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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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156화 ★ 하루 앞을 모른다

wy 0 2023.02.08

 요한과 그의 어머니 살로메는 안토니오 요새 2층의 골방에 갇혔다.


차가운 냉기가 온몸을 엄습했다.

 

횃불이 하나씩 양쪽 벽에 걸려서 서로의 얼굴을 비춰 주었다.

 

요한이 창문 쪽으로 가서 남쪽의 성전을 내려다보니, 밤인데도 구석구석 횃불을 밝혀서 직사각형 성전의 전체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성전 141E761B4BB30D4F93.jpg

 

멀리 산헤드린 의회 건물이 2층으로 길게 성전 입구를 가로막듯이 배치되었고, 1층은 출입구의 역할도 하고 있다.

 

그 문으로 들어와서 위로 올라오면 성전을 넓게 빙 둘러싸고 있는 이방인의 뜰로 나온다.

 

이제 며칠 후면 저기에 양과 비둘기를 파는 상인들과, 세금을 내기 위해 환전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환전상들로 붐빌 것이다.

 

이방인의 뜰을 지나 또 안으로 들어오면 여인들을 위한 여인의 뜰이 나오고, 거기를 지나면 성전 중의 성전인 지성소로 들어가는 문이 있다.

 

여기는 제사장들만 출입이 가능하며 이 문을 지나면 이스라엘의 뜰이라는 작은 공간으로 열린다.

 

그 안쪽으로 단층이지만 지붕의 중앙이 굴뚝처럼 길게 솟아오른 지성소가 엄숙히 자리 잡고 있다.

 

짧은 순간 요한의 눈이 성전 전체를 훑었다.

 

어머니, 이리 와서 한번 내려다보세요.

 

그동안 성전을 서너 번 왔지만 여기서 보니까 전체가 한눈에 잘 보이네요.”

 

살로메가 아들 옆에 서서 같이 내려다보았다.

 

, 그렇구나. 저기 지성소도 보이네.

 

근처에만 가도 떨리는 지성소를 이렇게 위에서 내려다보니 좀 이상한 느낌이 드네.

 

, 구경도 좋지만 지금 유타나라는 여자가 눈이 빠지게 우리를 기다릴 텐데 이걸 어쩌면 좋겠니.”

 

내일 일찍 찾아가서 설명하고 사과하면 이해할 거예요. 너무 걱정 마세요.”

 

, 그래야 할 텐데.그런데 도대체 너를 누구와 착각하고 이런 짓을 하는지 참 어이가 없구나.”

 

글쎄 말이에요.”

 

요한은 말은 안 했지만, 이전에 시몬과 같이 만난 사람 중 자기와 비슷하게 생긴 바라바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때 누군가가 두 사람의 얼굴이 구별하기 힘들 정도라고 한 말도 기억났다.

 

살로메는 구석에 놓여 있는 작은 침대에 걸터앉아 옛날 생각을 했다.

 

남편 세베대오는 힘도 세고 부지런한 사람이었다

 

갈릴리 바다에서 오랜 기간 열심히 어부 생활을 하면서 작은 어선도 몇 척 가지게 되었다.

 

어찌 보면 그때 같이 고생하던 시절이 살로메에게는 가장 행복한 시절이었다.

 

어린 야고보와 요한을 데리고, 남편이 차가운 바닷바람을 맞으며 고기를 한 그물 잡아 오면, 그녀는 무쇠솥에다 막 잡아 온 싱싱한 생선을 넣고 찌개를 끓였다.

 

끓고 있는 큰 솥을 가운데 놓고 가족과 친지들이 주위에 둘러앉는다.

 

항상 큰 숟가락으로 제일 먼저 생선을 꺼내 먹기 시작하는 사람은 세베대오이다.

 

그러면 요한이 말했다. ‘기도를 드리지 않았는데요?’ 

 

남편은 입에 있는 생선을 꿀꺽 삼키고 간단한 기도를 한다.

 

우리에게 이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게 해 주시고, 가족 모두 맛있게 먹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멘

 

이런 생활이 계속되며 아이들도 건강하게 자라고 아무 걱정 없이 지내던 어느 날 새로운 사건이 생겼다.

