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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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310화 ★ 졸고 계시는 아버지

wy 0 2024.07.31

 아침 일찍 세겜을 출발한 바라바와 사라는 점심때가 조금 지나서 갈릴리 가버나움 시내로 들어왔다.

 

사라를 먼저 집 앞에 내려주고 아버지 가게에 도착한 바라바는 집을 떠난 지 1년은 되는 느낌이었다.

 

가게 문을 조용히 열고 들어갔는데 이상하게 아무 인기척이 없었다.

 

긴장한 바라바가 좌우를 돌아보니 한쪽 구석 소파에서 아버지가 앉아서 졸고 계셨다.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가만히 다가가서 그 앞의 소파에 살며시 앉아도 기척을 못 느끼셨다.

 

머리를 앞으로 숙이셨고 코 고는 소리까지 가늘고 규칙적으로 들렸다.

 

차 한잔 마실 시간이 지난 후 바라바가 조심스레 아버지의 손등을 어루만졌다.

 

바라바가 어렸을 때 이 두터운 손으로 아들의 손을 포근히 감싸고 회당을 데려다주셨다.

 

아버지가 자신의 손을 꼭 쥐시던 느낌을 생각하며 이제는 노인이 되어 주름과 검버섯들이 흩어져 있는 손등을 다시 가만히 쓰다듬었다.

 

바라바야, 이제 돌아왔구나.”

 

아버지의 입에서 작은 목소리가 먼저 나왔고 그 후 눈을 슬며시 뜨셨다.

 

, 이게 꿈이 아니었나? 네가 진짜 왔네.”

 

제 꿈을 꾸고 계셨어요?”

 

그래, 네가 쿰란 동굴에서 악한에게 붙잡혔다가 간신히 탈출해서 왔다고 하는 꿈을 꾸고 있었다. 하하.”

 

아버지가 입가에 침을 닦으며 웃으셨다.


[크기변환]1바라바와 요셉 1collage.png

 

쿰란에서는 빌립 선생님 만나서 시키시는 대로 일 잘했어요.”

 

, 그래. 등산 솜씨를 발휘했구나. 선생님 건강은 어떠시니?”

 

연로하시지만 아직 거동에 큰 불편은 없으세요. 아버지 안부 전해드렸고요.”

 

그만하시면 다행이구나. 그런데 무슨 일로 이렇게 늦게 왔니?

 

사라가 중간에 한번 다녀가긴 했었지만.”

 

아버지가 잠에서 완전히 깬 눈으로 바라바를 쳐다보았다.

 

, .

 

마침 유월절이라 예루살렘에 들러서 축제도 구경하고 친구들도 만나느라 날짜가 금방 지나갔어요.”

 

바라바가 적당히 둘러대었다.

 

, 너도 들었겠지만 나사렛 예수가 이번 유월절에 예루살렘에서 십자가 처형을 당했는데, 그때 너도 거기 있는 듯해서 걱정이 많이 되었다.”

 

, 죄송해요. 빨리 오려고 했었는데.”

 

바라바가 더 이상 얘기를 안 하자 아버지가 슬쩍 물었다.

 

사라와 계속 같이 지냈니?”

 

, 그럼요.”

 

대답하고 보니 물어보신 의도와 다른 답변인 성싶었다.

 

사라도 지금 같이 왔겠지?”

 

.

 

, 그리고 빌립 선생님이 이 은목걸이를 제게 선물로 주셨어요.”

 

바라바가 목에 차고 있는 목걸이를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 그분이 주신 거면 예사 것이 아닐 거다.

 

잘 간직하고 다녀라.”

 

. 에세네파에서 오래전 만든 귀한 목걸이라고 하셨어요.”

 

아버지가 일어나 작은 단지에서 석청을 한 스푼씩 타서 꿀물을 만드셨다.

 

이거 네가 지난번 헤르몬산에서 따온 석청인데 좀 마셔라.

 

짧지 않은 여행이었는데 꽤 피곤할 거다.”

 

아직도 그게 남아 있네요. 감사합니다.”

 

바라바는 쌉쌀하고 달콤한 석청 물을 천천히 마셨다.

 

세례요한 선생이 헤롯왕에게 목숨을 잃고, 이번에 나사렛 예수까지 빌라도에게 처형되어서 우리 에세네파의 사기가 많이 떨어진 것 같구나.”

