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판결.jpg

                                                                                  

바라바 367화 ★ 노인이 되면

wy 0 2025.02.16

그렇게 하게. 우리는 조금 더 사라와 같이 대책을 강구해 볼게.

 

나발의 반발을 막으면서 조직을 다시 단단히 합치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 같네.”

 

아몬이 같이 일어나며 말했다.

 

그래. 나발을 설득할 방법이 있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말하며 사라를 보니 그녀의 눈이 벌게져 있었다.

 

무슨 말을 할까 하다가 그냥 그녀의 집을 나왔다.

 

물론 사라의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사무엘 님 밑에서 외동딸로 귀엽게만 자란 탓이리라.

 

집으로 향하는 바라바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그동안 수많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열성당을 새로 조직해 이제 그의 위상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데 예상치 못했던 내부 혼란이 일어나고 있었다.

 

조직이 커지면서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겠지만 마음 한구석이 뭔가 불안하고 찜찜했다.

 

아마도 이번 벽보의 내용, 특히 바라바가 사무엘 님을 배신하고 로마 여성을 따라 로마로 갈 것이라는 내용 때문인 성싶었다.

 

스스로 생각해도 그 내용이 어느 정도는 사실이라는 자괴감이 들었다.

 

사라도 아마 그 소리를 듣고 신경이 많이 날카로워진 것 같았다.

 

그녀가 빨리 미사엘 님과 맺어지면 이런 소문도 없어질 것이다.

 

잠시 후 바라바가 집에 도착하니 아버지가 호란과 술을 마시고 계셨다.

 

술병이 서너 개가 비어있는 것으로 봐서 오랜만에 꽤 많이 드신 듯했다.

 

어서 와라. 호란이와 빌립 선생님 이야기를 하다 보니 술을 좀 마셨다.

 

근데 무슨 일이 있었니? 얼굴이 좀 어두워 보인다.”

 

아니에요. 저도 술을 좀 해서 그런가 봐요.”

 

술을 많이 드셨지만 아버지의 눈매는 날카로웠다.

 

호란 옆에 앉은 바라바에게 술을 한 잔 따라주며 계속 말씀하셨다.

 

호란이 이야기 들어보니 이번에 그 황금 성배를 꼭 찾아야겠더라.”

 

, 그래서 모레 사마리아로 같이 갈 거예요.

 

저의 동료가 황금 성배가 어디 있는지 아니까 돌려받아야지요.

 

원래 에세네파의 보물이니까요.”

 

바라바가 자신있게 말했다.

 

그래. 그렇게 해서 지금 분열된 우리 에세네파를 다시 하나로 뭉치게 하고, 빌립 선생님의 뜻도 잘 받들도록 호란과 최선을 다해라.”

 

너무 염려 마세요. 아버님. 바라바 형님이 가면 문제 없을 거예요.”

 

호란이 금방 빈 바라바의 잔에 술을 따라주었다.

 

지금도 호란에게 말했지만 빌립 선생님은 에세네파뿐만 아니라 유대교의 모든 원로 중 가장 훌륭하신 분이었다.

 

학문으로는 가말리엘 선생이, 권력으로는 안나스 제사장이 가장 성공했지만 신앙의 깊이와 인격에서는 빌립 선생님을 따라가지 못했지.

 

내가 나이가 들어보니까 노인이 되면서 경륜이 높아지고 지혜로워지는 사람보다 그렇지 못한 사람이 많더라.”

 

아버지가 빈 잔을 들었다 다시 놓으셨다.

 

"욕심 많은 이들은 늙으면서 더 욕심 사나워지고, 교만한 이들은 더 뻔뻔해진다.

 

과거의 실수나 잘못한 일들은 더욱 민감한 상처로 남아 사실과 다르게 변하고 포장된다.

 

나이가 많다고 권위만 앞세워 옹졸하게 버럭 화만 내는 경향이 늘어나지.

