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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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339화 ★ 나를 붙들지 말라

wy 0 2024.11.10

마리아의 서신이 두 번째 장으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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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제가 생각한 것은 나를 붙들지 말라라고 하신 말씀입니다.

 

그때 선생님을 제 손으로 만져 보면서 붙잡고 싶었는데 그 마음을 아신 겁니다.

 

부활하신 몸, 이미 떠나가신 몸은 인간의 손으로 만질 수 없는 것인가요.

 

아니면 이 땅에서 알았던 유한한 의미의 몸은 잡으려 하지 말라는 말씀인지요.

 

저는 알 수 없습니다.

 

어쩌면 아버지께 가고 계신 그분을 만지는 것은 그를 멈추어 세우는 일인지도 모르지요.

 

그래서 그분은 나를 만지지 말고, 붙들지 말고 모든 집착을 포기하라.

 

사람들이 보고 싶은 부활의 확증이 있다고 믿지 말라.

 

심지어 내 모습을 맹신치 말고 내 떠남에 충실하라는 말씀을 하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 요한 님을 비롯한 사도분들께서 나중에 좋은 의견을 밝혀 주시면 저로서는 이 서신을 쓴 보람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제가 왜 고향을 떠나야 하는지 말씀드리겠어요.

 

제가 영광스럽게도 그분의 부활을 처음 알아본 이후 제자님들은 물론 주위의 여러 사람들이 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어떤 분은 제가 선생님을 만났던 일을 상세히 알려 주면 그 장면을 그림으로 그리겠다고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제가 거짓말을 하거나 꿈을 꾸었다고도 생각합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그런 관심을 받을 자격이 없는 여자입니다.

 

더욱 중요한 점은 저로 인해 선생님의 살아나심에 조금이라도 흠결이 생기면 안 되겠습니다.

 

최선의 방법은 제가 조용히 사라지는 것입니다.

 

저는 멀리 아라비아 사막에 가서 나사렛 예수님을 생각하며 수도 생활을 하려 합니다.

 

하지만 제 마음의 또 다른 한편을 요한 님께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앞으로 제가 수행하는 동안 반드시 한 번은 예수 선생님이 저에게 다시 나타나서 제 이름을 부르실 겁니다.

 

동산지기나 행인의 모습이 아니고 나사렛 예수 그대로의 모습으로 나타나 제 이름을 부르시면 제가 먼저 빠른 동작으로 그분의 손을 잡겠어요.

 

그때는 선생님이 어떤 말씀을 하실까요. 저는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제가 느끼기엔 사랑과 부활은 같은 속성의 것임으로 제가 잡고 만져도 붙들 수는 역시 없을 것 같습니다.

 

저는 나사렛 예수님을 그렇게 알고 생각하며 기다리겠습니다.

 

요한 님과 사도님들의 앞날에도 예수 선생님이 늘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마리아 님께 인사도 못 드리고 떠나서 죄송합니다.

 

막달라 마리아 드림>

 

 

그녀의 서신을 다 읽은 글로버 선생이 다시 길게 숨을 내쉬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고 사라가 입을 열었다.

 

"예수 선생님이 왜 그녀에게 맨 먼저 보이셨는지 알 것도 같네요.

 

저라도 아마 그녀처럼 고향을 떠났을 거예요.”

 

이 서신은 제가 다른 사람에게는 아직 보여 주지 않았어요.”

 

요한의 말에 모두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서신을 읽느라고 시간이 꽤 지났네요.

 

야고보 님은 아직 기도를 끝내지 않으셨나 봐요.

 

저는 이만 가봐야겠습니다.”

 

사라가 주위를 돌아보며 말했다.

 

모두 그녀를 배웅하러 일어서는데 네리가 말했다.

 

사라 님, 이번에 로벤과 동료들을 석방시키고 아라비아 사막에 가보면 어떨까요.

 

어쩐지 거기서는 수도가 잘될 것 같아요. 마리아 님도 찾아보고요.”

 

그것도 재미있는 생각이네.

 

그럼 요한 님, 내일 변호사 사무실에서 만나요.”

 

사라가 나가자 글로버는 마리아의 서신을 또 한 번 읽어 보았다.