 

예수 선생도 우리 에세네파인가요?”

 

직접 연결은 안 될지 모르지만, 세례요한 선생의 제자였으니까 우리는 다른 선지자들보다 친밀감을 많이 느낀다.

 

요한 선생도 에세네파에서 공동생활은 안 했지만, 그 뿌리가 같다고 볼 수 있지.”

 

바라바가 석청 물을 마시며 고개를 끄덕였고 아버지의 말이 이어졌다.

 

근데 요즘 놀라운 소문이 돌고 있는데, 나사렛 예수가 처형 후 무덤에서 다시 살아나서 갈릴리 바닷가에 나타났다는구나.”

 

그럴 수가 있나요?”

 

바라바가 반문하면서 속에서 반가운 마음이 솟구쳤다.

 

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그와의 인연은 생사가 교차된 순간이었다.

 

예수의 제자들 여러 명이 그를 직접 봤다고 하는데.

 

이상한 점은 말하는 사람에 따라 약간 주장이 다른 듯하더라.”

 

무엇이 다른가요?”

 

바라바의 상체가 아버지 쪽으로 기울었다.

 

, 그러니까 어떤 사람들은 예수 선생이 영혼으로 살아나서 그를 처음 봤을 때는 누군지 몰랐다고 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육체적으로도 그대로 살아나서 십자가에 못 박혔던 자국도 있다고 하네.”

 

그를 본 사람들의 말이 그렇게 다를 수가 있을까요?”

 

원래 소문이란 것이 한 사람 건너면 말이 달라지기 쉬운데 이런 경우는 더 그렇겠지.

 

처음에는 그가 영혼으로 살아났다는 말이 많았는데 조금 시간이 지나니까 육으로 살아났고 그 육은 알아볼 수 있으나 신비한 능력이 있는, 그러니까 벽도 막 통과하는 그런 육체로 변화했다는구나.”

 

, 저도 한번 보고 싶네요.

 

근데 영으로 살아났다면 좀 그럴듯한데 육체로 살아났다는 말은 믿는 사람이 많이 있을까요?”

 

로마를 건국한 로물루스도 군대 열병식 중 하늘로 그대로 들어 올려져서 신이 되었다고 믿듯이 육체가 바로 신적 존재가 된 경우도 있긴 하지.”

 

그래도 로물루스는 그 전에 죽지 않았는데 나사렛 예수는 죽었다가 살아난 거니까요.”

 

, 사람들이 잘 믿지 못해서 그런지 살아난 예수가 제자들과 함께 구운 생선 한 토막을 먹었다는 소문도 있더라.

 

아침도 같이 했다는데, 아침 반찬에 구운 생선이 있었는지도 모르지.”

 

, 구운 생선 소리를 들으니 먹고 싶네요.”

 

그래. 어시장에 가서 생선 좀 사다가 구워 먹자.

 

나사렛 예수의 제자들이 어부가 많은데 그들이 잡은 싱싱한 생선일 수도 있겠지.”

 

, 제가 어차피 조금 있다 사라네 집에 가봐야 하니까 그 옆 가게에서 사올게요.”

 

, 그래. 여하튼 지금 소문이 널리 퍼지고 사람들이 믿는 것으로 봐서는 예수 선생이 곧 세례요한 선생의 위상을 뛰어넘을 것 같구나.

 

어쩌면 신이나 천사의 수준으로도 올라갈 수 있을 거다.

 

그렇게 되면 그가 언제부터 그런 신격이었는지가 또 논쟁의 대상이 되겠지.”

 

그게 무슨 말씀인가요?”

 

바라바가 궁금한 듯 물었다.

 

, 그러니까 그분이 메시아이고 하나님의 아들이라면 언제부터 그랬는지를 사람들이 정해야 하는데 여러 의견이 나오게 될 거야.

 

최근부터 말하면 다시 살아나면서 하나님의 은혜로 그런 신격이 된 건지, 세례요한에게 세례를 받을 때 비둘기가 나타나면서 그런 건지, 혹은 이미 엄마 뱃속에서 잉태할 때부터 그랬다고도 생각할 수 있을 거다.”

 

, 그런 논쟁이 있을 수 있겠네요.”

 

바라바는 오랜만에 아버지와 나누는 대화가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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