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전에는 우리가 전에 불렀던 평화노래 ‘나는 숨쉰다’ 영어버전을 한번 불러보겠습니다.
이후 ‘호흠음악’에 관한 말씀을 잠깐 드리고 나머지 시간은 어제에 이어 베토벤 5번 교향곡을 마저 마치겠습니다.
1시간 반 정도 진행한 후 15분 쉬고 계속하겠습니다.
먼저 ‘나는 숨쉰다’ 한국어 버전을 동영상으로 다시 보시겠습니다.
24 동영상: ‘나는 숨쉰다’
https://www.youtube.com/watch?v=WZZJvLRDbKE
아이들의 노래가 감동적이고 영상미가 좋은 동영상입니다.
'나는 숨쉰다'의 영어버전 악보입니다.
13마디의 'korean' 은 다른 나라를 넣어도 되겠지요.
이제 평화로운 클래식 음악 중 ‘호흡음악’이라는 것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호흡음악은 혈압과 불면증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음악인데 제 홈페이지에 있는 내용입니다.
http://www.choiwonyoung.net/bbs/board.php?bo_table=bm&wr_id=3
호흡음악에 해당하는 음악 3곡을 듣겠습니다.
호흡음악 1: 바하 - 사냥 칸타타 중 '양들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양들이 푸른 초원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장면을 보고 바하가 작곡한 편안한 곡입니다.
이 음악에는 호흡소리가 나오는데 들숨과 날숨의 소리를 구별할 수 있습니다.
4초 들숨, 6초 날숨으로서 1분에 6번입니다.
물론 꼭 그렇게 지키지 않아도 됩니다.
25 동영상: 바하 - 사냥 칸타타 중 '양들은 한가로이 풀을 뜯고' - 마틴인더필드 챔버오케스트라 연주.
http://www.choiwonyoung.net/bbs/board.php?bo_table=bm&wr_id=10
막간을 이용하여~
바하를 '음악의 아버지'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단어는 별로 적절하지 않은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바하의 음악은 대단히 위대합니다. 인간적으로도 존경스러운 분이지요
베토벤, 멘델스존, 쇼팽, 브람스 등도 바하의 음악을 늘 공부했습니다.
하지만 바하 이전에도 많은 훌륭한 음악가가 있었고 바하도 이들에게 음악을 배웠습니다.
텔레만, 비발디, 북스테후데 등이 있는데 특히 당대 최고의 오르가니스트 북스테후데(1637~1707)의 연주를 보기 위해 바하는 1705년 200마일 떨어진 뤼벸까지 도보로 여행하여 거기서 두 달간 머물렀지요.
바하는 그를 대단히 존경했고 오르간 연주법과 작곡을 많이 배웠습니다.
휴가기간을 훨씬 넘기는 바람에 다니는 직장에서 결국 해고되는 사태까지 발생합니다.
그러면 북스테후데를 '음악의 할아버지'라고 해야 하나요?
그리고 헨델을 '음악의 어머니'라고 하기도 하는데 잘 모르는 사람들은 가발을 쓴 헨델이 여자라고도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식으로 하면 하이든은 '음악의 아저씨'가 아주 잘 어울립니다.
그래서 바하를 음악의 아버지라고 하는 것은 아마 바하 본인도 수긍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바하를 음악의 아버지라고 한 것은 서양음악이 일본에 들어올 때 이름짓기 좋아하는 일본 사람들이 100여 년 전 붙인 이름인데 오직 일본과 한국에서만 통용되는 말입니다.
물론 독일에서도 바하를 음악의 아버지라고 하지 않습니다.
베토벤을 음악의 성인이라는 말도 어색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간단히 여기까지 말씀드리고 다음 호흡음악으로 넘어가겠습니다.
호흡음악 2: 베토벤 클라리넷 트리오
Trio B flat Major for Clarinet, Violoncello and Piano, op. 11
베토벤 특유의 간단한 멜로디의 조립과 합성, 발전으로 평화의 서사시를 만듭니다.
마음이 평안해지는 곡입니다.
베토벤의 마음도 이렇게 편안했던 때가 있었나 봅니다.
작품 연도를 살펴보니 1797년인데 아마 귀가 약간 나빠지기 시작할 때로 생각됩니다.
곧 들으실 연주는 클라리넷의 음색이 특히 공명이 많고, 아마 교회라 그런지 대단히 투명합니다.
이 음악을 들으시면서 들숨 4초, 날숨 6초 정도, 그러니까 날숨이 조금 길게 아니면 그냥 숨을 천천히 쉰다는 생각만으로도 충분합니다.
