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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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353화 ★ 경호원과 가정교육

wy 0 2024.12.29

 마나헴은 하품이 나오는 것을 참으려니까 얼굴 근육이 저절로 흔들렸다.

 

대제사장의 집회 모임에 참석하여 눈도장을 찍는 것이 중요해서 매주 참석하는데 오늘의 말씀은 좀 지루하다.

 

최후 심판에 대한 이야기는 급하지도 않고 현실감이 없다.

 

지금 급한 것은 사마리아로 쳐들어가 황금 성배를 빼앗고 세겜 전체를 뒤져서 유리 모녀를 잡는 일이다.

 

안나스 님의 걸쭉한 목소리가 계속 들렸다.

 

이 땅에서는 화난 사람 얼굴만 보고도 두려워하면서 왜 마지막 심판의 날을 두려워하지 않습니까?

 

여러분의 모든 비행을 다 아시는 하나님께 무엇이라고 답변할 겁니까?

 

그날에는 누구도 심판을 면할 수 없고 변호사를 구할 수도 없고 오직 여러분 각자의 죄와 눈물과 탄식이 드러나는 때입니다.”

 

대제사장이 연단에 있는 물 한 모금을 마시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가 지은 죄에 대하여 가혹한 처벌을 받습니다.

 

그때 게으른 자는 불타는 몽둥이로 매를 맞을 것이고, 방탕한 자는 냄새나는 유황불 속으로 던져져 온몸이 오그라지는 고통을 받게 되고, 시기하는 자는 미친개처럼 침을 흘리며 울부짖게 됩니다.

 

거기서는 한 시간의 형벌이 이 땅에서 10년간의 가장 고통스러운 고행보다 더 괴로울 것입니다.

 

그때는 잠시 쉴 수도 없고 작은 위안도 받을 수 없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 여러분의 죄를 걱정하고 슬퍼하십시오.

 

모세의 율법을 지키지 못한 어떠한 잘못이라도 모두 용서를 빌어야 합니다.

 

그리하면 심판 날에 여러분의 죄가 가벼워질 겁니다.”

 

대제사장은 자기의 설교에 감명받은 듯 목소리도 살짝 떨려 나왔다.

 

어떤 때는 두 눈에 눈물도 약간 글썽이며 청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안나스 마나헴 collage.png

 

이런 설교를 들으니 마나헴의 눈에는 아름다운 유리가 마지막 심판날 재판관인 자기에게 빌고 있는 모습이 떠올랐다.

 

그 옆에 레나도 묶여서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죄인 유리는 어이하여 은혜를 저버리고 마나헴 님을 배신하였는가?”

 

옆에서 불붙은 몽둥이를 들고 안대를 낀 우르소가 그녀에게 물었다.

 

유리는 고개를 살짝 들다가 재판관이 마나헴인 것을 알고 대답을 못했다.

 

심판의 날이 이렇게 도적처럼 빨리 올지 몰랐겠지!

 

저 앞에 타고 있는 유황불이 보이느냐?

 

너희 모녀는 세상에서 지은 큰 죄로 인하여 이제 저 불구덩이로 들어가야 한다.”

 

마나헴이 엄숙히 선언하자 유리가 고개를 들고 눈물을 흘렸다.

 

갑자기 불쌍한 생각이 들며 그녀를 용서해 줄까 생각하는데 옆에 앉은 사람이 일어나며 성가를 불렀다.

 

대제사장의 말씀이 끝난 것이다.

 

잠시 후 안나스의 집무실에 들어간 마나헴이 먼저 입을 열었다.

 

대제사장님, 오늘 말씀은 너무 감동적이라 많은 사람이 눈물로 통회하고 큰 깨달음을 얻은 듯합니다.”

 

안나스가 만족한 듯이 혈색 좋은 얼굴을 가볍게 끄덕인 후 말했다.

 

본인이 감명을 받았으니까 다른 사람의 심정을 볼 수 있지.

 

사람들은 모두 자기 기준으로만 세상을 판단한다오.

 

그래서 심판이 필요한 거고.

 

그런데 왜 갑자기 성전 경비대원을 50명이나 더 뽑으려고 하나?”

 

경비대원 충원계획서는 어제 가야바가 결재하였고 이제 마지막으로 안나스의 결정만 남았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그에게 구두로 재가를 얻어야 한다.

