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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111화 ★ 루고 백부장을 면회 온 가낫세 변호사

wy 0 2022.09.04

 

[크기변환]루고 가낫세 collage.png

 

가낫세 변호사가 감옥 입구 어두운 통로를 지나, 루고 백부장이 갇혀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벌써 풀려날 것을 기대했던 루고가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변호사님, 지난번에도 추가 경비를 드렸는데, 아직도 좋은 소식이 없습니까?”

 

“어제 대제사장 님을 만났는데, 이제 곧 재판이라 지금 병보석으로 풀어주기가 어려우니 조금만 더 참으라고 하시네요. 

 

대신 여기 계시면서 방문도 열어 놓고, 식사도 아무 때나 드실 수 있게 했으니 조금 나으실 겁니다.”

 

루고가 천장을 한 번 올려본 후 말했다.

 

“그까짓 방문 열면 뭐합니까. 

 

열 발자국도 못 가는데 옥문을 열어야지요.”

 

“다른 사람들은 발에 족쇄까지 차고 있는 걸 생각하셔서, 마음 편히 갖고 조금만 더 기다리세요. 

 

건강만 유지하면 우리가 반드시 이깁니다.”

 

“사라가 아직도 불구속 재판 동의서에 사인을 안 하는 이유가 뭔가요?”

 

“사람이라는 동물이 이성적인 것 같지만, 잘 보면 감정의 동물입니다. 

 

아버지의 복수만 생각하지, 자신이 무고죄로 감옥에 들어간다는 생각은 하기 싫은 겁니다. 

 

아, 사실 루고 백부장님은 이 사건과 아무 상관이 없지만요.

 

여하튼 이제 곧 재판인데 제가 모르는 우리에게 불리한 증인이나 증거는 또 나올 게 없겠지요?”

 

“그걸 내가 압니까? 변호사님이 아셔야지요.”

 

루고가 신경질을 낸 후 좀 미안했는지 언성을 낮추고 말했다.

 

“나올 게 있으면 벌써 나왔지요. 

 

그리고 어두운 데 오래 있어서 그런지 요즘 제가 눈이 좀 나빠진 거 같아요. 

 

혹시 눈에 좋다는 소간을 좀 먹을 수 있을지요?”

 

“그런 건 문제 없지요. 곧 넣어드리겠습니다. 

 

여하튼 며칠만 참으시면, 백부장 님은 나오시고 사라는 구속된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네. 그럼 불안하니 재판 전에 한 번 더 와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곧 유월절인데 대제사장 님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떡값이라도 좀 주면 좋겠습니다. 

 

많이는 아니고, 지난번 주신 것의 반만 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루고는 가낫세 변호사에게 소간이 먹고 싶다는 말을 한 것을 후회했다.

 



[크기변환]루브리아 유타나 collage.png

 

유타나가 들어오자 리코더를 연습하던 루브리아가 악기를 테이블 위에 놓았다.

 

“유대인들이 유월절(節)에 먹는 음식을 좀 알아봤어요.

 

양의 정강이 뼈, 삶은 달걀, 쓴 나물, 파슬리, 양상치, 소금물 등을 주로 먹더군요.

 

쓴 나물은 그들이 애굽에서 진흙으로 벽돌을 굽던 노예 생활을 기억하기 위하여 먹고요, 정강이 뼈와 삶은 달걀은 제2 성전인 스룹바벨 성전에서 행하던 희생 제사를 기억하기 위해서랍니다."

 

“솔로몬 성전 이후에 지은 그 성전도 무너졌지.”

 

“네, 또 소금물은 애굽에서 흘렸던 눈물을 상징하고 파슬리나 양상치 등은 머지 않아 봄이 온다는 의미라고 해요. 

 

그래도 유월절을 상징하는 가장 대표적인 음식은 누룩을 안 넣은 무교병이지요.”

 

“그래, 그런 음식들을 조금씩 준비해 가자. 꼭 소풍 가는 것 같네. 호호.”

 

“네, 이번이 유대에서 가는 마지막 여행이라 그런지 저도 좀 흥분이 돼요.”

 

유타나가 어깨를 한번 으쓱하고 계속 말했다.


“그래도 저는 빨리 로마로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갈리리는 그래도 기후가 좋고, 올리브나 포도, 오렌지도 먹을 수 있는데 조금만 내려가면 온통 사막이잖아요. 

 

왜 수도를 이쪽에다 안 하고 예루살렘으로 했는지 모르겠어요.”

 

“옛날에는 이 지역에 이방 민족들이 많이 살아서 그랬을 거야.”

 

“아, 그렇군요. 그리고 이번에 경비를 좀 많이 가지고 가는 게 좋겠어요. 

 

유월절에 예루살렘에 모이는 사람들이 백만 명이나 된다는데, 하루 숙박비가 부르는 게 값일 거예요."

 

“한 50데나리온 가지고 갈까?”

 

“더 가지고 가시지요. 요즘 일반 노임이 하루에 1데나리온은 줘야 사람을 구할 수 있어요. 

 

점점 돈 가치가 떨어지고 집값만 올라요. 

 

그리고 유대인들이 가끔 달란트라는 말을 하던데 저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1달란트가 얼마인가요?”

 

“1달란트는 약 6천 데나리온.”

 

“와, 그렇게 큰 돈이군요. 노동자들이 20년 벌어야 하네요. 금으로 만들었나요?”

 

“금으로 만든 돈은 아우레리우스 밖에 없는데 한 개가 25데나리온이야. 

 

달란트는 만들어진 화폐는 아니고 화폐 단위를 표시할 때만 쓰이지.”

 

“그렇군요. 누가 나에게 1달란트를 줄테니 결혼을 하자면 생각해봐야겠네요. 호호.”

 

“그런 남자가 나타나면 언제든지 알려 줘. 호호.”

 

여행을 앞 둔 루브리아의 마음은 희망으로 부풀어 있었다.

 

예수 선생이 눈도 고쳐주실 것이고, 바라바 님과 오붓한 시간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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