 

 

 

 

평화의 도시 예루살렘은 해가 떨어지면 급격히 서늘해진다.

 

요한을 만나러 왔다가 글로버 선생도 만나고 막달라 마리아의 서신도 읽게 되었다.

 

사라는 땅거미가 지고 쌀쌀해지자 시온 호텔로 걸음을 재촉했다.

 

그녀는 상아색 캐시미어 머플러를 꺼내서 목에 둘렀다.

 

루브리아 언니가 떠나면서 그녀에게 준 것인데 아직 바라바 오빠에게 주지 않았다.

 

부드럽고 따스한 느낌이 몸 전체에 퍼졌다

 

손으로 다시 한번 만져보았다.

 

내가 소유한 물건은 마음대로 만지고 붙잡을 수 있다.

 

이제 바라바 오빠가 필로 선생을 만나러 로마로 떠난다면 그를 더 이상 붙들 수는 없는 것이다.

 

막달라 마리아의 심정을 너무나 잘 이해하겠고, 베다니에서 몇 번 만난 그녀의 우울하면서도 아름다운 모습이 어른거렸다.

 

골목길 모퉁이를 막 돌아 나가려는데 뒤에서 걸쭉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잠깐 나 좀 봅시다.”

 

사라가 돌아보니 얼굴이 벌겋고 턱수염이 잔뜩 난 중년의 사내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의 위아래를 훑어보았다.

 

아무래도 동네 건달패인 성싶었다.

 

얼른 발걸음을 돌려 골목 밖으로 나가려는데 어느새 앞에서 그녀를 가로막는 또 한 사람이 있었다.

 

머리를 박박 밀고 작은 키에 뚱뚱한 사내였다.

 

그 바구니 안에 있는 게 뭐요?”

 

대머리가 얼굴을 히죽거리며 물었다.

 

바구니 안에는 네리가 넣어 준 대추야자가 있었다.

 

사라가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이 안에는 대추야자가 들어 있어요.

 

배가 고프면 드릴 수 있어요.”

 

두 사내는 서로 눈짓을 교환하며 사라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물론 배는 고프지만 우리는 돈으로 받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흐흐.”

 

사라가 얼른 주머니에서 은전 한 개를 꺼내 턱수염에게 내밀었다.

 

고맙긴 하지만 아가씨 눈에는 우리가 한 사람으로 보이나 보네.

 

은전을 반으로 나누어서 가질 수는 없는데.”

 

사라의 가슴을 계속 쳐다보며 턱수염이 말했다.

 

은전을 한 개 더 꺼내 주며 사라가 말했다.

 

, 그럼 되었지요. 이제 길을 비켜 주세요.”

 

은전 두 개를 집어넣은 턱수염이 대머리를 한번 바라보고 다시 말했다.

 

이 아가씨가 바쁜 일이 있나 보네.

 

근데 은전은 나눌 수 없지만, 여자는 두 남자가 같이 가질 수 있는데잘 모르면 우리가 가르쳐 줘야지.”

 

, 형님이 먼저 잘 가르쳐 주세요. 흐흐.”

 

대머리가 말했고 턱수염이 사라에게 바싹 다가오자 술 냄새가 확 풍겼다.

 

사라가 저절로 한걸음 물러서는데 대머리가 뒤에서 그녀의 상체를 두 팔로 꼭 잡았다.

 

사라가 비명을 질렀다

 

턱수염이 다가와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가까이 보니까 상당히 미인이네.

 

오늘 저녁은 우리와 대추야자를 먹으면서 밤새 같이 지냅시다.

 

은전이 있으니 좋은 술도 한잔하면서

 

턱수염이 사라의 뺨에 입술을 가져다 대었다.

 

사라가 다시 소리를 지르자 대머리가 뒤에서 손으로 그녀의 입을 막았다.

 

바로 이때 소리와 소리가 거의 동시에 나면서 대머리의 억센 손이 떨어져 나갔다.

 

사라가 얼른 돌아보니 골목 입구에 젊은 남자가 서 있는 모습이 어슴푸레 보였다.

 

 대머리는 머리에 무엇을 맞았는지 손으로 뒤통수를 부여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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