26 동영상:호흡음악 2 - 베토벤 클라리넷 트리오
http://www.choiwonyoung.net/bbs/board.php?bo_table=bm&wr_id=9
각 연주자는
SABINE MEYER, CLARINET
SOL GABETTA, VIOLONCELLO
SEONG-JIN CHO, PIANO
filmed at Solsberg Festival 2020
다음 호흡음악은 베토벤 현악 4중주입니다.
1825년 봄 베토벤은 현악 4중주 15번의 1악장과 2악장을 쓴 후 건강 악화로 작곡을 계속할 수 없었지요.
다행히 몇 개월 후 회복되어 바로 이 3악장을 쓰기 시작합니다.
베토벤이 직접 악보에 ‘회복한 자의 신에 대한 거룩한 감사의 노래’ 라고 기록했는데 드문일입니다.
건강회복의 평화보다 절실한 평화는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호흡을 생각하면서 들어보겠습니다.
연주는 알반베르크 현악4중주단입니다.
27 동영상: 호흡음악 3 - 베토벤 현악 4중주 15번 3악장,
http://www.choiwonyoung.net/bbs/board.php?bo_table=bm&wr_id=6
베토벤의 건강이 조금 회복되었으나 바로 다음 해 그의 삶에 비극적 사건이 발생합니다.
베토벤은 조카 바보였지요.
1826년 8월 6일 바로 그 조카, 칼이 자살 시도를 했습니다.
2발 쏘았는데 한 발 빗나갔고 나머지 한 발은 치명상은 피한 채 머리에 박혔지요.
이후 칼은 사건 조사를 하는 치안판사에게 큰 아버지의 학대로 자살을 시도했다고 말했고, 베토벤은 큰 충격을 받습니다.
이 소리를 들은 베토벤이 갑자기 70대 노인처럼 늙었다고 주위 사람들이 말한 기록이 있고, 베토벤은 이후 1년도 안 돼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호흡음악은 여기까지 듣지만, 여러분께서 시간 나실 때 지금 들은 곡 같은 아주 편안한 곡들을 호흡을 천천히 하시면서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이제 베토벤 5번 교향곡 3.4악장을 계속하겠습니다.
3악장
다시 기분 안 좋고 불길한 느낌으로 1악장의 그 주제가 포탄의 파편처럼 여기저기서 들리기 시작합니다.
호른으로 단호하게 질주하는 운명 모티브가 나오지요.
초조한 현악기의 피치카토가 더 상황을 미궁 속으로 불안에 떨게 만들지만 이때 멀리서 작지만 어떤 운명의 북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서서히 어디로 어디로 가는 듯하다가 쉼 없이 4악장으로, 에너지 비축시키며 열광의 순간으로 넘어갑니다.
당시 4악장을 들은 어떤 평론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가슴을 꽉 죄던 두려움이 물러나고 눈을 뜰 수 없을 정도의 찬란한 태양빛이 내려 쬔다’
4악장
기쁨과 환희에 도달하며 비탄과 고뇌를 이긴 승리의 팡파레가 힘차게 울려 퍼집니다.
고통과 억압을 극복하는 인간 승리의 행진곡이 펼쳐지며 환희의 카타르시즘이 점점 더 극대화되어 마지막 피날레의 트럼펫 팡파레가 나오고 이어서 트럼본, 피콜로 등이 교향악 최초로 등장하는 대단원의 끝을 향해 질주합니다.
베토벤은 우리에게 모든 절망을 이기고 극복하는 인간 승리로, 거대한 화음의 포효로 종결의 순간을 만끽하게 합니다.
28 동영상: 베토벤 교향곡 5번 전 악장입니다. 카라얀 지휘.
https://www.youtube.com/watch?v=UcifcqMY0GM
이제 교향곡 5번을 다 들었습니다.
베토벤은 사실 초등학교도 제대로 마치지 못하고 13살에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 했기에 산수나 쓰기 능력은 현저히 낮았습니다.
덧셈과 뺄셈은 가능하지만, 곱셈부터는 하지 못했지요.
하지만 생활본능은 누구보다도 강해 돈에 대해 철저했지요.
베토벤의 귀는 20대 중반부터 이명 현상이 생겨서 고음이 안 들리기 시작했는데 26살 때 장질부사에 걸린 후유증으로 뇌의 청각신경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베토벤의 유일한 평생 친구 베겔러에게 1801년 6월 29일 보낸 서신이 있습니다.
