 물어보세요.”

 

헤롯은 지난번 구사에게 들은 꿈 해몽을 왕비에게 말하지 않았다.

 

저는 궁금한 일이 있는데 꿈에 나타나지가 않네요.”

 

무슨 일이 그리 궁금하시오?”

 

저야 늘 전하와 관계되는 일이니까, 빌라도가 언제 바뀔지, 또 황제께서 언제까지 건강하실지 이런 일들이지요.”

 

고맙소. 왕비 덕분에 어려운 일이 있어도 잘 풀려나갈 것이오

 

혹시 어려서 갈리아 지방에 간 적이 있었나요?”

 

갈리아요? 비엔나가 있는 갈리아 지방 말씀인가요?”

 

그렇소이다.”

 

거기는 제가 가 본 적이 없지요. 왜 그러시나요?”

 

아니요. 그냥 거기가 어떤 곳인지 궁금해서 혹시 하고 물어봤어요.”

 

구사가 한 말이 계속 찜찜했다.

 

나중에 왕비가 갈리아 지방에 가자면 안 가는 게 좋겠다는 지난번 꿈 해몽의 말이었다.

 

헤롯이 점심을 끝내자 시종이 들어왔다.

 

전하, 안나스 제사장께서 뵙기를 청하옵니다.”

 

들어오시라 해라.”

 

안나스의 퉁퉁하고 혈색 좋은 얼굴이 조금 굳어 보였다.

 

전하, 급히 보고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습니다.”

 

무슨 일인데 그러십니까?”

 

안나스가 왕비에게도 정중하게 고개를 숙인 후 말했다.

 

빌립 왕께서 운명하셨습니다.”

 

헤롯이 자리에서 반쯤 일어나며 물었다.

 

그래요? 언제요?”

 

어젯밤 늦게 운명하셨다고 합니다.”

 

빌립은 선친 헤롯 대왕이 유대 땅을 삼등분하여 나눠준 세 아들 중 한 사람으로서 헤롯의 친동생이었다.

 

헤로디아가 처음 결혼한 빌립은 이름은 같지만, 사촌으로서 로마에 있는 다른 빌립이다.

 

확실한가요?”

 

헤로디아가 얼굴이 환해지며 물었다.

 

, 왕비님. 틀림없습니다.”

 

안나스도 미소를 띄며 계속 말했다.

 

국상을 선포하고 내일부터 조문객을 받는다고 합니다.”

 

구사의 꿈 해몽에 빌립의 신상에 곧 변화가 생긴다고 하지 않았던가

 

역시 그의 해몽이 참 대단하다고 느꼈다.

 

, 그러면 우리도 내일 가봐야겠구려.”

 

헤롯이 왕비의 동의를 구하듯 말했다.

 

, 당연히 그래야지요.”

 

헤로디아는 기쁜 표정을 감추느라 애쓰고 있었다.

 

헤롯 왕이 안나스 옆에 서 있는 시종에게 말했다.

 

구사를 즉시 들어오라고 해라.”

 

시종이 나가자 안나스가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그런데 전하, 내일은 빌라도 총독이 이곳에 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아 참, 그렇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안나스가 두터운 입술을 얼른 열지 않자 왕비가 말했다.

 

그냥 조문을 가셔야지요. 바로 안 가면 오히려 트집을 잡힐 수 있어요

 

빌라도 총독이 좀 난처해지겠어요. 호호.”

 

총독은 빌립을 다음 유대 전체의 왕으로 밀고 있었다.

 

, 그렇지요. 내가 그 사람 오는 것을 꼭 기다리고 있으란 법도 없는 거고.”

 

, 그럼요. 저도 로마로 가는 일정을 좀 서둘러야겠어요.”

 

헤롯이 고개를 크게 몇 번 끄떡였다.

 

 

 

칼로스 바라바 알렉스 collage.png

 

안토니아 요새로 돌아온 칼로스 천부장은 나발이 탈주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누군가 외부에서 들어와 같이 도망간 것 같다고 합니다.”

 

“음, 누가 들어 왔을까

 

지키는 놈들은 뭐하고 있었나?”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바깥에서 잠근 자물쇠를 누가 풀어 주었답니다

 

보초 두 명을 채찍 20대씩 체벌토록 했습니다.”

 

한심한 놈들이구먼

 

아셀 단장은 잘 지키고 있나?”

 

. 그 사람은 도망가라고 해도 안 갈 겁니다

 

그리스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칼로스의 얼굴에 미소가 스쳤다.

 

바라바와 난동을 부린 자들은 모두 감옥에 처넣었습니다

 

하루 이틀 조사한 후 주동자 서너명은 십자가 처형을 할 계획입니다.”

 

재판 과정 없이 그렇게 해도 되나?”

 

. 현장범으로서 충분히 가능합니다.

 

가야바 대제사장도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사형 언도 서류에 바로 서명을 받아서 우리가 집행하면 됩니다

 

빌라도 총독님도 곧 오시니까요.

 

유대인의 사형 결정은 그들의 법에 따라 산헤드린에서 하지만, 집행은 우리가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 그렇긴 한데. 나발이 도망가서 독수리 깃발의 행방을 물어볼 사람이 없지 않나.

 

바라바는 처형을 미루고 일단 나에게 데리고 오게.”

 

, 알겠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제가 현장 상황을 조사한 바에 의하면 사망자 한 사람은 루고라는 근위대 백부장입니다.

 

이 사람은 뒤에서 창을 맞아 가슴이 관통되어 죽었는데 살해자는 역시 근위대 백부장 맥슨입니다.”

 

아까 내가 본 로무스 근위대장의 부관 말이지?”

 

, 그렇습니다. 이 사건은 사실대로 밝히면 문제가 좀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살해자를 바라바로 조서를 꾸며 가야바에게 넘기도록 하겠습니다.”

 

, 알아서 하게

 

거기 있던 마나헴이라는 자가 시비를 걸지 않을까?”

 

괜찮을 겁니다

 

그자는 이번 바라바 체포를 자기의 공으로 돌리고 싶어서 안달인데, 모르는 척 그의 공을 조금 인정해 주면 입을 다물 겁니다.”

 

그자가 바라바가 거기 나타날 줄 알고도 우리에게 말을 안 한 것 같다고 했지?”

 

, 저희가 조금만 늦게 갔으면 모두 놓칠 뻔했습니다.”

 

그래. 그 사람 관상을 봤더니 욕심이 그득해서 뭔 일낼 것 같더구먼.”

 

, 앞으로도 조심하는 게 좋겠습니다.”

 

, 여하튼 바라바를 곧 나에게 데리고 오게.”

 

, 알겠습니다.”

 

알렉스가 가벼운 걸음으로 방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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