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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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347화 ★ 여자 사무장

wy 0 2024.12.08

가낫세 변호사 사무실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넓은 손님 대기실에는 벌써 상담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다

 

구석 자리에서 요한이 일어나며 사라에게 반갑게 손짓했다.

 

이럴 때 보면 바라바 오빠와 참 비슷하게 생겼다

 

일찍 와서 기다려주는 그에게 다시 한번 고마움을 느꼈다.

 

이 사람들이 다 가낫세 변호사 손님인가요?”

 

사라가 그의 옆에 앉으며 물었다.

 

아니에요. 반 이상은 새끼 변호사들 손님인데 거기서 걸러서 돈이 될 만한 손님은 가낫세 변호사에게 올라가지요.”

 

요한의 말이 끝나자 키가 크고 날씬한 여비서가 그들에게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요한 님. 가낫세 변호사님이 지금 출장 중이신데요

 

급한 일이시면 우선 사무장님을 일단 만나서 상의하시지요.”

 

요한의 이름을 기억하는 그녀가 둥근 은귀걸이를 흔들며 상냥하게 말했다.

 

, 그러신가요. 언제 오시나요?”

 

시간이 좀 걸리실 거예요. 알렉산드리아에 출장 중이신데 두 달 예정이세요.”

 

요한이 난처한 얼굴로 사라를 바라보았다

 

여비서가 얼른 한마디 더 했다.

 

요한 님은 저희 고객이시니까 사무장 면담은 무료로 해 드릴게요.”

 

사라가 고개를 끄덕였고 두 사람은 여비서의 안내를 받아 안으로 들어갔다.

 

가낫세 변호사의 사무장은 남자같이 생긴 여자인데 30대 중반으로 보였다.

 

루즈를 지우고 남자 옷을 입히면 누가 봐도 남자로 훌륭한 경호원 감이었다.

 

떡 벌어진 어깨와 짧은 목 위에 얹힌 둥그런 얼굴에 길게 찢어진 눈매가 날카로웠다.

 

악수를 청하는 그녀의 손을 잡은 사라는 단단한 굳은살과 억센 힘을 느꼈다.

 

요한도 좀 이상했는지 자리에 앉자마자 질문을 했다.

 

사무장님은 지난번에는 못 뵈었는데 언제부터 나오셨나요?”

 

지난 유월절 지나고부터 나왔습니다.”

 

그녀의 대답이 시큰둥했다. 사라가 오늘 변호사를 만나러 온 용건을 설명해 주었다.

 

사무장은 메모도 하지 않고 별 관심 없는 태도로 듣더니 입을 열었다.

 

모든 것은 가야바 대제사장님 마음먹기에 달렸어요

 

지금 저에게 사건의뢰를 하시면 가낫세 변호사 가격의 반값으로 해 드릴게요.

 

저는 대제사장님을 매일 만나요

 

그분과 같은 집에서 살고 있걸랑요.”

 

그녀가 자랑스럽게 마지막 말을 끝내는데 문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나더니 누가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 이 엉터리 사무장아. 내 돈 당장 돌려줘.”

 

턱수염이 허옇고 바짝 마른 노인이 지팡이를 흔들며 소리를 질렀고 뒤에서 여비서가 난처한 듯 서 있었다.

 

사무장의 미간이 찌뿌려지더니 자리에서 일어나며 같이 소리를 질렀다.

 

이 영감이 미쳤나. 며칠 더 기다리면 된다는데 왜 소리를 지르고 난리야.”

 

노인이 다시 지팡이를 바닥에 내리치며 입을 벌리려는 순간 뒤에서 건장한 남자가 나타나 한 손으로 노인의 입을 막으며 거칠게 그를 끌어냈다.

 

사무장이 자리에 앉으며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손바닥을 가볍게 털었다.

 

가끔 저런 사람들 때문에 법질서가 필요합니다

 

요즘 노인네들은 인내심이 없어요

 

말로 알아듣게 설명해도 꼭 폭력을 쓰려고 해요.”

 

사라가 더 이상 앉아 있고 싶지 않은 얼굴로 요한을 쳐다보았다.

