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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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324화 ★ 뱀을 집어 올리며 무슨 독을 마셔도

wy 0 2024.09.18

사라는 공원에서 미사엘을 만나고 집으로 돌아왔다.

 

벤치 뒤 대추야자 나무 기둥에 쓰여 있는 두 사람의 이름을 일부러 보지 않았다.

 

그녀가 미사엘에게 좀 더 시간을 달라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

 

미사엘은 고개를 숙이고 잠시 아무 말을 하지 않더니 혹시 나병환자들을 돌보는 일이 자신이 없어서 그런 것인지 물었다.

 

사라는 솔직히 그런 면도 없지 않으나 그것만은 아니라고 대답했다.

 

잠시 후 미사엘이 사라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자기는 기다릴 테니 아무 걱정 말고 마음을 잘 정리한 다음 알려 달라고, 전혀 부담 갖지 말고 천천히 생각하라고 말했다.

 

미안한 마음에 더 앉아 있지 못하고 몸을 일으켜 종종걸음으로 집으로 왔다.

 

공원을 나가면서 한번 돌아볼까 했으나, 그냥 오고 말았다.

 

우선 급한 일은 바라바 오빠와 곧 다시 예루살렘으로 가서 안토니아 감옥에 갇혀있는 동료들을 빼내야 한다고 말했다.

 

미사엘은 묵묵히 듣고 있었다.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어쩐지 말을 하면서도 사라 자신이 핑계를 대는 느낌이었다.

 

지난번 사마리아에서 상의한 대로 동료들을 보석으로 빼내려면 유능한 변호사가 필요하다.

 

요한님이 말했던 가낫세 변호사의 사무실을 방문해 어느 정도의 보석금이 필요한지 상담한 후 누보에게 도움을 요청할 계획이다.

 

이번에 예루살렘에 바라바와 같이 가면서 자신의 심정을 확실히 알리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제 사실 루브리아 언니도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날지 모르고 큰 생사의 고비를 넘겼으니 바라바 오빠의 심정에도 변화가 왔을지 모른다.

 

그 생각을 하니 사람이 누구나 자신의 마지막도 그렇게 모르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갑자기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나사렛 예수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분도 그때 거기서 세상을 떠날지 모르셨을까.

 

이때 누가 조용히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혹시 바라바 오빠인가 하는 마음에 벌떡 일어나 문을 열어 주었다.

 

네리가 생선이 든 바구니를 들고 서 있었다.

 

, 네리 씨. 어서 와요.

 

내가 돌아왔는지 어떻게 알았어요?”

 

제가 가버나움에서 모르는 게 있나요? 하하.

 

어제 오신 것도 알고 있어요.”

 

네리가 그동안의 이야기를 간략하게 해주었다.

 

예수 선생이 살아나서 제자들이 고기를 잡는 곳에도 나타났고, 도마라는 제자는 갑자기 방 안에 들어 온 선생의 상처를 만져보고 비로소 믿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도 예루살렘 어느 식당에서 사람들이 그런 말을 하는 걸 얼핏 들었는데 설마 했었지.

 

네리 씨도 여기서 선생님을 직접 보았나요?”

 

이번에는 못 보았어요.”

 

네리가 여기 오기 전 예루살렘에서 엠마오 가는 길에 만난 행인에 대해 말해주었다.

 

그분이 처음에는 몰랐지만 예수 선생이었다는 것이다.

 

, 그러니까 어떤 사람들은 그분을 처음에는 알아볼 수 없었네요.

 

왜 그랬을까?”

 

전혀 다른 모습이었으니까요.

 

하지만 같이 조금 있어 보면 그분을 느낄 수 있었어요.

 

혹시 예수 선생께서 보내신다는 성령님이 벌써 오셔서 우리가 그분을 보면서 그렇게 느끼는 것이 아닐까도 생각해 보았어요.”

 

, 그런지도 모르겠네요.”

 

, 그런데 좀 걱정되는 부분도 있어요.”

 

네리가 사라의 눈을 바라보며 계속 말했다.

 

나사렛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표적이 있는데 귀신을 쫓아내며 새 방언을 말하며 뱀을 집어 올리며, 무슨 독을 마실지라도 해를 받지 아니하며 병든 사람에게 손을 얹으면 낫는다고 해요.”

 

새 방언이라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요?”

 

사투리 혹은 다른 나라의 말을 하는 거지요.

 

알 수 없이 중얼거리는 것은 아닙니다.”

 

, 그러면 그리스 말도 안 배우고 할 수 있으면 참 좋겠네요.”

 

, 저도요. 하하.