당시의 심정이 잘 나타나 있어서 그대로 읽겠습니다.
<지난 3년간 내 청력은 계속 악화되어왔네.
아무래도 복통에서 비롯된 증상인 것 같아. 지속적인 설사에 시달리고 있고, 그 결과 극심한 기력 부족에 빠져 있다네.
프랑크 박사는 내 체질 개선을 위해 강장제를 처방해주었고 청력 회복에 좋을 거라면서 아몬드 기름을 섭취하라 했지만 소리가 들리지 않는 문제는 오히려 더 심해졌고 복통 또한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라네.
4주 전쯤에 페링 박사를 보러갔지. 박사는 도나우 강의 미지근한 물에 몸을 담그면 좀 나을 거라고 하더군.>
베토벤은 모차르트의 선율을 무척 좋아했습니다.
모차르트의 미망인 콘스탄체가 주최한 모차르트 서거 4주기 때(1795)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D단조를 직접 연주했습니다.
베토벤이 피아노를 칠 때 어떤 분위기였는지 그의 수제자 체르니가 쓴 기록이 있는데 일부를 그대로 읽어드리지요.
<연주할 때 그는 거장답게 조용하고 고결하며 아름다운 자세를 유지했고, 결코 얼굴을 찡그리는 법이 없었다.
선생은 조용히 피아노 앞에 앉아 힘도 들이지 않고 큰 음량의 소리를 이끌어 냈다.
그의 기교는 놀라우리만치 깔끔했고 유연한 손목과 부드러운 팔놀림으로 화음들을 음계만큼이나 빠르게 쏟아낼 수 있었다.
베토벤의 장기 가운데 삼중 트릴이라는 기교가 있었다.
벌새의 날갯짓마냥 빠르게 오가는 한 손의 네 손가락과 다른 한 손의 두 손가락을 통해 갑자기 포르테로 부풀어 올랐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거의 들리지 않는 음량까지 숨을 죽이는 아찔한 기교였다.
재빠른 장식적 악구를 주파하는 속도나 느린 악장의 풍부한 울림이라는 면에서 선생을 따를 자는 없었다.
그러나 기교가 전부는 결코 아니었다.
베토벤의 연주에는 설명하기 힘든 위엄, 스타일이 아닌 영혼에서 비롯된 무게가 있었다.
거드름이나 보여주기식 과시는 찾을 수 없는, 가장 고전적 의미에서 고결하고 순수한 연주였다.
체코 출신의 작곡가 토마셰크는 베토벤의 연주를 듣고 나서 ‘뼈저린 패배감이 들어 며칠간 피아노를 건드리지도 못했다’고 고백했다.>
이제 베토벤이 연주했던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 2악장을 들어보겠습니다.
백혜선 피아노, 곽승 지휘 부산 시립교향악단
29 동영상: 모차르트 피아노 20번 2악장
https://www.youtube.com/watch?v=mtbztj9EUVw
다음은 베토벤이 1802년 하일리겐슈타트 유서와 같은 해에 쓰여진 피아노 소나타 17번을 들어보겠습니다. .
저는 이 곡을 들을 때마다 베토벤의 고뇌가 느껴집니다.
음악가로서 귀가 점점 안 들릴 때의 절망과 아픔, 그러나 어쩌면 귀가 나을 수도 있다는 간절한 희망이 뒤섞인 내면의 갈등,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방황하고 혼돈된 마음이 잘 나타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연주는 피아니스트 김선욱입니다. 지휘자로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7번 'Tempest' 3악장입니다.
30 동영상: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7번 3악장
https://www.youtube.com/watch?v=54h18K9CNZQ
이제 베토벤의 유서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나누겠습니다.
32세의 베토벤은 오스트리아 빈 외곽의 하일리겐슈타트에서 6개월 휴양을 합니다.
미지근한 온천에 몸을 담그면 귀가 나아질 거라는 의사의 권유가 있었지요.
6개월이 지나도 귀가 나아지지 않자 카를과 요한, 두 동생들에게 남기는 유서를 작성합니다.
베토벤은 음악가로서 청력 상실이란 치명적인 선고를 듣고 삶을 끝내는 유서를 쓴 것인데(1802 10 6), 베토벤은 이 유서를 전하지도 발표하지도 않았지요.
놀라운 것은 오히려 이 시기를 지나면서 교향곡 3번을 필두로 교향곡 6번 전원까지, 피아노 협주곡 4번과 5번, 피아노 소나타 발트슈타인, 열정 등 엄청난 걸작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는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죽음을 이겨내고 음악가로서 삶을 구원받은 것이지요.
