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을 자원으로 보고 가꾸면 산불은 저절로 줄어듭니다.
다 자란 나무를 잘라내는 간벌(間伐)을 죄악시해선 안 됩니다.”
박준영 전 전남지사는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2004년부터 11년간 전남지사를 지냈다.
2008년 전남 화순 산불 등 크고 작은 산불을 겪으며 내린 결론이다.
박준영 전 전남지사 - 간벌을 죄악시 하지 말고 나무은행을 만들자
그는 2005년부터 ‘숲 가꾸기’ 사업을 시작했다. 핵심은 다 자란 나무를 잘라내 숲의 밀도를 낮추고 수시로 잡목과 낙엽, 솔방울 등을 치우는 것이다.
박 전 지사는 2008년 화순군 도암면 산불 때 ‘숲 가꾸기’ 사업의 산불 억제 효과를 확인했다고 했다.
당시 운주사 뒤편에서 불이 났지만 불길이 절 안으로 번지지 않았다.
운주사는 원형 다층석탑, 석조불감 등 보물을 품고 있는 사찰이다.
박 전 지사는 “2005년부터 운주사 주변의 숲을 간벌하고 낙엽을 긁어낸 덕분”이라며 “불이 번지는 ‘도화선’이 사라지니 피해가 적었다”고 했다.
간벌 작업을 하기 전 운주사 주변은 낙엽이 어른 무릎까지 쌓였었다고 한다.
화순 운주사
박 전 지사는 “간벌한 나무를 산에 그대로 두면 불을 키우는 장작이나 불쏘시개가 된다”며 “간벌한 나무를 빼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이를 위해 만든 게 ‘나무 은행’이다. 그는 2007년 전남에서 가장 숲이 많은 화순과 곡성에 나무 은행을 설립했다.
간벌한 나무를 가로수나 목공예 재료 등으로 활용할 수 있게 중개하는 기구다.
나무 은행을 통해 곡성에서 뽑아낸 소나무가 가로수가 됐다.
목공예 애호가들에겐 잘라낸 나무를 공짜로 나눠줬다.
간벌을 해 생긴 공간에는 칡이나 버섯, 도라지 등을 심어 주민들이 캘 수 있게 했다.
그는 “나무 은행을 만드니 간벌도 활성화되고 산에도 불쏘시개가 남지 않아 일거양득”이라고 했다.
박 전 지사는 “빽빽한 숲을 중간중간 솎아내면 햇볕이 잘 들어 흙속의 미생물 활동이 활발해지고 낙엽이 빨리 썩는 효과도 있다”고 했다.
흙이 더 많은 빗물을 머금을 수 있어 산불이 덜 확산한다고 한다.
“이렇게 노력한 덕분에 전남에선 2008년 이후 큰 산불이 나지 않고 있습니다.
숲을 더 이상 방치하면 안 됩니다.
이제 ‘관리’해야 해요. 사람이 사는 마을 근처 야산부터 시작합시다.”
*조선일보 기고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