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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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188화 ★ 폭풍 전야

wy 0 2023.05.31

마나헴이 산헤드린 재판소의 재판 일정을 보니 오전에 3개가 있고 오후에 4개가 있는데, 어느 것이 곰과 관련된 재판인지 알기 어려웠다.

 

답답하지만 처음부터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우르소가 재판소 입구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을 은밀히 지켜보다가, 놈들이 나타나면 당장 연락을 할 것이다.

 

어제 야곱 여관에 모였던 경비대 5명도 다시 나왔다.

 

마나헴이 그들에게 오늘 작전이 성공하면 어제보다 두 배의 보너스를 지급하겠다.”라고 말했다.

 

10시 재판이 시작되려면 시간이 남아서 가야바 대제사장에게 인사도 할 겸 판사 대기실로 올라갔다.

 

마나헴을 아는 법원 경호원이, 안에 손님이 있다며 잠시 기다리라고 했다.

 

들어오시랍니다.”

 

경호원이 나오며 문을 열어 주었다

 

안에는 얼마 전 가야바의 집에서 만났던 사람이 있었다

 

언뜻 이름이 기억 안 났다.

 

안녕하세요. 대제사장님. 오늘까지 재판이 많으시네요.”

 

아침부터 여기는 웬일이요?”

 

, 요즘 유월절을 앞두고 재판소 치안을 한 번 점검해 보려고 왔습니다.”

 

마나헴은 가야바에게도 자세한 말을 하지 않았다.

 

바라바를 잡은 후 바로 안나스에게 먼저 보고할 계획이었다

 

혹시 오늘 놈들이 안 나타나면 체면만 구기게 된다.

 

어제 눈치를 채고 여관에서 피한 놈들이라 오늘도 확실히 온다는 보장은 없다.

 

안녕하세요. 지난번에 뵈었지요. 가낫세 변호사입니다.”

 

, 안녕하세요. 두 분이 말씀 중이신데 제가 방해를 한 것 같습니다

 

인사만 드리러 왔으니까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가야바가 앉으라는 말을 안 하는 걸로 봐서 빨리 나가는 게 나을 성싶었다.

 

, 그래요. 오늘 재판 때문에 변호사와 좀 상의할 일이 있어서요.”

 

두 사람에게 고개를 숙이고 나온 마나헴은 재판소 입구로 다시 가 보았다.

 

10시 재판이 곧 시작될 텐데 우르소가 저쪽에서 머리를 가로젓는 것으로 봐서 놈들이 아직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오늘따라 재판이 많아서 그런지 방청객이 상당히 많이 들어가고 있다.

 

마나헴 알렉스 헤제키아 collage.png

 

마나헴 서리님, 여기서 또 만나네요.”

 

돌아보니 알렉스 백부장과 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빨리 경비대장 서리의 서리자를 떼야 백부장보다는 확실히 지위가 한 단계 올라갈 것이다.

 

알렉스가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바라바가 시온호텔 근방에 있다는 첩보가 있습니다.”

 

바라바가요?”

 

곰이 나타나더니 바라바 놈도 역시 근처에 있고, 오늘 재판에도 올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 이 사람이 바라바의 얼굴을 잘 아는 사람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헤제키아라고 합니다. 마나헴 님이시지요?”

 

. 나를 어떻게 아나요?”

 

사내는 큰 덩치여도 눈치가 빠르게 생겼다.

 

저는 아셀 당수님 경호팀장이었습니다

 

아셀 님과 같이 감옥에 있을 때 마나헴 님이 오셨었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 그렇군요. 아셀 님은 지금 잘 계시지요?”

 

. 칼로스 천부장 님 덕분에 건강하게 잘 계십니다.”

 

마나헴이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혹시 바라바에 대해 무슨 정보가 있으면 서로 협조하기로 합시다.”

 

알렉스의 말이었다.

 

, 그럼요. 아무래도 시온 호텔에 나타날 것 같네요.”

 

마나헴이 고개를 돌려 호텔 쪽을 넌지시 바라보았다.

 

 

 

 

헤로디아는 아침에 머리가 좀 무거웠다.

