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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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363화 ★ 바라바 비방 벽보

wy 0 2025.02.02

사라의 다소 과격한 말에 마차 안이 잠시 조용해졌다.

 

, 사라의 말이 일리가 있네.

 

지금 단원의 규모가 늘었다고는 하지만 지난번 보낸 자금을 벌써 거의 다 썼다는 건 좀 이상한 느낌도 있어.”

 

아몬이 옆에 앉은 바라바를 바라보며 한 말이었다.

 

그렇긴 하지만 자금 집행 내역을 조사하면 나발이 기분 나빠할 텐데.”

 

헤스론도 자기의 의견을 말했다.

 

기분 나빠하는 게 문제가 아니지요.

 

지금 바로잡지 않으면 나중에는 못 해요."

 

사라의 목소리가 평소답지 않게 사뭇 높았다.

 

“음, 나발이 그렇게까지 생각하지는 않을 거야.”

 

바라바가 당황스러운 느낌으로 아몬과 헤스론을 바라보며 말했고 잠시 어색한 침묵의 시간이 지났다.

 

아몬이 목을 가다듬고 다시 입을 열었다.

 

그 문제는 내일 다시 협의하기로 하고, 실은 좀 안 좋은 일이 하나 있네

 

며칠 전부터 바라바를 비방하는 벽보가 시내에 붙었는데 우리가 보는 대로 모두 떼었지만 자네가 알고 있는 게 좋을 거 같아.”

 

나를 비방하는 벽보? 무슨 내용인데?”


바라바 벽보 collage.png

 

“ 아람어로 써 있는데 바라바가 빌라도의 사면을 받아 살아난 후 감옥에 있는 동료들을 꺼내 주기는커녕 로마군이 되라고 했다는 내용이야. 배신자라는 거지.”

 

바라바의 입에서 작은 탄식이 나왔다.

 

누군가 최근에 일어난 일을 알고 그 내용을 교묘히 비틀어 사실처럼 각색한 것이다.

 

누가 그런 짓을 했을까?”

 

글쎄, 누군가 우리 내부에 돌아가는 사정을 아는 놈들 같아.”

 

사라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그동안 동료들을 석방시키기 위해 바라바가 애쓴 이야기를 두 사람에게 해주었다.

 

페르시아 국경의 로마군으로 자원하라고 한 것도 그들이 곧 석방되지 않으면 몇 사람은 힘든 수감생활로 생명을 잃을 정도의 건강이라는 설명도 했다.

 

물론 그래서 그랬겠지.

 

우리야 바라바 단장이 무슨 일을 해도 믿지만 잘 모르는 사람들은 이런 얘기가 그럴듯하게 들릴 수가 있겠어.”

 

아몬이 잠시 말을 멈추고 사라를 한번 쳐다본 후 계속 입을 열었다.

 

그리고 사라가 여기 있어서 이런 얘기 하기는 좀 미안한데… 

 

비방 벽보 내용 중 바라바가 사무엘 님의 따님인 사라를 배신하고 로마 여인을 사귀고 있고 그 여인을 만나러 곧 로마로 간다는 말도 있네.”

 

사라의 가슴에 묘한 쾌감이 몰려왔다.

 

맞는 말이고 누가 자기 대신 그렇게 시원한 말을 했다는 것이 기특하게까지 생각되며 바라바를 슬쩍 보았다.

 

바라바의 얼굴이 약간 상기되는 것이 느껴졌다.

 

무슨 말을 하려고 입술이 조금 움직였으나 말 대신 긴 한숨이 새어 나왔다.

 

혹시 요즘 안 보이는 미사엘 님이 그런 건 아닐까?”

 

헤스론의 발언에 사라가 고개를 크게 가로저었다.

 

미사엘 님은 절대로 그런 분이 아니에요.

 

음, 바라바 오빠가 도덕적 타격을 받아서 열성단장을 물러나면 가장 좋은 사람이 누구일까요?”

 

, 아셀 단장의 부하들이 그럴 수도 있겠다.