 

마리아 언니의 아들인 예수가 유대의 광야에 다녀오더니, 야고보와 요한이 그물을 수리하고 있는 곳을 지나다 갑자기 그 둘을 제자로 데리고 간 것이다.

 

예수는 어릴 때부터 좀 남다른 면이 있었다.

 

그가 열두 살 때인가, 언니네 가족이 지금처럼 유월절을 기념하러 예루살렘에 왔다 가는 길에 예수가 따라오지 않아 놀라서 돌아가 봤더니, 그가 나이 많은 랍비들과 율법에 관한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이 일은 그 후에 주위에 소문이 나서 예수가 훌륭한 랍비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도 많았다.

 

그가 하는 일이 처음부터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특히 고향 나사렛에서는 동네 사람은 물론 그의 가족들에게도 심한 배척을 받았다.

 

하지만 곧 가버나움으로 활동 무대를 옮긴 후부터는 큰 성과를 거두었다.

 

동네 회당에서 만난 더러운 귀신 들린 자의 귀신을 쫓아내었고, 살로메도 잘 아는 어부 시몬의 장모가 열병으로 누워 있는 것을 가뿐히 고쳐 주었다.

 

온 동네의 아픈 사람과 귀신 들린 사람들이 그 문 앞으로 모여들었다.

 

예수의 성공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살로메가 그녀의 두 아들을 그 밑에서 출세시키려는 결심도 굳어졌다.

 

 

 

 

유타나는 피곤하고 배도 고파서 더 이상 로비에 앉아 있기 힘들었다.

 

아무래도 요한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았다.

 

방으로 올라오니 사라가 무교병과 과일을 준비했다가 그녀에게 내주었다.

 

유타나는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을 루브리아와 사라에게 설명해 주었다.

 

맥슨 백부장이 그렇게 멋있게 보이더라고요. 호호.”

 

큰일 날 뻔했었구나. 역시 아버지 말씀이 맞았어.

 

처음에는 귀찮게 생각했는데 여기 와 보니 같이 오길 잘했어.”

 

경호는 그렇게 눈에 안 띄게 그림자 경호를 해야 잘하는 것 같아요.

 

그러나저러나 요한 님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게 틀림없어요.

 

그쪽에서 먼저 오늘 저녁에 만나자고 했는데, 안 나올 리가 없는데.

 

이 빵 좀 빨리 먹고 다시 한 번 내려가 볼게요.”

 

유타나가 허겁지겁 빵을 먹는 모습을 보며 루브리아는 생각했다.

 

사람이 한평생을 살며 얼마나 많이 하루 앞의 일을 모르고 사는지, 어제 이 시간에는 바라바를 만날 희망으로 부풀어 있었는데

 

과연 예수 선생은 만나서 눈을 고칠 수는 있을지도 걱정이 되었다.

 

루브리아의 얼굴빛이 어두워지는 것을 본 사라가 입을 열었다.

 

너무 걱정 마세요. 오늘 못 만나면 내일은 연락이 되겠지요.

 

우리가 예수 선생이 어느 곳에 계실지 들었으니까 만약에 못 만나도 거기로 찾아가면 될 거예요.”

 

. 맞아요. 베다니에 있는 시몬의 집이라고 했어요. 저는 다시 내려가 볼게요.”

 

유타나가 빵 하나를 손에 들고 다시 내려갔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루브라이가 혼잣말처럼 했다.

 

바라바 님은 지금 어디서 저녁은 드셨을지.”

 

그럼요. 먼저 내려온 동료들을 만나서 안전하게 잘 있을 거예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사람까지 보냈잖아요.”

 

그래. 내일 사라 재판도 잘 돼야 할 텐데.”

 

아까 저녁 먹으며 탈레스 선생님께 말한 대로, 저는 어떤 결과도 받아들일 각오가 돼 있어요.

 

최악의 경우 잠시 감옥에 갇히는 일밖에 없겠지요."

 

사라의 말에 루브리아가 한숨을 내쉬었다.

 

[크기변환]루브, 사라 collage.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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