 

어제 술을 좀 많이 마신 듯했다

 

아무래도 나이가 50이 넘으니까 이제 예전과 같지 않다.

 

오늘 헤롯 전하가 여리고에서 오기 전에 나름대로 스트레스를 좀 풀려 했는데 술이 과했다.

 

아침을 맑은 양파 수프와 밀전병으로 가볍게 먹으며 어제 파티를 생각했다

 

안나스는 나이가 있으니 그런 모임에 잘 오지 않지만, 가야바는 늦게라도 참석해야 했다

 

은근히 괘씸했다.

 

요즘 빌라도 쪽에 신경을 많이 쓰고 왕실은 등한시한다

 

대제사장 한 지 10년이 넘었으니 적당한 기회에 요나단으로 바꾸는 게 좋겠다.

 

안나스 영감도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칼로스 천부장이 파티 도중에 갑자기 일어난 것도 속이 상했다.

 

은근히 젊은 천부장이 마음에 들었는데, 목욕탕에 들어가 몸매를 과시하기도 전에 나가 버렸다

 

김이 새서 목욕탕에서 금방 나와버렸다.

 

바라바를 잡으러 칼로스가 미리 여기 왔다니, 빌라도가 속으로는 상당히 초조한 것 같다.

 

그의 정치적 후원자인 세야누스가 하루아침에 처형된 후, 바라바가 제시한 두 가지 요구사항에 빌라도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만약 세야누스가 건재했다면 지난번 바라바가 주도한 대규모 시위는 엄청난 사상자가 발생했을 것이다.

 

빌라도가 작전을 바꾼 것이다

 

공개적인 무력 진압은 당분간 자제하면서 뒤에서 조종하는 세력을 잡으려는 것이다.

 

바라바가 지금 이렇게 위험한 곳에 왜 왔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혹시 루브리아와 무슨 관련이 있나 하는 생각도 언뜻 들었다.

 

여하튼 이번 유월절이 끝나면 곧바로 로마에 가서 티베리우스 황제와 칼리쿨라를 만나야 한다.

 

황제를 먼저 카프리 섬으로 찾아가 빌라도에 대한 그의 생각을 알아보고, 만약 별로 탐탁치 않게 생각하시면 다른 사람으로 바꾸도록 말씀드릴 것이다.

 

유대 땅의 총독 자리는 사실 별로 오려는 사람이 많지 않다

 

기후가 나쁘고 자주 민란에 시달려서 여간 잘하지 않고는 생색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황제가 칼리쿨라에게 마음이 많이 기울어 있는 듯하면, 이번에 가지고 가는 금괴를 대부분 칼리쿨라에게 주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루브리아가 중간에 다리를 잘 놓아주어야 한다.

 

혹시 칼리쿨라가 루브리아를 마음에 두고 있다면 더욱 잘된 일이다

 

몇 년 전 결혼한 그가 부인과 사이가 안 좋다는 소문이 있다.

 

만약 이혼하고 루브리아와 결혼한다면 헤롯 왕이 유대 전체의 왕이 되는 것은 시간 문제이다.

 

한 가지 변수는 티베리우스 황제의 손자인 가멜루스이다.

 

아직 10대 초반인 그를 황제가 총애하고 있으니 만약 그가 클 때까지 황제가 건강하게 제국을 통치한다면 대권은 가멜루스에게 갈 가능성이 높다.

 

사실 칼리쿨라도, 두 형이 모두 황제 반역죄로 외딴 섬에 유배돼서 젊은 날에 죽지 않았으면 그의 차례가 올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런 일은 그야말로 하늘이 정해 주는 법이다

 

그래서 가끔 헤롯 왕이 꿈 해몽을 잘하는 구사를 불러 그의 꿈에 대해 물어보는데, 요새는 별로 꿈을 안 꾸는지 그런 말이 없다.

 

양파 수프를 한 그릇 더 가져오며 시녀가 말했다.

 

헤롯 전하께서 여리고에서 이쪽으로 떠나셨답니다.”

 

과음한 다음 날 먹는, 양파를 볶은 따끈한 수프는 그녀의 속을 풀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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