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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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179화 ★ 감람산에서 손님 기다리는 사람들

wy 0 2023.04.29

바라바 일행은 짐을 꾸려서 남의 눈에 안 띄게 조용히 야곱 여관을 빠져나왔다.

 

미리 지급한 여관비가 아까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오늘은 감람산에서 대원들과 같이 야영을 할 생각으로 산기슭에 이르렀다

 

주위가 어둑어둑해지자 벌써 추위가 느껴졌다.

 

참 생각할수록 그놈이 운이 좋단 말이야.

 

내일 재판만 아니면 제 발로 기어들어 오는 놈을 때려잡기만 하면 되는데.”

 

헤스론은 마나헴을 못 잡아 계속 투덜거렸다.

 

[크기변환]1감람산 231BAE4D51F5563E18.jpg

 

산을 조금 걸어 오르니 서쪽으로 거룩한 성전이 보이기 시작했다

 

황금색 둥근 성전 지붕이 어스름히 떠오르는 듯했고 그 위에 샛별 하나가 어둠을 밝힐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해가 떨어지며 산에 올라오는 사람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모퉁이를 돌아서자 길가에 몇 명의 사내가 앉아서 군불을 쬐고 있었다

 

무심코 지나려는데 그들이 말을 걸었다.

 

손님, 지금 어디 가시는 길입니까?”

 

손님이라는 말이 좀 이상했다

 

돌아보니 인상이나 행색이 별로 좋지 않았다.

 

손님이라니, 왜 우리가 손님입니까?” 아몬이 물었다.

 

그중 우두머리인 듯한 바짝 마른 사내가 슬슬 일어서며 말했다.

 

감람산 여관에 올라오시니까 손님이지요.”

 

자세히 보니 손에 몽둥이를 들고 있었다.

 

이 산은 유월절 앞두고 올라가려면 입장료를 내야 하는데 그것도 몰랐소?”

 

그가 낄낄거리며 다가왔고 뒤에 있던 동료들도 일어나 오고 있었다.

 

모두 5명이었다

 

가까이 오던 사람이 헤스론의 덩치를 보자 더 오지 않고 말했다.

 

원래는 한 사람당 1데나리온을 받는데 여러분은 인상이 좋으니 모두 합해서 1데나리온만 내고 올라가시오.”

 

헤스론이 나서려는 것을 아몬이 손으로 막으며 물었다.

 

, 그래요. 낼 땐 내더라도 누군지는 알고 내야겠는데.”

 

그렇게 물어보면 말씀을 해드려야지.”

 

사내가 입맛을 한번 다시고 계속 말했다.

 

우리는 열성당 소속 감람산 안전 단원들이오.”

 

아몬이 피식 웃으며 되물었다.

 

들어는 본 것 같은데 그게 뭐 하는 단체지요?”

 

보아하니 유대인들 같은데 아직 열성당도 모른단 말이오

 

혹시 유월절을 지내러 외국에서 온 분들인가

 

그러고 보니 저 사람은 모자가 이집트 모자 같기도 하고.”

 

지금 열성당의 당수는 누굽니까?”

아몬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마른 사내가 조금 주춤거렸다.

 

우리 열성당은 철저한 점조직으로 운영되어서 당수가 누군지 잘 모르고 알아도 말할 수 없소.”

 

어디서 좀 듣긴 들은 것 같았다

 

아몬이 빙긋 웃고 말했다.

 

바로 저분이 열성당의 바라바 당수님이시오.”

 

사내가 눈을 몇 번 껌뻑거린 후 말했다.

 

, 이놈들이 사람을 가지고 노네

 

말로 해서는 안 되겠다.”

 

그의 말이 떨어지자 뒤에 있던 네 명도 각자 몽둥이를 들고 다가왔다.

 

, 마지막으로 묻겠다

 

1데나리온을 순순히 내놓고 올라가겠느냐 아니면 가지고 있는 돈을 다 빼앗기고 팔다리가 부러져서 고향으로 돌아가겠느냐?”

