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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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135화 ★ 아리스토텔레스의 관상학

wy 0 2022.11.27

 헤롯은 꿈에서 어린 시절로 돌아갔다.

 

로마에서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귀여움을 받으며 그의 형제들과 같이 교육받고 자랐다.

 

선친인 헤롯 대왕은 평생 로마 집권자들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여 권력을 유지했다.

 

아우구스투스 초대 황제는 헤롯 대왕의 뛰어난 능력은 인정했으나 신뢰하지는 않아서, 그의 세 아들과 친척들을 조기 교육을 핑계 삼아 인질로 불러들였다.

 

꿈에서 10살 정도의 빌립과 헤로디아는 헤롯을 싫어했다.

 

헤롯은 그 두 사람을 쫓아다니며 같이 놀자고 했으나 그들은 늘 언덕을 넘어설 때마다 날개가 나와서 하늘로 날아갔다.

 

헤롯은 날개가 없어서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빌립의 날개 한쪽이 갑자기 떨어져 나가며 땅에 떨어졌다.

 

꿈에서도 헤롯은 이것은 내가 그리스 신화를 많이 읽어서 이런 꿈이 나타난다고 생각했다.

 

떨어진 빌립은 죽지 않고 가볍게 먼지를 털고 일어났다.

 

헤롯이 뛰어가서 괜찮으냐고 물었는데, 일어나 그를 바라본 사람은 빌립이 아니고 그가 처형시킨 세례 요한이었다.


헤롯은 기겁을 하고 뒤돌아 도망가기 시작했다.

 

헤롯은 도망가면서 헤로디아에게 도와달라고 소리쳤다.

 

날개 달린 헤로디아가 하늘에서 내려와 그를 붙잡고 언덕 너머로 옮겨주었다.

 

헤롯은 고마워서 그녀에게 장차 크면 너를 색시로 삼겠다고 말했다.

 

그녀는 내 남편은 왕이 될 사람인데 너는 왕이 아니라고 냉정하게 대꾸했다.

 

그때 또 헤로디아의 얼굴이 변해서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얼굴이 되었다.

 

헤롯이 황제에게 머리 숙여 인사하고 다시 보니, 목 위의 그의 얼굴이 바뀌며 다른 사람이 되었는데 얼굴에 빛이 나서 알아볼 수 없었다.

 

깜짝 놀라서 잠이 깬 헤롯이 구사에게 들어오라는 연락을 한 것이다.

 

여기까지 들으며 헤롯의 말을 기록하던 구사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전하, 이 꿈을 소신에게 잘 말씀하셨나이다.

 

제가 언뜻 생각하기에는 앞으로 전하에게 좋은 기회가 올 것 같습니다.”

 

, 그런가. 어서 해몽을 해 보시게.”

 

전화, 소신에게 하루만 시간을 주시옵소서.

 

이 꿈은 제가 목욕재계하고 기도 가운데 해석한 후 다시 들어와서 자세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헤롯은 하루 더 기다리기로 했다.

 

 

 

나발이 끌려간 곳은 감옥이 아니고 실제로 중앙회당이었다.

 

중앙회당 뒤편에 비밀통로가 지하로 있어서 그곳을 통과하니 옆집으로 올라갔다.

 

이 정도 아지트를 만들 정도면 탈출은 어려울 성싶었다.

 

그동안 중앙회당을 가끔 드나들면서도 감쪽같이 몰랐고 여기 랍비도 이들과 한통속일 것이다.

 

헤제키아가 이끄는 대로 어느 방으로 들어가니 머리 색깔만 하얀 로마 천부장 한 사람이 그를 맞았다.

나발 천부장 collage.png

 

나발의 포승을 풀어 주시오.”

 

그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위엄 있었다.

 

군인들이 포승을 풀어주자 천부장은 헤제키아까지 방에서 나가라고 한 후 나발에게 말했다.