 

사무장님이 가야바 님과 같은 집에서 사신다면 그 집에서도 무슨 일을 하시나요?”

 

, 제가 대제사장님 사택 정원을 관리하고 있어요.

 

변호사 사무실 관리나 정원 관리나 비슷해요

 

필요 없는 잡초를 제거하고 알곡만 키우면 되니까요.”

 

마고의 아내 요한 사라 collage.png

 

요한이 조금 더 대화를 나누다가 며칠 후 다시 오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라는 바라바 오빠가 기대를 많이 하고 있을 생각에 발걸음이 무거웠다.

 

 

 

 

이삭과 살몬을 면회하고 나오는 바라바와 호란을 롱기누스 백부장이 안토니아 요새 정문 앞까지 나와서 배웅했다

 

호란도 덩달아 어깨가 으쓱했다.

 

바라바 형님, 이제 정말 형님이 큰일을 많이 하셔야겠어요

 

할아버지도 형님에 대한 기대가 크셨는데, 지난번 빌라도 총독의 특사로 풀려나신 소문을 쿰란에서 들으시고 아주 좋아하셨어요.”

 

, 그때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해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상하게 오래전 같네

 

그때 나 대신 십자가에 처형된 분이 에세네파 세례요한 선생의 제자였다고 했어.”

 

, 할아버지도 알고 계셨어요

 

바라바 형님도 집안이 에세네파시니까 나사렛 예수님이 에세네파의 장래를 위해 바라바 님을 살리고 대신 희생되신 거라고 하셨지요.”

 

, 그렇게 생각하셨구나

 

여하튼 선생님의 마지막 소망대로 우리가 하루속히 사마리아에 있는 황금 성배를 쿰란으로 가지고 가야 할 텐데.”

 

, 근데 미트라교에서 가지고 있으니 순순히 내놓지는 않겠지요

 

무언가 대가를 주거나. 아니면 힘으로 해야 할 텐데원래 우리 거니까.”

 

두 사람의 발걸음이 걱정으로 조금 무거워지며 바라바의 머릿속도 복잡해졌다.

 

돈을 준다고 미트라교에서 황금 성배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고, 무력으로 빼앗는 것도 갈릴리 열성당을 동원해 전쟁을 하다시피 해야 할 것이다.

 

언뜻 누보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그들도 자체 방위 병력을 상당히 많이 확보했기 때문에 그 또한 쉽지 않을 것이다

 

바라바의 안색이 조금 어두워지는 것을 느꼈는지 호란이 가볍게 말했다.

 

너무 걱정은 마세요. 무슨 좋은 방법이 있을 거예요

 

미트라교의 시몬 교주가 원래 오래전 쿰란에서 수도 생활을 하던 에세네파 제자였는데 개종을 하고 사마리아로 떠나면서 성배를 가지고 갔다고 해요.

 

혹시 세례요한 선생님이 다시 나타나서 성배를 찾아 주지는 않을까요

 

나사렛 예수라는 분이 다시 나타나셨듯이.”

 

그랬으면 참 좋겠구나. 그런데 미트라교는 이미 로마 총독부에서 그 조직을 와해시키려고 계획을 세우고 있어

 

그러니까 사마리아인들과 미트라교도의 대량 학살이 분별없이 일어날 우려도 있지.”

 

, 그렇군요. 잘못하다가는 그 와중에 황금 성배가 다시 분실될 수도 있겠네요.”

 

"응, 그래서 적어도 그전에는 우리가 찾도록 해야지.”

 

, 그래야지요. 그런데 바라바 형님, 나사렛 예수의 가르침을 따르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면서 비난하는 사람들도 생기는 성싶습니다.”

 

그래? 어떤 비난인가?”

 

바라바는 항상 그분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았다.

 

저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 집단은 식인의 풍습을 장려한다는 소문이 있어요

 

예수 선생 본인이 제자들에게 자기의 피와 살을 먹으라고 했다네요

 

저는 그게 무슨 소리인지 전혀 이해가 안 돼요.”

 

글쎄사라가 아마 거기에 대해 좀 알지도 몰라.”

  

두 사람의 발걸음은 어느새 시온 호텔에 거의 당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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