 

그런 원로들의 노년은 추하고 쓸쓸하다.

 

주위 사람들, 가족들 대부분이 그를 속으로는 싫어하지만, 그가 가진 재산 때문에 슬슬 비위만 맞춘다.

 

그런 노인들은 더욱 재산을 꼭 움켜쥐고 동시에 선지자의 말씀과 모세의 율법을 엄숙히 언급하지.

 

왜냐하면 천당에도 꼭 가고 싶으니까.

 

노인이 되면 이렇게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지!

 

호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날 프로클라 여사를 만나려고 나갈 준비를 하는 왕비에게 시녀장이 들어왔다.

 

안나스 제사장이 그녀를 만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어제 도착한 헤로디아의 물품 중 대제사장 의복 에봇이 없는 것을 벌써 알고 왔을 것이다.

 

천천히 화장을 마친 그녀가 대기실로 들어갔다.

 

안나스 님, 제가 없는 사이에 헤롯 전하를 잘 보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무슨 황송한 말씀을요! 

 

마땅히 소신이 해야 할 일이지요.”

 

공손하게 대답을 한 안나스의 도톰한 입술이 왕비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대제사장님이 부탁하신 에봇은 지금 따로 오고 있습니다.

 

황제 폐하께 제일 먼저 말씀드려 승락을 받았지요. 호호.”

 

, 역시 그러시군요. 감사합니다. 왕비님!”

 

안나스의 표정이 밝아지며 안도의 숨을 내쉬는 것이 전해졌다.

 

그 의복이 보통 옷입니까! 

 

만에 하나 오는 길에 사고를 당하면 안 되니까 특별 경비팀을 고용해서 안전하게 운반 중입니다.”

 

알겠습니다. 언제쯤 도착할 예정인가요?”

 

안나스의 당연한 질문이었다.

 

곧 올겁니다

 

오기만 하면 되는 거지 급한 건 아니잖아요.”

 

, . 그렇긴 합니다만.”

 

그의 시선을 헤로디아가 피하면서 말했다.

 

제가 지금 프로클라 여사와 약속이 있어서 나가봐야겠어요.”

 

, . 그럼 소신은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안나스가 나가자 왕비도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저 노회한 영감이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을지도 모른다.

 

바라바를 빨리 오라고 해서 심부름을 시켜야겠다고 생각하며 외출준비를 하는데 프로클라 여사가 왕비를 만나러 왔다.

 

지난번에도 먼저 직접 오더니 오늘도 그랬다.

 

사실 황제를 만나고 온 자신을 찾아오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 생각하며 역시 프로클라가 예의를 좀 아는 여자라고 생각했다.

 

제가 찾아뵈려고 막 나가려는 참인데 또 먼저 오셨네요.”

 

왕비가 얼른 프로클라가 기다리는 방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천만에요. 긴 여행에 피곤하실 텐데 제가 와야지요.”

 

넓은 주름이 잡힌 하얀 드레스를 걸친 프로클라의 모습이 싱그러웠다.

 

이 여자와 루브리아를 볼 때마다 역시 여자는 젊어야 아름답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헤로디아로서는 썩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다.

 

헤로디아 프로클라 collage.png

 

왕비님께서 황제 폐하를 만나셔서 모든 일이 다 잘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축하드립니다.”

 

이 여자가 외교적 발언을 하는 건지 아니면 빌라도의 반대로 빌립 왕 영토가 당장 합병되지 못한 것을 전혀 모르는지 알 수가 없었다.

 

감사합니다. 황제 폐하께서 저를 어려서부터 무척 이뻐해 주셨어요.”

 

왕비의 말에 프로클라의 눈에 감탄이 빛이 어렸다.

 

 

 

 

State
  • 현재 접속자 7 명
  • 오늘 방문자 194 명
  • 어제 방문자 502 명
  • 최대 방문자 1,075 명
  • 전체 방문자 326,609 명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