 

나는 빌라도 총독의 제2부속실장 칼로스 천부장이라 하오. 거기 앉으시오.”

 

나발이 정중히 고개를 숙이고 얌전히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하지만 이상하게 그는 나발의 얼굴만 뚫어지게 계속 보았다.

 

시간이 정지된 것 같다고 느꼈을 때 천부장이 입을 열었다,

 

그리스의 위대한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 선생을 아시오?”

 

처음 질문으로는 전혀 예상 못 했던 물음에 나발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 들어는 봤습니다.”

 

또 잠시 시간이 멈춘 후 두 번째 질문이 나왔다.

 

로마의 위대한 카이사르 장군의 얼굴을 아시오?”

 

옛날 은전에서 본 것 같은데 기억은 안 납니다.” 천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 이번에는 좀 쉬운 질문을 하겠소.

 

지난번 면회 때 아셀 당수가 시위하지 말라고 했는데 왜 시위를 강행했소?”

 

나발은 뭐라 대답하는 게 좋을지 순간 머리를 굴렸다.

 

, 저는 당수 님의 지시대로 전했는데 다른 사람들이 반대하는 바람에

 

나발이 말꼬리를 흐렸다.

 

다른 사람이란 바라바지요?”

 

나발은 대답하지 않았다.

 

침묵은 재판에서도 간접적 동의로 표시되는 걸 알고 있지요?”

 

나발은 또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아셀 당수도, 나발이 지시를 어길 리는 없고 내부 강경파들이 시위를 강행했다고 믿고 계시오.”

 

아셀 당수 님은 어디 계신가요?”

 

내가 편안하게 잘 모시고 있소. 곧 만나게 될 거요.

 

앞으로 나발이 아셀 당수의 일을 물려받아야 할 테니까.”

 

나발의 눈이 커졌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으시오.”

 

나발이 허리를 펴고 앉았다.

 

아리스토텔레스 선생이 쓰신 *관상학이라는 책이 있소.

 

위대한 과학자이자 철학자인 그 분이 쓰신 많은 책 중에 별로 알려지지는 않은 책이오.

 

하지만 나는 그 책이 얼마나 정확한지 알고 있소.

 

사람의 관상이 그의 과거와 미래를 정확히 말해주고 있다는 걸 그 책을 통해 알게 되면 소름이 끼칠 정도지요.

 

로마제국을 일으키며 세계의 황제가 되기 위해 싸운 영웅들의 운명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 그 책을 보면 다 알 수 있어요.”


! 그런가요?” 나발의 입에서 감탄의 소리가 나왔다.

 

그렇소. 카이사르 장군을 비롯하여 예루살렘을 점령했던 폼페이우스 장군, 그 후에 안토니우스, 크라수스, 옥타비아누스 장군 등의 얼굴 특징이 다 나와 있어요.”

 

, 옥타비아누장군은 나중에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가 되신 분이지요?”

 

나발이 중간에 아는 척을 했다.

 

그렇소. 심지어 카이사르 장군의 양아들이었던 부르투스가 장군을 살해할 얼굴이라는 것도 알 수 있지요.”

 

나발은 아리스토텔레스가 그런 책을 지었나 생각하며 천부장의 얼굴을 자세히 보았다.

 

그리스 조각같이 잘 생겼는데 그의 나이도 정확히 모르겠고 무언가 얼굴에 가면을 씌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처음 잡혔을 때의 긴장과 공포는 없어지고 머리만 잘 쓰면 이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을 듯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관상학

 

고대 서양에서 쓰인 가장 영향력 있는 관상학 책이다.

엄밀히 말하면 이 책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술이 아니고, 그의 학문을 이어받은 어느 소요학파 계열의 학생이 기원전 3세기경에 쓴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 책은 관상학의 전형이 되었고, 이후에 저술된 서양 관상학 책들은 대부분 아리스토텔레스의 관상학을 기본으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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