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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암과 김성수 : 이 두 분이 좌절한 과제들을 현대 속에서 업그레이드해서 살리는 것 - 이남곡

wy 0 2020.03.09

 

공자와 염유의 대화다.

“백성들이 참 많구나.”

“백성이 많아진 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

“부유하게 해주어야 한다.”

“부유해지면 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

 

“교양을 길러야 한다.”                               

子適衛 冉有僕 子曰, 庶矣哉 冉有曰, 旣庶矣 又何加焉 曰, 富之 曰, 旣富矣 又何加焉 曰, 敎之  (子路 第十三)>

 

요즘 말로 바꿔본다.

“사람들이 사회를 이루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우선 물질적 수요를 충족시키는 것이 필요조건이지만,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행복해지지 못한다. 반드시 정신적 성숙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 정신적 성숙의 목표가 무엇인지에 대한 자공(子貢)과 공자(孔子)의 대화다.

“가난하면서도 아첨함이 없으며, 부유하면서도 교만함이 없으면 어떠합니까?”

 

“좋은 말이다. 그러나 가난하면서도 즐거워하며, 부유하면서도 예를 좋아하는 것만은 못하다.”

子貢曰, 貧而無諂 富而無驕 何如 子曰, 可也 未若貧而樂 富而好禮者也  (學而 第一)

 

가끔 생각나는 대화다.

요즘 말로 바꿔 본다.

“가난하면서도 당당하고, 부유하면서도 겸손하면 어떻습니까?”

 

“그런 태도만 되어도 훌륭하지만, 한발 더 나아가 구체적 삶과 사회적 실천으로 나타나야겠지요. 

가난하면서도 부나 권력을 동경하지 않고 의(義)를 실현하는 실천 자체가 기쁨이 되는 사람, 부유하면서도 자기의 재산을 공용(公用)으로 사용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되어야겠지요”

 

요즘 ‘죽산 조봉암 평전’에 이어 ‘인촌 김성수의 삶’을 읽고 있다.

 

인촌과 죽산.gif

인촌 1891 - 1955 / 죽산 1898 - 1959


‘역사는 현재와의 대화’라는 말처럼, 사람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그 시대의 상황이나 보는 입장에 따라 다르고,모든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며 공(功)과 과(過)는 늘 따라다니는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서 읽는다.

 

읽으면서  공자의 ‘빈이락貧而樂’과 ‘부이호례富而好禮’가 떠올랐다.

 

 그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조봉암 선생이 ‘명랑(明朗)’이라는 말을 대단히 중요하게 언급하고 있는 것과, 양부(養父)와 친부(親父)가 대지주인 거부(巨富)의 집에서 태어난 김성수 선생이 그 부(富)를 공용(公用)으로 사용하는 것을 좋아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출신 배경도 전혀 다르고, 정치로선도 달랐다.

한 사람은 좌익이고 한 사람은 우익이다.

그런데 그 험한 좌우 대결의 해방 공간과 건국 과정 그리고 건국 후 민주화 과정에서 서로 공감하고 협력하였다.

 

현재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현실들을 보면서, 이 두 분이 좌절한 과제들을 현대 속에서 업그레이드해서 살리는 것이 어쩌면 우리가 새롭게 만들어가야 할 정치지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빈이락貧而樂’은 가난을 예찬하는 말이 아니다.

코로나 사태를 문명전환에 대한 급박한 신호로 받아들일 때, 

‘단순 소박한 삶 속에서 인생을 즐긴다’는 구체적 메시지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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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운동가  이남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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