 

, 이번에 성전 외곽이 모두 완공되면서 출입문이 5개가 늘어났습니다.

 

문 하나에 밤낮을 교대로 4명씩만 있어도 40명이 당장 필요합니다.

 

그리고 작년에 나이가 50살이 넘어 퇴직한 인원이 6명이고 질병으로 4명이 사망했습니다.

 

이렇게 꼭 필요한 인원만 50명이 됩니다.”

 

, 그렇긴 하구먼. 어떤 기준으로 사람들을 뽑으려고 하는가?”

 

안나스가 눈을 가늘게 뜨고 마나헴을 시험해 보듯이 질문했다.

 

, 나이 15살에서 25살 사이의 신체 건강한 유대인 중 선발할 예정입니다.

 

사마리아인이나 갈릴리 사람은 철저히 제외할 것입니다.”

 

대제사장이 눈을 감은 채 듣고 있었고 마나헴이 얼른 계속 말했다.

 

물론 칼 쓰는 법과 창 던지는 방법에 대한 기본적인 시험도 볼 것입니다.

 

,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매주 대제사장님이 하시는 말씀을 잘 전해 듣고 묵상하는 자세입니다.

 

토씨 하나도 빼먹지 않고요.”

 

그러면 된다고 즉시 칭찬할 줄 알았는데 안나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느 조직에서건 가장 문제 되는 사람은 가정교육을 제대로 못 받은 사람이네.

 

어려서부터 버릇없이 자라고 별것 아닌 일을 하고도 참 잘했다라는 말을 기대하는 철부지들.

 

이렇게 자기중심적인 성질이 강한 사람들은 조금 힘든 일을 시키거나 잘못한 일을 나무라면 속으로 불만과 화를 키우지.

 

이런 사람들이 경호 업무를 맡으면 언제 창을 돌려 윗사람을 찌를지 모르네.

 

그러니까 훌륭한 청년을 뽑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사고 가능성 높은 인물, 속으로 분노를 품고 있는 사람은 절대 쓰면 안 되네.”

 

, . 명심하겠습니다. 대제사장님

 

유대 지혜서에도 아이를 훈계하지 아니하려고 하지 말라.

 

채찍으로 그를 때릴지라도 그가 죽지 아니하리라.

 

네가 그를 채찍으로 때리면 그의 영혼을 스올에서 구원하리라라는 말씀이 있어요.

 

그러니까 가정환경을 잘 살피고 뽑도록 하게.”

 

, 잘 알겠습니다.”

 

이렇게 대답하면서 마나헴은 유리가 어릴 때 그녀를 채찍으로 때리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그녀의 영혼은 지금 지옥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리라.

 

, 그리고.”

 

안나스의 걸쭉한 목소리가 그의 귀에 다시 들렸다.

 

사마리아 상황이 상당히 심각하다면서?”

 

가야바에게 상세히 전해 들은 듯 질문하는 그의 얼굴이 조금 굳어졌다.

 

, 그렇습니다. 특히 세겜시를 중심으로 미트라교가 크게 세력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그냥 놔두면 조만간 자체 병력이 2~3천 명은 쉽게 될 것 같습니다.”

 

미트라교라. 그건 그냥 놔두면 안 되겠네.”

 

, 제가 그 문제로 얼마 전 칼로스 천부장을 만났으나 별로 협조적이 아니었습니다.

 

외람되지만 이제는 대제사장님께서 헤롯 전하에게 이 문제를 말씀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사마리아 토벌군을 만들자는 말인가?”

 

, 저희 경비대 2천 명과 로마 수비대 2천 명만 있으면 3일 안에 세겜시를 초토화해서 그들의 뿌리를 뽑아 버리겠습니다.

 

미트라교는 모세가 물려준 황금 성배까지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 그런가? 황금 성배는 에세네파의 물건인데 거기 가 있구먼.

 

여하튼 며칠만 기다리게.

 

헤로디아 왕비가 곧 귀국하시니까 그분과 먼저 상의를 하고 전하께 말씀드리겠네.

 

황금 성배를 찾으면 먼저 나에게 가져오도록 하게.”

 

여부가 있겠습니까. 대제사장님!”

 

마나헴의 목소리가 듬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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