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나헴이 은밀히 알아본 바로는 로고스 클럽이라는 모임이 있는데 거기 멤버 중 산헤드린 의원 몇 명이 나사렛 예수와 친밀한 사이였다.
니고데모와 요셉인데 특히 요셉은 예수의 시신을 십자가에서 내려서 본인의 별장이 있는 가족 돌무덤에 장사를 지냈다는 것이다.
칼로스가 알아보라는 사람들이 이 두 사람이 틀림없는데, 문제가 좀 있었다.
산헤드린 의원이라는 신분도 조심스럽지만, 그들 모임에 안나스의 아들 요나단 제사장이 있는 것이다.
자칫 잘못해 요나단의 심기를 건드리면 좋을 것이 하나도 없다.
먼저 요나단과 두 사람의 관계를 알아보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요나단 님, 그간 편안하셨습니까?”
“오랜만입니다. 승진을 축하드립니다. 마나헴 님”
“감사합니다. 요나단 님이 후원해 주신 덕분입니다.”
마나헴이 승진 인사를 겸해 요나단의 사무실을 방문하였다.
날이 갈수록 요나단의 주위에 사람들이 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가야바의 임기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오래지 않아 대제사장의 자리가 요나단에게 갈 것을 모두 알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태도나 발언이 더 무게 있게 느껴졌다.
먼저 사마리아인들의 동태가 심상치 않다는 것과 이른 시일 내에 토벌군 파병을 칼로스 천부장에게 건의했다고 알려주었다.
요나단의 반응은 조심스러웠다.
“제가 알기로는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유혈진압을 하지 말라는 황제의 지시가 빌라도 총독에게 내려와 있을 겁니다.
잘 움직이려 하지 않을 거예요.
우리 자체 경비대만으로 토벌이 가능할까요?”
“아, 그래서 칼로스의 반응이 별로 시원치가 않았군요.
우리 경비대만으로는 어렵습니다.”
“음, 그렇다고 국경에 배치돼 있는 군대를 동원하기는 어려울 텐데요.”
“네, 지금은 어렵습니다. 로마군의 지원이 꼭 필요합니다….
음, 그리고 칼로스 천부장이 저에게 산헤드린 의원 몇 사람의 뒷조사를 부탁했는데 나사렛 예수의 소문과 연관된 일입니다.
아리마대 요셉의원이 가족 돌무덤에 예수를 장사 지낸 후 몰래 옮겨서 그가 살아났다는 소문을 퍼뜨리는 듯합니다.”
여기까지 말하고 마나헴은 요나단의 반응을 살폈다.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그분이 나사렛 예수에 대해 생전에 호의적이긴 했지만 그럴 이유가 없습니다.”
요나단의 어투가 강경했다.
“아, 요나단 님이 잘 아시는 분인가요?”
“네, 저와 개인적으로 가까운 분이고 같이 모임도 하고 있지요.”
“그러면 뭐 조사해 볼 필요도 없겠습니다.
여하튼 지난번 나사렛 예수를 잡을 때 그의 제자들까지 싹 잡을 수 있었는데 왜 가야바 대제사장님이 못 하게 하셨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랬으면 지금 같은 헛소문은 아마 생기지도 않았을 텐데요.”
마나헴이 은근히 가야바를 비난했으나 요나단이 별 대꾸를 안 했다.
문밖에서 대기하는 사람이 많으니 이제 슬슬 일어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럼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며칠 내에 안나스 어르신께도 사마리아 상황을 보고드릴 계획입니다.
요나단 제사장님께서도 계속 각별히 지원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네, 그럼요. 당연하지요.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사무실을 나오며 마나헴의 머릿속 수사 대상에서 요셉과 니고데모는 깨끗이 지워졌다.
그들이 예수의 시신을 옮긴다는 것은 마나헴이 생각해도 그럴 이유가 전혀 없었고, 그러거나 말거나 요나단의 심기를 건드릴 필요가 없었다.
대신 그의 머릿속은 빨리 사마리아로 쳐들어가 모두 일망타진한 후, 유리 모녀를 붙잡고 그들의 죄를 심판하는 장면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바라바와 사라는 다시 세겜으로 향했다.
누보를 만나 예루살렘에 있는 가낫세라는 변호사에게 줄 보석금을 지원받기 위해서다.
어차피 계약금을 받기 전에는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는 사람이니 돈을 가지고 가는 것이 시간을 단축하는 방법이라는 요한 님의 권유였다.
키가 작은 마차꾼이 막달라를 지난 후 사마리아로 들어가는 산길을 오르기 전 마차를 세웠다.
말에게 물을 마시게 할 겸 잠시 쉬기 위해서다.
“요즘 세겜으로 가는 사람들이 꽤 있어요.
혹시 손님들도 황금 성배인가 하는 거 때문에 가시나요?”
“아니요. 우리는 거기 만날 사람들이 있어서….”
바라바가 간단히 대답했다.
“요즘 두 가지 재미있는 소문이 있는데 하나는 그 황금 성배의 주인이 제2의 모세가 돼서 사마리아의 독립을 800년 만에 다시 이룬다고 해요.”
“황금 성배는 이미 미트라교에서 자기네들이 가지고 있다고 발표했잖아요?”
“가지고만 있으면 뭐 해요. 그 비밀을 찾아야지요.
모세처럼 십계명이 돌판에 새겨져 있다거나 그런 뭔가 특별한 것이 있을 거예요.”
마차꾼들이 세상 돌아가는 소식에 빠르기는 하지만 황금 성배의 소문은 이미 상당히 퍼진 듯했다.
“또 한 가지 소문은 뭔가요?”
사라가 물었다.
“나사렛 예수가 얼마 전 열성단의 바라바 대신 십자가 처형을 당했는데 다시 살아나서 갈릴리호숫가에 나타났대요.”
“어머, 그 소문도 벌써 아시는군요.
저도 그분의 제자분들께 그렇게 들었어요.
그런데 열성단의 바라바는 보신 적이 있나요?”
“제가 직접 본 적은 없지만, 황소도 맨손으로 잡을 수 있는 장사라고 해요.
키가 2m가 넘고 눈에서는 번개 같은 빛이 뿜어 나온대요.”
마차꾼이 바라바와 사라를 쳐다보며 계속 말했다.
“여하튼 바라바는 우리 갈릴리의 자랑이에요.
앞으로 열성단이 점점 세력이 커질 텐데 본격적인 군사 훈련을 위해 젊은이들을 모집하고 있어요.”
“아, 그래요? 열성단을 잘 아시나 봐요.”
“네, 제 친구는 마차꾼 그만두고 열성단의 나발 장군 밑으로 갔어요.”
“나발 장군이 누군가요?”
사라가 다시 물었다.
“갈릴리 사시면서 나발 장군을 모르세요?
열성단 제2인자인데 지략이 뛰어나고 용맹해서 바라바의 후계자라고 보면 돼요.”
사라가 고개를 끄덕이자 마차꾼의 말이 이어졌다.
“나도 반년만 이 짓 더하고 열성단으로 들어가려고 해요.
로마 놈들도 나쁘지만, 그 앞잡이들이 더 나빠요.
얼마 전에도 시꺼먼 황소 같은 놈이 행패를 부리는 바람에 혼났어요.
세겜에 모시고 간 고객의 위치를 알려달라고 했지만, 끝까지 말 안 했죠.
바라바가 그런 놈들부터 혼을 좀 내주면 좋겠어요.”
마차꾼이 말하는 사람이 어쩐지 우르소 같았다.
말에게 충분히 물을 먹인 마차는 곧 평원지대를 지나 사마리아 경계를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