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릴리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베드로의 집에는 예수 선생의 제자 대여섯 명이 모여 있었다.
얼마 전 그물이 찢어질 정도로 고기를 많이 잡아서 당분간 모두 생활비 걱정은 없었다.
누가 세어보니 한 그물에 153마리나 잡혔다고 한다.
“자, 생선이 다 구워졌으니 어서들 나와서 저녁 먹어요.”
“네, 장모님. 곧 나가겠습니다.”
베드로의 목소리가 힘찼다.
모임의 결론은 다 같이 예루살렘으로 가는 것이다.
거룩한 도시에서 예수 선생의 부활을 많은 유대인에게 알림으로써, 그분이 진정한 메시아였고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것을 증거하는 것이다.
벌써 야고보와 제자 몇 사람은 며칠 전에 예루살렘으로 떠났다.
마당으로 나가니 석양빛을 받은 갈릴리 호수가 은빛 비늘에 덮인 듯 반짝였다.
생선구이 냄새가 시장기를 알렸고 모두 마당 중앙에 놓인 큰 평상 위에 둘러앉았다.
“막달라 마리아는 요즘 통 보이지 않네.”
베드로의 장모가 장작불에 노랗게 구워진 생선을 상위에 놓으며 말했다.
“네, 저도 못 보았어요. 막달라에 있는 집으로 돌아간 것 같습니다.”
며칠 사이 얼굴이 붉게 탄 베드로가 얼른 대답하고 생선 하나를 집어 들고 먹기 시작했다.
“시간 나면 한번 가서 만나봐요. 바로 옆 동네인데….
잘 있나 걱정되네.”
“네, 안 그래도 마리아 이모님 모시고 제가 한번 가보려고 합니다.”
요한이 대신 대답했다.
잠시 후 모두 생선 한두 마리씩 먹어 시장기가 가시자 도마가 주위를 돌아보며 천천히 말했다.
“막달라 마리아님을 생각하면… 저 자신이 좀 부끄러워질 때가 있어요….
선생님이 다시 살아나신 모습을 맨 처음 보고 우리에게 알린 분인데 저는 얼마 전까지 의심했었어요.
제 성격이 좀 그렇긴 하지만….”
“저나 베드로 님도 처음에는 그랬지요.
실은 선생님의 진정한 제자들은 우리가 아니라 막달라 마리아님이나 베다니의 마르다, 마리아 자매분들인 것 같아요.”
“음, 저도 베다니에서 있었던 일들과 유월절 만찬에 선생님이 말씀하신 뜻을 생각해 보면 그런 생각이 듭니다.
베다니의 여성 제자가 선생님의 발에 향유를 부을 때도 저는 속으로 그녀를 비난했지요.
몇 년씩 옆에서 모셨지만 그분을 잘 몰랐습니다.
선생님은 의로운 자, 정결한 자를 부르지 않고 사회적으로 고난당하고 부족한 자들을 위해 이 땅에 오신 것이었어요.
그래서 세리와 창녀들의 친구라고 하셨는데 그 진정한 뜻을 여성 제자들이 바로 이해한 것입니다.
만약 우리가 앞으로 선생님의 말씀을 바로 전해서 새 술이 새 부대에 담긴다면, 이 새 부대를 만든 것은 예수 선생님 다음에는 막달라 마리아님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생님이 부활하셨다는 선언보다 더 기쁜 소식을 전해 준 철학자나 예언자가 누가 있을 수 있겠습니까.”
도마의 말이 끝나자 베드로가 그에게 물었다.
“혹시 도마 님도 예수 선생님이 하신 말씀들을 기록하고 있었나요?”
“네, 저도 나름대로 하고 있었습니다.
선생님이 저에게만 하신 말씀도 있어요.”
“아, 그러시군요.”
요한이 반색을 하며 계속 말했다.
“어떤 말씀인데 혼자 들으셨나요?”
“예수 선생님이 저에게 하신 말씀을 들으면 굉장히 놀라실 거예요.”
잠시 말을 할까 말까 망설이던 도마가 입을 열었다.
“음, 선생님은 ‘진실로 천국은 네 안에 있고 네 밖에 있다’라고 하셨어요.
옆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마태가 입을 열었다.
“그런 말씀을 하셨다고요? 우리가 전에 들은 말씀과는 다르네요.”
베드로와 요한도 마태의 말에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기억하기로 선생님은 ‘천국은 너희가 볼 수 있게 임하는 것이 아니요. 천국은 오직 너희 안에 있다’라고 말씀하셨어요.”
도마가 마태의 말을 듣고 눈을 반짝거리며 계속 말했다.
“이렇게 놀라실 줄 알았어요.
선생님은 은유와 상징으로도 말씀하셨지만, 우리가 너무 한쪽으로 치우칠 것 같으면 균형도 잡아주셨지요.”
모두 도마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처음에는 우리 대부분 천국은 하늘나라에 있으며 거기에는 우리가 원하는 모든 것이 준비돼 있다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너무 밖에서만 모든 기대와 희망을 찾고 있는 우리에게 천국은 우리 마음속에 있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천국이 우리 안에 있는 것을 깨닫는다면 천국은 우리 밖에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말씀이지요.”
“음,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네.”
누구의 입에선가 나온 말이었다.
“네, 저도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천국은 내 안에 있다고 하셨는데 어찌 또 내 밖에도 있다고 하시는지….
그래서 생각을 해보니까 내 안에 있는 천국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 즉 인간과 인간의 관계가 기본이 되는 천국이란 말씀이었어요.
예수 선생님의 천국은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과 같이 나누는 사랑의 관계였고 세리와 창녀들과 같이 먹는 술과 음식에도 있었어요.”
“아, 무슨 말씀인지 이제 좀 알겠네요.
근데 ‘세리’라는 말씀이 자꾸 나오는데 듣는 세리가 기분이 별로네요. 하하.”
마태가 농담을 섞어서 한마디 했다.
“하하, 죄송하지만 선생님 말씀이니까 어쩔 수 없습니다.
결국 천국은 내 안에 있는 깨달음과 함께 내 밖에서 해야 하는 실천이 중요하다는 의미, 그래서 안에도 있고 밖에도 있다는 말씀을 하신 것 같습니다.”
“네, 정말 새로운 뜻이네요….
도마 님이 지금 하신 말씀을 다른 사람에게도 하셨나요?”
요한이 물었다.
“네, 주로 여성 제자분들께 말씀드렸어요.
유월절에 베다니에서 같이 있을 때였지요.”
“네, 저도 베다니에 있을 때 들은 기억이 납니다.”
생선을 맛있게 여러 마리를 먹은 후 네리가 말했다.
”무슨 뜻인지 전혀 몰랐는데 지금 말씀을 들으니 좀 이해가 됩니다.
이제 예루살렘에 올라가서 누가 물어보면 그렇게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아, 그리고 요한 형님, 오늘 어시장에 나갔더니 사라 님이 집에 돌아왔다고 하네요.
내일쯤 같이 가보시지 않겠어요?”
“음, 내일은 막달라에 다녀오려고 했는데 무슨 특별한 일이 있나?”
“아니요. 그런 건 아니지만 그동안 갈릴리에서 일어난 일도 알려드릴 겸 해서요.”
“그러면 내일 네리가 생선 몇 마리 가지고 가서 안부도 전하고 인사도 하고 와.”
“네, 알겠습니다. 제가 대표로 다녀오지요.”
네리의 목소리가 가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