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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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214화 ★ 나실인 서약

wy 0 2023.08.30

 

 사라는 사마리아에 들어가기 직전에 마차를 멈추었다.

 

몇 시간을 계속 달려 지친 말들에게 물과 풀들을 충분히 먹였다.

 

쉬지 않고 한 번에 그리심 산을 통과하기 위해서였다.

 

간단한 요기를 위해 가져온 음식들을 마차 안에 꺼내 놓았다.

 

베다니의 예수 선생과 제자들에게 주고 남은 포도주도 몇 병 실려 있었다.

 

로벤 씨, 포도주 한잔할래요? 아주 좋은 거예요.”

아닙니다. 나중에 도착해서 마시겠습니다.”

 

네리도 고개를 저으며 사양했다

 

두 남자가 속으로는 긴장을 풀지 못하는 듯했다.

 

이제부터 에브라임과 세겜을 지나서 그리심 산과 길보아 산을 넘으면 에스드렐론 평야가 나와요.

 

거기서부터는 길도 편하고 안전하지요.”

 

", 그러고 보면 우리 갈릴리 지역이 산이나 사막도 별로 없고 제일 살기 좋은 곳이에요.

 

이렇게 직선으로 올라가면 나중에 나사렛 언덕과 가나 지역을 통과하겠군요

 

그래요. 그리고 거기서 동쪽으로 조금 더 가면 갈릴리 호수가 나오고 티베리아, 막달라를 지나서 가버나움이지요.

 

네리 씨는 고향이 어디에요?”

 

사라가 큰 포도송이를 집어주며 말이 없는 네리에게 물었다.

 

나사렛입니다.”

 

네리는 나실인 서약을 해서 포도를 못 먹어요.”

 

로벤이 네리의 손에서 포도를 건네받으며 말했다.

 

어머, 그렇군요

 

나실인은 스스로 다른 사람과 구별된 사람으로 서원하면서 머리 안 자르고, 포도로 된 것은 안 먹고... 또 하나가 뭐였지요?”

 

오렌지를 먹고 있는 네리에게 물었다.

 

사라 로벤 네리 collage.png

 

시체를 만지지 않는 겁니다.”

 

, 그렇지요. 나실인 서약은 평생 했나요?”

 

아닙니다. 3년간 했는데 올해가 마지막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나실인이 바로 삼손인데 요즘은 나실인이 별로 없다고 들었어요.”

 

사라가 궁금한 듯 물었다.

 

나사렛에서는 아직도 간혹 나옵니다.

 

평생을 서약하는 사람도 있어요.

 

우리 동네 출신 예수 선생님도 아마 나실인 서약을 했을 거예요.”

 

그래요? 나실인이면 시체에 손을 대면 안 되는데...

 

그분이 죽은 사람도 살려냈다던데 나실인일 수 있을까요?”


다른 사람들이 볼 때는 죽었다고 생각하지만, 선생님이 보실 때는 자고 있거나 정신을 잃고 있는지도 모르지요.”

 

, 그럴 수도 있겠네. 하지만 그분은 포도주를 좋아하신다던데.

 

그건 잘 모르겠지만, 나실인 서약기간이 끝나면 그동안 자랐던 머리카락과 숫양의 어깨를 제물로 드린 후 포도주나 포도를 다시 먹을 수 있어요.”

 

혹시 예수 선생님의 머리도 긴가요?”

 

저도 만난 적은 없어서 잘 모르겠어요.”

 

네리가 앞에 있는 무교병 떡을 집어 들었다.

 

사라는 루브리아 언니가 의식이 회복되어 베다니에 가서 예수 선생을 만나는 상상을 했다.

 

언뜻 듣기로는 침을 묻힌 진흙을 개어서 눈에 댄다고 하는데, 과연 그 방법이 효과가 있을지 갑자기 불안하게 느껴졌다.

 

로벤의 목소리가 들렸다.

