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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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182화 ★ 은전 상자의 범인은 경호원 오반

wy 0 2023.05.10

그날 밤 야곱 여관에 투숙한 사람들은 모두 한밤중에 깨어났다.

 

화가 난 마나헴이 방마다 들어와서 한 사람 한 사람 횃불을 들이대고 얼굴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곰 일행 세 명이 나가는 것을 봤다는 종업원을 아무리 다그쳐도,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 모르는 성싶었다.

 

카운터에 있는 그 종업원은, 곰 일행에게 자신이 한 말을 마나헴에게 하지 않았고 그의 판단은 옳았다.

 

삼일 분의 숙박료를 미리 냈다면 오늘 저녁에만 무슨 일이 있어서 안 들어온 것 아닐까요?”

 

머리를 굴린 우르소의 의견에 마나헴이 말했다.

 

놈들의 방이 너무 깨끗해. 짐을 싸 가지고 나간 거야. 우리가 오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우르소가 감탄으로 머리를 끄덕였다.

 

급히 동원한 성전 경호실 대원 5명은 괜히 밤중에 잠도 못 자게 한다고 얼굴에 불만이 가득했다.

 

곰 일행의 옆방에 자던 세 사람은, 곰이 코를 심히 골아서 오늘은 초저녁부터 먼저 잠들은 죄 밖에 없다고 우는 소리를 했다.

 

내일 아침부터는 칼로스와 공조 수사를 해야 하니까 혼자서 공을 세우기는 틀렸다고 생각하는데, 우르소가 머뭇거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아까 식당에서 놈들이 내일 무슨 재판에 간다고 했던 것 같습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마나헴도 분명히 그런 말을 들은 기억이 났다

 

갑자기 우르소의 얼굴이 예뻐 보였다.

 

, 그래. 그놈들이 성전에 순례를 하러 왔을 리는 없지. 재판하러 왔구나. 하하.”

 

재판이라면 산헤드린 공회 입구에 있는 재판소에서 열릴 것이고 아침 9시가 첫 재판이니까, 놈의 재판이 오전일지도 모른다.

 

시간만 조금 끌면서 천부장을 오후에 만나면 그놈을 내 손으로 잡을 수 있으리라

 

모레는 안식일이라 재판이 없고 다음 날부터는 유월절 준비로 재판이 없다.

 

기분이 좋아진 마나헴은 밤늦게 동원된 경호실 소속 5명에게 은전 한 드라크마씩 주면서 내일은 틀림없다고 말했다.

 

한 가지 이상한 것은 놈의 옆방에 있던 사람들이, 두건을 쓴 수염이 난 사람은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마나헴은 내일 아침 일찍 재판소에 가서 진을 치고 있으면 놈들을 잡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

 

 

 

 

오반 유리 + collage.png


다음 날 아침 일찍, 약속 시간에 카잔과 누보가 유리의 집 앞에 도착했다

 

이사도 도울 겸, 만약에 오반이 눈치채고 막으면 그를 저지하기 위해서였다.

 

잠시 기다리니 유리가 나와서 집 안으로 들어오라는 손짓을 했다.

 

유리와 같이 그녀의 방으로 들어갔다

 

가벼운 짐이 몇 개, 보자기에 싸여 있었다.

 

안녕하세요? 카잔 님. 지난번 잠깐 뵈었지요.”

 

유리 어머니가 반갑게 인사했다.

 

, 그때 누보네 집에서 식사하다가 경황이 없어서 인사도 제대로 못 드렸습니다.”


카잔도 점잖게 고개를 숙였다

 

옆에서 미소를 띠며 보고 있던 유리가 그에게 말했다.

 

근데 오반이 그제부터 나가서 계속 안 들어오네요

 

마나헴이 없을 때 가끔 하루 저녁 외박은 했지만, 이렇게 연일 안 오는 건 처음이에요

 

우리가 이사하는 줄 알고 일부러 피해 줄 리는 없고, 어디서 술 먹다 사고가 났는지.”

 

여하튼 잘 되었네

 

윗동네까지 이사할 마차는 연락해 놓았나요?”

 

시장 입구에 나가면 기다리는 마차들이 많아요.

 

거기까지만 짐을 들고 가면 돼요

 

이럴 줄 알았으면 집 앞으로 오라고 해서 가벼운 물건들도 좀 실을 걸 그랬어요.”

 

옆에 서서 듣고 있던 누보가 갑자기 소리를 냈다.

 

오반의 방에 들어가 봤나요?”


아니요. 방은 잠가 놓고 다녀요.”

 

오반이 이상하네요.”

 

누보가 복도 건너편 오반의 방으로 갔다.

 

잠겨 있는 자물쇠통을 부수고 모두 방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방은 깨끗이 정리되어 있었고 옷장 안에 옷이 하나도 없었다.

 

누보가 그날 급히 마당을 파고 은전 상자를 넣는 광경을 아칸이 아니라 오반이 본 것이다.

 

모두 오반에게 감쪽같이 당한 것이다

 

이제 오반을 찾을 길은 막막하다

 

그렇다고 마나헴과 그의 행방을 상의할 수도 없는 일이다.

 

누보가 긴 한숨을 뿜어냈고 유리가 잠시 후 누보에게 말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마나헴의 방도 자물쇠를 부수고 들어가 보는 게 어때요?”

 

그의 방안에 은전이나 가지고 나갈 물건이 있을지 모른다는 뜻이었다

 

레나가 얼른 고개를 끄떡였고 다 같이 마나헴의 방 안으로 들어갔다.

 

누보가 먼저 탁자 밑의 비밀 금고가 있던 바닥을 열어보았다

 

전에 한 번 털린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은전이 많지는 않았으나 적어도 50드라크마는 되어 보였다.

 

누보가 얼른 가죽 주머니에 넣어서 유리에게 주었다.

 

이걸로 당분간 생활비를 해요

 

오반 놈만 아니면 이번에 큰돈을 나눠 줄 수 있었는데 정말 미안해요.”

 

유리가 주머니를 어머니에게 건네주었다.

 

그리고 다른 소식이 하나 더 있어요.”

 

누보가 마나헴이 앉는 소파에 앉으며 윗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유리와 레나의 시선이 누보의 입으로 향했다.

 

나발이 돌아왔어요.”

 

누보가 손에 든 나발의 서신을 유리에게 건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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