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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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151화 ★ 가야바 대제사장을 만나는 가낫세 변호사

wy 0 2023.01.22

 가야바 대제사장의 저택은 늘 사람들로 북적였다.

 

대제사장의 종, 말고가 반갑게 대문을 열어주며 가낫세를 반겼다.

말고 가낫세 가야바 collage.png

 

변호사님, 안녕하세요. 요즘 좀 뜸하셨네요.”

 

그동안 잘 지냈나? 이거 명절에 좀 쓰시게.”

 

가낫세가 은전 두 개를 말고의 손에 쥐여 주며 말했다.

 

말고의 얼굴이 환해지며 집안 분위기를 알렸다.

 

지금 안나스 제사장님도 와 계세요.

 

이번 유월절을 앞두고 몇 분이 회의 중이세요.”

 

, 그러신가? 그럼 별관에서 잠시 기다릴까?”

 

아니에요. 변호사님이야 가족과 같으신데요.

 

제가 지금 들어가서 얼른 말씀드릴게요.”

 

가야바가 있는 본관으로 가는 길은 야자수 밑동에 횃불들이 달려 있어 어둑해지는 발밑을 밝혀주고 있었다.

 

말고가 들어갔다 나오며 가낫세에게 들어오라는 눈짓을 했다.

 

안에는 네 사람이 있었는데 그중 한 사람은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가낫세는 먼저 안나스에게 허리 숙여 인사했다그의 얼굴은 기름지고 붉은 혈색이 좋아 보였다.

 

자주 문안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널리 용서해 주십시오.”

 

하하, 예루살렘에서 제일 바쁜 변호사가 별말씀을 다 하시네그래 그동안 별일 없었소?”

 

. 저야 두 분의 은덕으로 잘 지내고 있습니다.”

 

가야바를 돌아보며 가낫세가 같이 머리를 숙였다.

 

가낫세 변호사님, 유월절에도 바쁘시네요.”

 

옆에 서 있던 안나스의 아들 요나단이 말했다.

 

무슨 말씀을요. 저보다 요나단 님이 훨씬 더 바쁘시지요

 

혹시 제가 중요한 회의를 하시는데 방해가 된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아니요. 이제 다 끝났소할 말 있으면 따로 가야바 대제사장과 별관에 가서 하시구려.”

 

안나스가 얼른 요나단 대신 대답했다.

 

가낫세가 온 것은 뭔가 재판 관계로 온 것이며, 오면 그냥 오지 않는 것도 알고 있었다.

 

, 그렇게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가낫세가 가야바를 슬쩍 바라보며 고개를 숙였다.

 

가야바가 막 일어나려는데 안나스가 다시 말했다.

 

, 두 사람은 아직 인사가 없었구먼

 

가낫세 변호사, 알고 지내세요. 이 사람은 예루살렘 성전 경호를 맡고 있소.”

 

덩치가 크고 눈매가 날카로운 사람이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변호사님, 잘 부탁드립니다. 성전 경호대장 서리 마나헴이라고 합니다.”

 

, . 가낫세 변호사입니다. 제가 잘 부탁드려야지요.”

 

가낫세가 가야바와 함께 본관을 나오니 어둠이 더 짙게 깔렸다.

 

별관으로 가는 길을 말고가 횃불을 손에 들고 앞장서 걸어 나갔다.

 

가야바를 만나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이 별관 밖에서 길게 줄을 서 있었고, 어디서 가든 파티를 하는지, 쌀쌀한 공기에는 고기 굽는 냄새도 스며 있었다.

  

무슨 급한 일이 있나요?”

 

가야바가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가낫세는 윗주머니에서 어른 주먹만한 노란 양가죽 주머니를 꺼내어, 대제사장 앞의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가야바가 아무 말 없이 손으로 가죽 주머니를 살짝 들어보았다.

 

, 뭐 이것 때문에 이리 늦은 시간에... 여하튼 고맙소이다.

 

이 금전은 장인어른과 상의하여 요긴하게 쓰겠습니다.”

 

가야바는 손으로 들어보고 안에 들은 것이 아우구스투스의 얼굴이 새겨진 금전인 것을 알았다.

 

뭐 또 다른 일은 없나요?”

 

, 뭐 특별한 일은 아니고요... 내일 재판은 예정대로 되겠지요?”

 

그럼요. 판결문 어제 다 써 놓았어요다른 재판도 많은데 빨리 끝내야지요.”

 

. 그렇게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한 가지만 더 여쭤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가야바가 가볍게 고개를 끄떡였다.

 

제가 알기로는 예수라는 랍비가 체포 명단에 포함되어 있는데 어떤 내부 방침이 정해진 것이 있나요?”

 

나사렛 예수 말이지요?”

 

. 그렇습니다.”

 

그 사람은 이번에 잡히면 좀 어려울 겁니다. 성전 모독죄가 적용될 거예요.”

 

그럼 율법에 정한 대로 처벌받나요?”

 

그 시골 사람이 이상하게 인기가 높아서 체포할 때 되도록 주위에 사람이 없을 때 할 겁니다.

 

유월절 순례자들을 자극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네, 그런데 성전 모독죄는 범위가 넓어서 적용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요?”

 

그래서 주위에 우리 첩자들을 몇 심어 놓고 그가 자유롭게 다니도록 한 뒤에 우리 편 증인을 먼저 만들어야지요.”

 

가야바의 말을 들으니 예수의 변호를 맡는 것은 이미 늦었다.

 

가낫세는 얼른 방향을 바꾸었다.

 

예수의 열성 제자들이 몇 명 있는데 그들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이신지요?”

 

당연히 다 같이 잡아들여야지요.”

 

“대제사장님, 실은 그중에 제 고객이 한 사람 있는데 나이가 이제 20살 갓 넘어서, 아무것도 모르고 군중심리로 따라다니고 있습니다.”

 

, 그렇군요. 음... 그러면 이번에는 특별히 제자들에게는 손대지 말라고 할 테니, 깊이 반성하고 앞으로는 절대 따라다니지 말라고 하세요.”

 

. 감사합니다. 꼭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바쁘신데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내일 법정에서 뵙겠습니다.”

 

가낫세는 별관에서 나오며 살로메에게 제시할 변호사비에 대해 생각했다.

 

예수를 변호하는 것은 포기했으나, 아들이 잡힐 것을 구해 준 거나 다름없으니 변호사비를 똑같이 받아야 한다.

 

내일 계약금 반, 유월절 끝나면 나머지 반을 예정대로 받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데 어느새 말고가 횃불을 들고 대문까지 앞장서 걷고 있었다.

 

이렇게 신경 써 줘서 고맙네.”

 

천만의 말씀을요. 유월절 날 식사하시러 또 오세요.”

 

그래, 그럼 또 보세.”

 

대문을 나서서 몇 걸음 걸어간 가낫세의 귀에, 위엄에 찬 목소리가 크게 들렸다.

 

오늘 가야바 대제사장님 면담은 다 끝났소. 이제 다들 돌아가시오.”

 

별관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던 사람들에게 말고가 외치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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