그의 유서는 삶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 삶을 극복하는 영혼의 독백이 되었던 것입니다.
제자 체르니는 베토벤이 1812년까지도 여전히 소리를 어느 정도는 들을 수 있었다고 말했는데, 1816년 이후에는 거의 귀가 먹었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영국의 BBC에서 2016년 지휘자 151명에게 설문 조사를 했습니다.
어떤 교향곡이 역사상 가장 위대하다고 생각하느냐?
제일 많이 나온 곡이 베토벤의 교향곡 3번 영웅입니다.
'쿠프너'라는 오스트리아의 시인이 있는데 베토벤의 합창 환상곡(Op.80)의 가사를 써준 사람입니다.
베토벤은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를 완성한 후 다음 작품인 합창 환상곡에서 피아노와 오케스트라의 협주에 성악을 넣는 신선한 형식을 시도했고, 이 곡에서 얻은 자신감과 경험이 나중에 교향곡 9번 합창 작곡의 바탕이 되었습니다.
교향곡 합창의 완성을 앞두고, 쿠프너가 베토벤에게 8개의 교향곡 중 가장 맘에 드는 곡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3번이라고 답했습니다.
쿠프너는 즉시 "C-minor(교향곡 5번)가 아니고요?" 라고 물었습니다.
베토벤은 다시금 딱 잘라 말했지요.
"아니오, 3번 에로이카요.“
이 정도라면 베토벤 교향곡 3번도 들어봐야겠지요?
'영웅'이라는 부제를 베토벤이 붙였는데, 잘 아시듯이 처음에는 나폴레옹에게 헌정하려고 했던 곡이지요.
베토벤 교향곡 제3번의 악보가 출판될 때 "어느 위대한 사람의 업적을 기념하기 위해 작곡된 영웅적 교향곡"라는 긴 부제가 붙습니다.
"어느 위대한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요?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여겼습니다.
베토벤이 말한 어느 위대한 사람은
1 바로 베토벤 자신
2 돌아가신 부모님 혹은 친지분
3 기독교적으로 볼 때는 십자가에서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를 외치고 돌아가신 예수님
4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곡을 듣고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적어도 이 음악을 듣는 순간은 영웅이 되는 게 아닐까요.
다 듣기는 너무 길고 2악장 장송행진곡의 일부만 들어보겠습니다.
시작부는 숭고한 죽음을 애도하는 깊은 슬픔이 느껴지고, 이후 오보에가 밝고 강렬한 생명의 기운으로 상승하였다가, 계속 단조와 장조가 교차합니다.
세상을 떠난 사람을 그리며 다시 장엄한 슬픔에 잠기고 마지막 부분에서 영혼을 위로하는 듯한 진혼곡으로 끝납니다.
어떤 사람들은 여기서 베토벤이 비유적으로 부활이라는 개념을 넣었다고도 생각합니다.
유명 작곡가이면서 음악 평론가였던 베를리오즈가 영웅 2악장에 대한 평을 아래와 같이 남깁니다.
“영웅 2악장은 구슬픈 선율이 조각조각 찢겨 헐벗고 홀로되고 부서지고 차례차례 으뜸음으로 돌아가면, 마지막 부분 목관이 같이 울부짖으며 마치 전사가 동료들에게 보내는 마지막 작별인사가 된다.”
2악장에는 쉼표들이 많은데, 쉼표는 말을 잇지 못하는 울먹이는 느낌을 만들어 냅니다.
이제 동영상을 보시겠습니다.
31 동영상:베토벤 영웅 교향곡. - KBS 교향악단. 장윤성 지휘, 전곡 연주
https://www.youtube.com/watch?v=I9HapWc4mr4&t=1175s
베토벤을 위대하다고 하지 않는 음악가는 아직 못 보았습니다.
물론 베토벤의 음악이 위대한 것이지 반드시 그의 인품이나 삶이 위대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는 어려서부터 성정이 과격했고 사회성이 약했습니다.
물론 그의 음악도 사람에 따라 광팬이 있고, 그보다 다른 작곡가를 더 좋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도 한때는 베토벤을 경외하면서도 그의 어떤 음악에는 약간 저항감도 있었습니다.
너무 저돌적이고 압도적 힘을 과시하는 듯한 부분에 대해 미묘한 거부감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그는 모차르트나 멘델스존 같은 타고난 천재는 아니었지만, 당시 그에 대한 기대는 누구보다 높았습니다.