 

사무엘 님에 대한 말씀을 아몬 형님께 들었습니다.

 

사라 님이 얼마나 힘드셨을지 마음이 아팠어요.

 

그나마 이번 일로 루고가 그동안 지은 죄를 받게 되어서 조금 위로가 되셨겠어요.”

 

고마워요, 로벤 씨.

 

그동안 루고가 피고석에서 뻔뻔스러운 거짓말로 우리를 공격할 때는 정말 미웠는데, 막상 어제 같은 일이 벌어지니까 정신이 멍하고 아무 느낌이 없네요...”

 

 

 

 

올해 유월절은 아직 가석방이나 특사에 대한 말이 없지요?”

 

요남이 살몬을 바라보며 물었다.

 

, 아직 없는 것 같아.

 

대개 지금쯤은 가석방 대상자 명단이 올라가야 하는데.

 

헤롯 왕이 정신이 없으니까 신경 쓸 새도 없을 거야.”

 

밖에 무슨 일이 있나요?”

 

갈릴리 동북쪽 분봉왕 빌립이 사망해서 거기 문상 갔어.

 

그 땅의 다음 왕이 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을 거야.

 

그러면 영토가 3배 이상 커지지.”

 

살몬 님은 여기 앉아 있어도 모르는 게 없으시네요.”

 

하루에 한 번씩 접견 시간에 밖에 나가서 웬만한 일은 다 듣고 오니까.

 

가석방을 일부러 엄격하게 하는 척해야 법과 질서를 잘 지키고 정의로운 왕으로 사람들이 생각할 거라 착각하고 있지.

 

물론 안나스를 중심으로 한 자기네 사람들은 애초에 잡아넣지를 않으니까 별로 아쉬울 것도 없어.

 

이삭 님 같은 분만 고생하시는 거야.”

 

지하 감옥 벽에 붙어 있는 횃불 하나가 불이 약해지며 꺼지려고 했다

 

살몬이 경비원을 불러 역청을 새것으로 교체시켰다

 

강한 역청 냄새가 코를 찔렀다.

 

며칠 전 호란과 쿰란의 벌건 민둥산들을 오르내리며 사해 바다를 내려다보았을 때가 아주 오래전인 듯 아스라했다.

 

그 바다 남쪽 어디에 소돔 성이 역청 불로 멸망하여 가라앉아 있다고 했다

 

이삭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야 지금 살아 있는 것만 해도 다행이지

 

모세 5경을 모세가 쓴 것 같지 않다고 했으니덕분에 매주 안식일에는 반성문을 써서 벌써 100장 넘게 썼네.”

 

모세 5경이 정말로 모세가 쓴 글이 아닌가요?”

 

바라바가 궁금해서 물었다.

 

적어도 모두 직접 쓴 글은 아닐 거예요. 모세의 장례 장면을 모세가 쓸 수는 없잖아요.”

 

, 그런 장면이 나오나요?”

 

“<모세가 여호와의 말씀대로 모압 땅에서 죽어 벳브올 맞은편 모압땅에 있는 골짜기에 장사되었고 오늘까지 그의 묻힌 곳을 아는 자가 없느니라.

 

모세가 죽을 때 나이 백이십 세였으나 그의 눈이 흐리지 아니하였고 기력이 쇠하지 아니하였더라> 라고 쓰여 있어요.”


그런 말씀을 재판정에서 하셨나요?”

 

하지 않았어요. 가야바도 이 부분이 생각나서 그랬는지, 더는 묻지를 않더군요

 

말을 했어도 그들의 대답은 뻔했겠지만

 

그들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요?”

 

“‘거룩한 하나님의 생각과 죄인인 이삭의 생각은 동이 서에서 멀듯이 멀다뭐 이런 얘기를 했겠지요.”

 

그거 좀 어려운 말이네요.”

 

요남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역청을 새로 넣은 횃불의 힘이 이삭의 얼굴을 환히 비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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