 

그리고 선생님의 제자분 중에는 벌써 귀신을 쫓아내고 병든 사람을 낫게 하는 능력이 나타나고 있어요.

 

그런데 뱀을 집어 올리며 무슨 독을 마셔도 해를 입지 않는다는 것을 믿으실 수 있겠어요?

 

설령 믿는다고 하더라도 그런 일을 직접 하기는 어렵겠지요.

 

뱀에게 물리거나 독을 먹고 죽으면 믿음이 약한 사람이 되고 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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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선생은 많은 말씀을 비유나 은유를 사용하셨으니까 그것도 그렇게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사라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저도 그런 생각을 해 봤는데 그러다 보면 선생의 말씀 중 우리에게 편한 것은 문자 그대로 믿고, 힘들다고 생각되는 것은 모두 은유가 되고 말지요.

 

스스로를 속이는 것인데 그런 믿음이 진실한 믿음일까요?”

 

네리의 말이 일리가 있었다.

 

사라가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렇긴 하지만 인간은 대부분 병에 걸리는 것을 두려워하고, 내일을 불안해하니까, 설령 사실이 아니라도 믿기만 하면 그런 능력을 얻는다고 말하는 것이 그들을 위한 길 아닐까?

 

글쎄요. 잠시 평안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머리로 이해가 안 되는 것이 가슴으로 이해될 수 있을까요?

 

시간이 조금 지나면 다시 흔들리겠지요.

 

겉으로는 그런 능력을 믿는다고 여러 사람 앞에서 간증하는 사람도 자기 자식에게는 절대로 독을 먹이지는 않을 거예요.

 

자식이 아무리 믿음이 좋아 보여도요.”

 

네리씨가 그런 문제를 그렇게 깊이 생각하는지 몰랐어요.

 

나중에 요한님이나 다른 제자분들과 또 상의해 보면 좋겠네요.”

 

사라가 은근히 칭찬의 말을 하자 네리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리고 나는 곧 바라바 님과 예루살렘에 갈 거예요.

 

거기 변호사를 만나서 로벤과 동료들을 꺼내는 방법을 찾아야지요.

 

보석을 허가받으려면 경비가 많이 들겠지만, 사형수는 아니니까 가능할 거예요.”

 

, 빨리 로벤이 나와야 할 텐데요.

 

사마리아에서 독수리 깃발을 들고 자진해서 다시 감옥에 왔는데, 저라면 아마 안 돌아왔을 것 같아요.

 

지금 고생이 엄청 많을 거예요.

 

저도 곧 요한 님과 같이 예루살렘으로 가는데 거기서 또 뵙지요.

 

, . 요한 님이 안부 전해 달라고 하셨어요. 그럼 저는 가보겠습니다.”

 

그래요. 생선 고마워요.”

 

사라가 자리에서 일어났고 네리가 꾸벅 인사를 하고 나갔다.

 

네리가 가져온 생선을 보니 어제 바라바 오빠에게 준 생선보다 더 싱싱해 보였다.

 

시장기를 느낀 사라는 얼른 생선을 몇 마리 손질하고 매운 양념을 바른 다음 뜨거운 화덕에 집어넣었다.

 

잠시 후 생선 굽는 냄새가 집안에 가득 차서 창문을 열어놓고 방안을 서성거리다 네리와 나눈 대화가 생각났다.

 

*믿음이 있으면 뱀을 집거나 독을 먹어도 괜찮다는 말을 예수 선생님이 정말로 하셨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유월절 저녁에 마가의 집에서 본 피곤한 선생의 얼굴이 떠올랐다.

 

방안을 잠시 서성거리던 사라는 열어놓은 창문을 닫으려다가 깜짝 놀랐다.

 

창문 밖에 어린 소녀가 서 있었다.

 

앞문에 앉아 있던 나병 소녀가 생선 굽는 냄새를 맡고 그 앞에서 멍하니 입맛을 다시고 있던 것이다.

 

그녀는 정신이 거의 나간 듯 사라가 보고 있는 것도 별로 의식을 못 했다.

 

얘야. 내가 곧 생선을 앞문으로 갖다줄게. 잠시만 기다려라.”

 

아이는 그제야 깜짝 놀라며 얼굴을 가리고 급하게 몸을 피했다.

 

*마가복음 16

17 믿는 자들에게는 이런 표적이 따르리니 곧 그들이 내 이름으로 귀신을 쫓아내며 새 방언을 말하며 

 

18 뱀을 집어올리며 무슨 독을 마실지라도 해를 받지 아니하며 병든 사람에게 손을 얹은즉 나으리라 하시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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