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나단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발언을 시작했다.
“저도 사울 님 발언에 적극 동의하면서 먼저 한 사람을 더 언급하고 싶습니다.
바로 세례요한입니다.
물론 이 사람은 에세네파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활동 영역도 쿰란 지역 근처였고 세상을 묵시록적 관점으로 보는 것도 그렇습니다.
마침 에세네파인 요안나 님이 안 계셔서 그분의 생각을 들을 수 없어 유감이지만 저는 세례요한은 이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요한의 제자로서 그에게 세례를 받은 나사렛 예수도 당연히 이단이라고 할 수 있지요.”
요나단이 주위를 한 번 돌아보고 계속 말했다.
“세례요한이 왜 에세네파와 다른 이단인지 말씀드리겠습니다.
무엇보다 그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요단강에서 세례를 주는 것으로 많은 추종자를 확보했습니다.
그의 주장은 놀랍게도 인간이 강물에 한 번 들어갔다 나오면 그때까지 지은 모든 죄가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에세네파는 그런 황당한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이런 엉터리 선지자의 말을 믿고 많은 사람이 요단강 강가에 줄을 서서 그의 세례를 받았지만 얼마 안 돼 헤롯왕이 그를 참수한 것입니다.
엉터리 선지자의 최후였으나 아직도 그의 제자들이 은밀히 모이고 있습니다.
나사렛 예수는 빌라도 총독에게 처형당했으나 그의 제자들 역시 갈릴리를 중심으로 오히려 세력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신격화 문제는 제가 사두개파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통감합니다.
하지만 현실 정치에 있어서 로마제국과의 협력관계를 적절히 유지하면서 나라를 운영할 수밖에 없는 약소국가의 한계도 있습니다.
이 문제 역시 회원님들의 지혜로운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그의 발언이 끝나자 아리마대 요셉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요나단 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세례요한이 세상을 묵시론적 관점으로 본다고 하셨는데 여기서 ‘묵시론’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잘 아시겠지만 묵시론은 신의 계시에 대한 것인데, 비밀로 감추어졌던 신의 계획이 밝혀진다는 의미로 쓰입니다.
결국 이 세상의 종말과 새로운 하나님 나라의 시작에 대한 이야기지요.
세례요한은 항상 ‘회개하라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라고 사람들에게 외쳤고, 예수도 처음에 그대로 따라서 한 것입니다.”
“네, 그렇군요. 제가 알기로는 ‘회개하라’는 그리스어 ‘메타노이아’에서 나온 말인데 회개보다 '회심'에 더 가깝지 않을까요?
즉 ‘노이아’는 ‘마음의 상태’, ‘메타’는 ‘변화’니까 마음의 방향을 바꾸는 의미인 회심, 악에서 선으로, 욕망에서 사랑으로 향하는 회심이 어떨까요?”
아리마대 요셉의 굵고 진한 눈썹이 살짝 올라가며 요나단의 눈을 바라보았다.
“네, 만약 ‘회개’가 아니고 ‘회심’이라면 뜻이 많이 바뀌겠지요.
하지만 요한은 세례를 주면서 죄를 사하여 주는 능력을 강조했고 하나님의 나라, 곧 세계의 종말이 곧 닥친다는 위기의식을 추종자들에게 심어 주었기 때문에 역시 회심보다는 회개를 의미했을 겁니다.”
“네, 일반적으로 그렇게 생각할 수는 있겠지요.
음…. 그리고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에서 하나님 나라는 하늘에 있는 천국을 뜻하는 건가요?”
요셉의 질문에 요나단이 주변을 한번 둘러보고 말했다.
“당연히 그렇지 않을까요?”
잠시 아무도 대답을 않자 이번에는 가말리엘 2세가 입을 열었다.
“네. 저도 하나님의 나라는 하늘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늘은 우리가 보기에는 그냥 파란 하늘이지만 하늘 위에 또 다른 하늘이 있다고 주장한 과학자도 있더군요.
그런데 얼마 전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가말리엘 2세가 살짝 웃음을 머금고 발언을 계속했다.
“누가 한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천국이 하늘에 있다면 하늘의 새들이 그곳에 가장 먼저 갈 것이고, 바닷속에 있다면 물고기들이 누구보다도 먼저 갈 것이다’라고 했는데 그럴듯한 이야기였어요. 하하.”
“그럼, 그 사람은 천국이 어디 있다는 건가요?”
마티아스가 궁금한 듯 물었다.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가말리엘 2세가 모른다고 하자 니고데모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며 말했다.
“제가 마침 그 뒤의 말을 적어 놓은 게 있습니다.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진실로 천국은 우리 안에 있고 우리 밖에 있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알면 우리는 다른 이들에게 알려지고 그리하면 우리가 곧 살아있는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리라.>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요.”
마티아스의 불만 섞인 목소리였다.
“우리의 위대한 선지자 모세는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실 때 어떻게 만드셨다는 말씀을 분명하게 기록해 놓았어요.
잘 들어보세요.
<하나님이 이르시되 물 가운데에 궁창이 있어 물과 물로 나뉘라 하시고 하나님이 궁창을 만드사 궁창 아래의 물과 궁창 위의 물로 나뉘게 하시니 그대로 되니라 하나님이 궁창을 하늘이라 부르시니라>”
마티아스가 큰소리로 달달 외운 후 계속 말했다.
“그러니까 우리가 보는 하늘은 궁창이고 그 위에는 또 물이 있는 거예요.
그럼 천당은 그 물 위에 있겠지요.
간단한 거 아닙니까?”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른 후 사울이 입을 열었다.
“저는 그 사람이 한 말 중 ‘우리 자신을 알면 우리가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리라’라는 말이 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은 약 500년 전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강조한 말인데 델포이 신전에 써진 글 중 하나입니다.
이런 이방 신전에 새겨진 말이 철학자의 입을 통해 그럴듯하게 전해졌고, 이제는 이 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렇게 뿌리가 확실한 이단 사상도 잘 모르면 당할 수 있습니다.
소크라테스 역시 당시 아테네 젊은이들을 타락시킨다는 죄명으로 독약을 마시는 최후를 맞이한 것입니다.”
여기까지 단숨에 말한 사울이 니고데모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질문햇다,
“그리고 ‘하나님의 아들’ 운운하는 것이… 혹시 이 말을 한 사람이 얼마 전 십자가 처형을 당한 나사렛 예수 아닌가요?”
모두 니고데모의 입술을 주목했다.
*진실로 천국은 우리 안에 있고 우리 밖에 있다. - 도마복음 3장 3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