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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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387화 ★ 괴로운 마음

wy 0 2025.04.27

 안토니아 감옥에서 나온 바라바는 술을 한잔 더하고 싶었다.

 

혼자서 저녁을 먹기도 싫었고 주위에 아무도 따라오는 사람이 없으니 오랜만에 묘한 해방감이 느껴졌다.

 

항상 마음에 간직했던 루브리아까지 이제 떠났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헬몬산의 석청이 먹고 싶어졌다.

 

왜 그런지 알 수 없었다.

 

중앙호텔로 가는 번화가에는 꽤 큰 음식점이 몇 개 마주 보고 있었다.

 

그중에서 제일 북적이는 곳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혼자 오셨나요?”

 

바라바가 고개를 끄덕이자 종업원이 자리를 안내했다.

 

식사는 안 하고 포도주 한 병과 적당한 안주를 시켰다.

 

두 사람이 앉을 수 있는 식탁에 혼자 앉으니 맞은 편에 루브리아의 자리가 비어 있었다.

 

그녀의 아름답고 품위 있는 얼굴이 바라바를 마주 보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상을 다 가진 듯했는데 갈릴리 열성단에 균열 조짐이 보이고, 어떤 놈이 바라바를 시기하여 중상모략하고 있다.

 

혹시 루브리아가 그 소식을 듣고 그런 서신을 쓴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세게 흔들었다.

 

지리적으로나 시간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종업원이 적포도주 한 병과 메뚜기튀김을 자리에 턱 소리 나게 놓았다.

 

식사를 안 시켜서 그런지 별로 친절하지가 않았다.

 

입안에 털어 넣은 포도주는 물에 희석해서 밍밍했고 메뚜기도 별로 맛이 없었다.

 

루브리아와 더 이상 만날 희망이 없다면 로마는 가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반겨주는 사람은커녕 아는 사람도 전혀 없는 곳이다.

 

공부한다면 무슨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할 수 있을지바라바는 그동안 자신이 허황된 꿈을 꾸고 살았던 것 같았다.

 

그래서 아몬도 사라도 로마에 가는 것을 그렇게 못마땅해한 것이리라.

 

하지만 필로 선생이 로마에서 곧 자신을 부를 것이고 황제에게 청원서 보낸 일을 같이 잘 마무리하려면 잠깐이라도 가면 좋을 것이다.

 

그래서 가는 길에 그래도 마지막으로 루브리아를 직접 만나서 그녀의 생각을 듣고 싶었다.

 

원로원 의원과 교제한다는데 아마도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터이다.

 

술을 한 잔 더하니 또 생각이 바뀌었다.

 

그녀를 만나서 무슨 사정을 할 것도 아닌데 구차하게 보이지는 않을까.

 

자신의 흉상을 보낸다는 것은 이제 보고 싶어도 더 이상 찾아오지 말라는 강한 거부의 뜻이 아닌가.

 

그 이상 이별을 정확히 통보할 수는 없는 것이다.

 

바라바는 다시 로마에는 안 가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

 

루브리아와의 사랑은 이제 전설 같은 추억으로만 간직하는 것이 모두를 위한 길이다.

 

로마는 대신 사라를 보내는 것이 좋을 듯했다.

 

그녀가 곧 미사엘 님과 결혼할 텐데 그 전에 자유롭게 넓은 세상을 구경하고 오라고 하면 작은 선물이 될 것이다.

 

사라는 원래 루브리아와 같이 로마에 가고 싶어 했었다.

 

마음을 어느 정도 정리하고 슬슬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는데 점잖게 생긴 젊은이가 다가왔다

 

모습이 눈에 익었다.

 

바라바 단장님 아니세요?

 

여기는 혼자서 웬일이세요?”

 

, 누구더라.”

 

분명히 본 사람인데 언뜻 생각이 안 났다.

 

저 네리입니다. 로벤 친구요.

 

유월절 감람산 캠프에서 잠깐 뵈었습니다.”

 

, 그래 이제 기억이 나네. 여기 혼자 왔나?”

 

, 이 집 주인을 잘 알아서 가끔 옵니다. 음식값을 반으로 해줘요.”