 

그는 바라바 일행을 외국에서 온 유대인으로 확신했고 덩치 큰 사람이 하나 있지만, 싸움꾼 다섯 명이 순례객 세 사람은 문제없다고 믿었다.

 

뒤에서 바라바가 나오며 말했다.

 

“1데나리온을 내놓고 올라가는 게 좋겠소.”

 

마른 사내가 그러면 그렇지 하는 표정으로 만족한 웃음을 흘렸다.

 

그전에 당신들이 열성당이라는 목찰만 보여주시오

 

그러면 즉시 돈을 주겠소.”

 

바라바가 다시 점잖게 말했다.

 

, 그러지 뭐

 

근데 좀 어두워서 잘 보이려나

 

여기 있으니 잘 보시오.”

 

사내가 다가오며 왼손을 주머니에 넣는 척 하더니 갑자기 몽둥이를 들어 바라바의 머리를 내리쳤다.

 

바라바가 슬쩍 옆으로 피하면서 그대로 몸을 돌려 사내의 명치 끝을 발차기로 적중시켰다

 

사내는 헉하고 숨 막히는 소리를 낸 후 벌렁 나가떨어졌다.

 

예상치 못한 사태에 뒤에 서 있던 네 명이 주춤거리더니 동시에 바라바에게 덤벼들었다

 

바라바가 이집트 두건을 아몬에게 건네주며 다시 공중으로 몸을 솟구쳤다.

 

덤벼드는 사내의 어깨를 밟고 옆에 있던 또 한 사람의 면상을 왼발로 가격했다

 

그리고는 비틀거리는 그의 가슴을 발판 삼아 뒤에서 덤비는 놈의 정수리를 오버헤드킥으로 강타했다.

 

순식간에 세 사람이 쓰러졌다

 

나머지 두 놈이 서로 얼굴을 보더니 재빨리 숲속으로 달아났다.

 

바라바가 제일 먼저 쓰러진 마른 사내에게 다가가 그의 상의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공포에 질려 얼굴이 하얗게 변한 그가 애걸했다.

 

용서해 주세요. 사람을 몰라뵙고 잘못했습니다.”

 

혹시 열성당 목찰이 있나 했는데 동전 1데나리온만 나왔다

 

동전을 다시 넣어주며 바라바가 말했다.

 

앞으로 여기서 다시는 이런 짓을 하지 마시오.”

 

. .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서로 부축하며 숲속으로 사라지는 세 사람의 뒤에다 대고 헤스론이 외쳤다.

 

영광인 줄 알아 이것들아. 어디서 까불고 있어.”

 

이집트 두건을 다시 받아 쓰는 바라바에게 아몬이 말했다.

 

실력은 여전하구먼. 우리는 몸 풀 시간도 안 주네.”

 

누가 아니래. 나는 막 짐을 벗어서 내려놨는데, 허허.

 

헤스론이 진짜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산길을 따라 조금 더 올라가니 산 중턱에 넓은 공간이 나오고 단원들의 텐트가 보였다

 

바라바 일행을 발견한 로벤이 얼른 그들의 짐을 받으며 아몬에게 말했다.

 

갑자기 웬일이세요? 제가 내일 아침 일찍 가 뵈려고 했는데.”

 

, 여관에 사람들도 많고 오늘 저녁에 자네와 상의할 일도 좀 있고 해서.”

 

산속의 해는 완전히 저물었고 단원들이 횃불을 텐트 옆 긴 막대에 설치하고 있었다

 

큰 텐트가 3, 작은 텐트가 2개 있는데 겉으로 봐서는 어느 회당에서 야외 모임을 온 듯 보였다.

 

저녁 아직 안 드셨지요? 저기 제 텐트로 가셔서 식사부터 하시지요.”

 

, 그러지.”

 

헤스론이 성큼성큼 앞서 걸어갔다

 

단원들이 이 사람들이 누군가 하는 눈으로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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