 

헤제키아라는 예전 경호 대장을 시내에서 누가 보았다던데 내가 당장 만나서 알아봐야겠어.”

 

사라가 고개를 다시 저었다.

 

헤제키아는 지난번 시온 호텔에서 바라바 오빠를 붙잡아 로마군에 넘기려고는 했지만, 벽보를 쓰는 일 따위는 안 할 거예요.

 

누구짓인지 미사엘 님이 알 수도 있을 텐데.”

 

마차가 가버나움 시내에 진입했고 바라바는 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검은 구름이 희뿌연 달빛조차 덮으면 사방이 더욱 깜깜해졌다.

 

자정에 가까운 시각, 미트라교 교주의 저택 앞은 어두웠고 정문을 지키는 경비 한 사람의 발걸음 소리만 규칙적으로 들렸다.

 

집주인 부부가 출장 중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경호원이 별로 없었다.

 

간혹 비틀거리는 취객 한두 사람이 집 앞을 지날 때 구름 사이로 허연 별빛이 그들의 얼굴을 살짝살짝 비추어 주었다.

 

정문 앞 경비의 발걸음이 느려지고 있는데 어디선가 진한 회색 옷을 입은 키 큰 사내가 나타나서, 흔들거리는 걸음으로 그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반짝 긴장한 경비가 오른손으로 품 안에서 칼을 꺼내는 모습이 보였다.

 

키 큰 사내가 조금 더 가까이 오더니 약간 술 취한 목소리로 말했다.

 

밤늦게 고생이 많네. 나 여로암이야.”

 

, 자네가 이 시간에 웬일인가?

 

경비가 바싹 다가온 그를 금방 알아보고 반가워했다.

 

, 술 한잔 하고 집에 가는 길일세. 오늘은 자네 혼자 근무하나 보네.”

 

그래, 두 분이 어디 출장 가셨어2~3일 후에 오신다네.

 

술 냄새가 꽤 나는군. 무슨 술을 그렇게 마셨나? 팔자가 좋구먼

 

오랜만에 청약수를 몇 잔 했더니 기분이 역시 최고야.

 

마시다 좀 남은 게 있는데 한 잔 줄까?”

 

여로암이 주위를 살피며 작은 호로병을 품 안에서 꺼냈다.

 

근무 중에는 술 먹으면 안 되는데

 

말은 그렇게 하면서 두툼한 경비의 입술은 벌써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청약수는 술도 아닌데 뭐.

 

잔이 없으니 그냥 나발을 불고 마시게. 입만 안 대면 돼.”

 

그럼 그럴까? 조금만 마실게.”

 

경비의 말이 끝나기 전에 청약수 병이 그에게 넘어갔다.

 

뚜껑을 얼른 열고 얼굴을 뒤로 반듯이 젖힌 후 입을 크게 벌리고 청약수를 부으니 목젖이 움직이는 동작과 술 넘어가는 소리가 동시에 이루어졌다.

 

소리와 함께 술병을 건네주는 경비에게 여로암이 말했다.

 

천천히 한 번 더 마시게. 아직 술이 많이 남았네.”

 

아니야. 자네 집에 가서 마셔야지. 집에서 기다리는 마누라도 없는데.”

 

나는 벌써 이게 세 병째야.

 

오늘같이 여기에 아무도 없는 날 마셔야지 언제 마시나.”

 

, 그건 그래. 그럼 한 번만 더 마실게.”

 

아까보다 좀 더 길게 나발을 부는 그의 모습이 구름을 헤치고 나온 달빛에 좀 더 잘 보였다.

 

몇 마디 더 하고 여로암이 자리를 뜨자 경비의 발걸음이 잠시 후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밤이 좀 더 깊어지자, 지나가는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고 도둑고양이의 울음소리만 간간이 들려왔다.

 

경비가 고개를 몇 번 좌우로 돌리더니 도저히 안 되겠는지 얼른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달빛이 다시 구름 속으로 자취를 감추자 온몸에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맞은 편 골목에서 나타나 교주의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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