 

그렇군. 그럼 여기 앉아서 같이 식사해. 나도 아직 안 먹었어.”

 

, 감사합니다. 단장님과 이렇게 함께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천만에, 내가 고맙지.”

 

종업원이 네리를 알아보고 웃으며 다가왔다.

 

네리 씨가 아는 분이군요. 앞으로 자주 오세요.”

 

친절해진 종업원에게 자신을 소개하려는 네리를 바라바가 급히 말렸다.

 

간단히 두 사람의 식사를 시킨 후 네리가 목소리를 낮추어 물었다.

 

내일 로벤과 동료들이 석방된다는 소문이 있는데 사실인가요?”

 

, 그래야 하는데 아직 좀 확실치가 않네.”

 

바라바가 자세한 설명과 함께 요남에 대한 걱정을 했다.

 

네리가 막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데 덩치가 큰 사내가 네리 옆에 와서 큰 소리로 말했다.

 

네리 왔구나. 오늘은 처음 보는 손님과 같이 왔네.

 

근데 인상이 낯이 익은데. 혹시 저를 아십니까?”

 

잘 모르겠는데요. 누구시지요?”

 

바라바가 덩치 큰 사내를 올려보며 말했다.

 

저는 이 식당 주인 엘리아셀입니다.

 

손님이 많다 보니까 가끔 제가 만난 분인데 기억을 못 할 때가 있어서요.

 

자주 오시면 특별히 잘해 드리겠습니다.

 

오늘은 네리와 같이 오셨으니 술 한 병 서비스 드리고 식대는 반값만 받겠습니다.”

 

네리가 이번에는 바라바를 소개하려 하지 않았다.

 

엘리아셀이 손님이 많이 앉아있는 다른 테이블로 향하다가 다시 네리에게 왔다.

 

허리를 낮추고 네리에게만 하는 소리였지만 잘 들렸다.

 

어제 사건으로 충격이 커서 나는 당분간 모임에 안 나갈 거야.

 

아무래도 또 속은 것 같아.

 

예수 선생이 다시 예루살렘에 오기는커녕 그렇게 충실한 사람이 돌에 맞아 죽었으니.

 

야고보 님이 찾으면 그렇게 전해줘.”

 

네리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바라바 네리 엘리아셀 collage.png

 

종업원이 어느새 알고 하얀 포도주 한 병을 서비스로 가지고 왔다.

 

사라 님께는 말씀드렸는데, 저는 얼마 전부터 열성단을 떠나서 야고보 님이 이끄시는 에비온 모임에 참석하고 있습니다.”

 

네리가 자기 잔을 바라바 앞에 놓고 백포도주를 따르며 말했다.

 

로벤이 고생이 많을 텐데 내일은 꼭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고개를 뒤로 젖히고 단숨에 한 잔을 비우는 바라바의 귀에 네리의 다음 말이 놀라웠다.

 

그런데 요남이라는 사람이 혹시 사마리아에서 왔고, 말린 지네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먹지 않나요?”

 

바라바가 입안에 든 술을 급히 삼키고 물었다.

 

그래, 바로 그 사람이야? 지금 어디 있나?”

 

네리가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했다.

 

바라바의 입술이 열렸다 닫혔다.

 

저도 잘은 모르는데 어제 맨몸으로 돌을 막다가 크게 다쳤으니 근처 병원에 있을 거예요.

 

머리가 돌에 맞아 의식을 잃었는데 어쩌면.”

 

그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어느 병원인가?”

 

바라바가 반쯤 자리에서 일어나며 물었다.

 

그건 모르겠고요. 아마 빌립 님이 돌보고 계실 거예요.

 

아직 숨이 붙어 있으면요빌립 님은 돌아가신 스데반 님과 함께 일곱 집사 중의 한 분이에요.”

 

네리의 설명이 차분했다.

 

빌립이라는 사람은 어디 있나?”

 

저도 그분의 집은 몰라요. 모임에서만 몇 번 만났어요.”

 

돌에 맞은 현장에서 가까운 병원이 있을 테니 지금 가봐야겠네.”

 

바라바가 일어났고 네리가 종업원에게 급히 계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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