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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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297화 ★ 각본과 배신

wy 0 2024.06.16

바라바 오빠를 따라서 사마리아로 가기로 한 사라는 떠나기 전에 유다 님의 편지를 전달하기 위해 베다니로 가고 있었다.

 

지난번 갔던 길과 같은 길인데 사라의 눈에는 길에 보이는 모든 것이 즐겁고 희망차게 느껴졌다.

 

사람들이 삼삼오오 다니는 것도 활기차 보였고 어린 양이나 염소 새끼들의 울음소리도 귀에 거슬리지 않았다.

 

그동안 바라바 오빠도 완전히 자유인이 되었고 루브리아 언니의 눈도 고쳐졌다.

 

무엇보다 새로운 변화는 루브리아 언니가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여행을 왕비와 떠난 것이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미리부터 정해진 신의 계획이고, 하루 앞을 알 수 없는 인간은 이런 운명에 순종할 수밖에 없으리라.

 

사라 자신도 이런 상황에서 굳이 바라바 오빠와 헤어질 필요는 없을 것이다.

 

베다니의 마당에서 요한과 대화를 하고 있던 네리가 사라를 먼저 보았다.

사라 네리 요한 collage.png

 

사라 님. 제가 곧 가 뵈려고 했는데 오셨네요.”

 

요한도 그녀를 반갑게 맞이했고, 사라가 서신을 꺼내 그에게 주었다.

 

심각한 얼굴로 유다가 선생님에게 쓴 글을 읽은 요한이 눈을 한 번 감았다 뜬 후 입을 열었다.

 

우리도 시간이 지나고 보니까 유다가 배신한 것을 확실히 알게 되었어요.

 

이 서신을 읽어보니까 그 사람도 내심 고민이 많았군요.

 

하지만 저는 그의 말에 동의할 수 없어요.

 

자기가 배신한 것이 예수 선생님을 도와준 일이고, 그렇게 함으로써 선지자의 뜻을 이루었다는 것은 변명에 지나지 않아요.”

 

요한의 목소리가 계속 강하게 이어졌다.

 

만약 이러한 논리가 성립된다면 에덴동산에서 카인이 아벨을 죽였는데 그것도 다 하나님이 미리 각본을 짜놓고 인간을 희롱한 것밖에 안 되지요.

 

저는 적어도 지금은 유다라는 사람을 용서할 수 없어요.

 

예수 선생님은 어떠실지 모르지만.”

 

요한의 말이 끝나자 사라가 예수 선생이 살아났다는 소문에 대해 물었고 네리가 자세한 설명을 해주었다.

 

어머, 그런 놀라운 일들이 있었네.

 

엠마오에서 만난 행인, 나중에 선생님으로 생각된 사람은 어떻게 생겼었나요?”

 

네리가 고개를 갸웃하고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별 특징이 없는 중년의 여행객이었어요.”

 

선생님이 유다의 서신 중 성령을 빨리 보내 달라는 부탁을 들어주셔서 그 여행객의 마음속에 성령이 들어왔던 것은 아닐까요?”

 

사라가 요한을 돌아보며 물었다.

 

글쎄요유다의 마음을 선생님이 미리 아셔서 그러실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렇다면 성령이 우리에게 먼저 나타나지 않았을까요?”

 

, 말씀을 들어보니 그럴 것도 같네요.”

 

, 루브리아 님의 눈은 좀 어떠신가요?”

 

요한이 갑자기 생각난 듯 물었다.

 

사라가 골고다에서 루브리아의 눈이 치유된 사건을 말해 주었다.

 

너무 잘 되셨군요. 선생님의 마지막 치유라고 생각되네요.”

 

, 저도 그 자리에 있었는데 틀림없이 그분이 고쳐 주신 거예요.”

 

네리가 계속 요한에게 물었다.

 

근데 요한 형님, 막달라 마리아 님이 처음 본 무덤에 있었던 하얀 옷을 입은 사람은 마가였나요?”

 

요한이 고개를 끄덕이면 대답했다.

 

, 마가가 그날 새벽에 흰옷을 입고 무덤에 갔던 것은 사실이야.


그 젊은 친구는 용감하고 호기심이 많아서 선생님이 겟세마네에서 끌려갈 때도 바싹 따라가다 붙잡힐 뻔했지.

 

그런데 자기는 막달라 마리아 님을 만난 적은 없다고 하네.”

 

막달라 마리아 님은 마가의 얼굴을 알 텐데 못 알아본 것을 보면 아니겠지요.”

 

사라가 자기 생각을 말했다.

 

, 그런데 마가가 그날 새벽 무덤을 지키는 경비병들이 자기를 알아볼까 봐 얼굴에 하얀 분칠을 하고 갔었다네요.”


경비병들은 무덤 앞에 있었나요?”

 

사라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 이른 새벽에 몇 사람이 있다가 동이 틀 무렵에 모두 내려갔다고 해요.

 

그래서 바로 들어가 보았는데 선생님의 시신은 이미 찾을 수 없었고요.”

 

, . 저도 선생님이 다시 살아나셨고 그분이 보내신 성령님도 만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루브리아 언니도 같은 생각일 거예요.

 

그럼 서신을 전달했으니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요한 님.

 

오늘 오후에 사마리아로 떠나야 해서 준비할 게 많습니다.”

 

그러시군요. 그동안 많이 도와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사라 님.

 

저희도 곧 갈릴리로 출발할 예정입니다.”

 

, 저도 며칠 내에 가버나움에 갈 거예요.

 

네리 씨는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

 

사라가 네리에게 얼굴을 돌렸다.

 

저는 이제부터 요한 형님을 따라가려고요.

 

열성당의 아몬 님께도 그렇게 말씀드렸어요.”

 

그래요. 어차피 나사렛이 고향이니까 그것도 좋겠네.

 

그동안 여러 가지로 고생 많았어요.”

 

사라가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아니에요. 그리고 이제 곧 또 뵐 텐데요.”

 

네리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그럼요. 가버나움의 베드로 님 집으로 오시면 언제든지 연락이 될 거예요.

 

지금 우리는 예수 선생님이 다시 살아나셨고, 곧 갈릴리에서 그분을 만날 기대로 모두 설레고 있어요.”

 

요한의 말에 힘이 느껴졌다.


사라 님, 사마리아에 산도적을 조심하세요.

 

마차는 지난번 그 마차가 좋고요.

 

그리고 잠깐만 기다리세요.”

 

네리가 급하게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뛰어나온 그의 손에 큰 바구니가 들려있었다.

 

지난번 맛있게 드시던 대추야자에요. 가시면서 마차 안에서 드세요.”

 

어머, 고마워요. 네리 씨, 그럼 이제 가볼게요.

 

살로메 님과 시몬 님에게도 인사 전해 주세요. 요한 님


사라가 일어나며 말했다.

 

, 그럼 사마리아에 조심해서 다녀오시고 또 봬요.”

 

요한과 네리가 대문 밖까지 그녀를 배웅하고 들어오자 살로메가 마당으로 나왔다.

 

아니, 무슨 대추야자를 그렇게 많이 가지고 나갔니?”

 

요한이 방금 사라가 다녀간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랬구나. 혹시 네리 청년이 연상의 여인 사라 님을 속으로 흠모하는 거 아닌가?”

 

얼굴이 대추야자처럼 붉어진 네리가 얼른 말했다.

 

아니에요. 그냥 누님처럼 생각하는 거예요.”

 

얼굴이 아닌 것 같은데? 내 눈은 못 속여. 호호.” 

 

고개를 숙인 네리의 얼굴이 더욱 붉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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