특히 1809년 하이든이 사망하자 40살이 된 베토벤의 음악가적 위상은 최고점에 올랐고, 이후 지금까지 200여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음악가 중 최고봉입니다.
왜 그럴까요?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저는 그가 만든 음악이, 인류에 대한 보편적 사랑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왕이나 장군이나 귀족이 아닌 인류를 사랑하는 보편적 진정성에서 우러나온 음악이기 때문이지요.
그 보편적 진정성이란 소리의 카타르시스를 통해, 인류의 모든 의심과 갈등을 하나로 화합하여, 이윽고 죽음에 대한 공포로부터 삶에 대한 사랑까지, 인간의 모든 감정을 아우르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의 후기 현악 4중주들에 대해 현대 음악가 스트라빈스키는 ‘이 음악들은 나와 동시대 혹은 나보다 앞서간 음악이다’ 라고 말했지요.
당시 베토벤의 현악 4중주를 들은 평론가들은 모두 고개를 저으며 ‘이 음악을 들으니 베토벤이 완전히 미쳤고, 귀도 완전히 먹은 것이 확실하다’라고 했습니다.
당연하지요.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을 200년 전에 그 사람들이 들어도 미쳤다고 했을 테니까요.
그러니까 베토벤 음악의 또 하나의 위대성은 시대를 초월한 음악입니다.
베토벤의 사인은 간염성 간경화였습니다.
2026년 조카 카를을 보기 위해 갔던 겨울 여행이 결정타였지요.
2027년 초에는 심한 부종으로 배에 구멍을 뚫고 물을 여러 번, 10kg 이상씩 빼면서 고통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결국 그해 3월 26일 사망합니다.
베토벤의 숨지기 하루 전, 누가 좋은 와인을 가져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베토벤이 힘없이 ‘이제 너무 늦었다’ 라는 말을 했고 이것이 그의 마지막 말이라고 전해집니다.
그가 운명할 때 마치 그의 5번 교향곡 시작처럼 하늘에서 천둥이 여러 번 세차게 울렸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그는 학교는 거의 안 다녔지만 평생 독서를 많이 했습니다.
철학자 스피노자와 시인 쉴러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요.
지금 우주선 보이저 2호에 실려 날아가고 있는 베토벤의 음악이 두 곡 있습니다.
하나는 바로 5번 1악장, 또 하나는 현악 4중주 13번 5악장 ‘카바티나’입니다.
‘카바티나’는 ‘작은 노래’란 뜻인데 베토벤이 폭풍 같은 삶을 뒤로 하고 만년에 도달한 평화가 배어있는 듯한 곡입니다.
제가 운명 교향곡을 설명하면서 대부분의 음악은 방향성이 있고 여러 단위의 긴장과 이완으로 이루어졌다고 했는데, 이 베토벤 말년의 음악은 방향성도 긴장과 이완도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평안의 극치에서 연주 중간부터 나오는 바이올린의 선율이 숭고합니다.
화사한 햇살 아래 삶의 아름다움을 고요히 노래하는 평화의 극치입니다.
이번 워크숍의 마지막 동영상입니다.
32 동영상: 베토벤 현악4중주 13번 5악장 '카바티나' - AmerStringQuartet
https://www.youtube.com/watch?v=fosTnfoMj30
베토벤은 청각 상실로 좌절하여 죽으려 했으나 ‘하일리겐슈타트의 유서’에 이렇게 씁니다.
“세상의 불행한 사람들이여!
그대와 같이 불행한 사람이, 온갖 장애에도 불구하고 인간이란 이름에 걸맞는 사람이 되고자 온 힘을 다했다는 것을 알고 위로를 받으라.”
베토벤은 상처 입었으나 그 상처로 다른 상처받은 사람들을 치유했기에 위대했습니다.
우리는 이 워크숍을 시작할 때 음악의 순간성에 대한 아쉬움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이것은 예전, 베토벤이 시대에는 맞는 말이었지만 지금은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번 워크숍의 우리처럼 녹음으로, 동영상으로 다시 들을 수가 있기 때문이지요.
물론 듣는 시간과 환경에 따라 감상이 다를 수는 있지만, 인간은 이제 날아가는 소리를 붙잡아 저장해놓고 다시 들을뿐더러 연주실황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갖게되었습니다.
오늘 저와 같이 들으신 베토벤 교향곡 5번을 비롯한 여러 음악도 가까운 시일 내에 다시 감상하실 기회가 있기 바랍니다.
음악은 음악을 통하여 삶의 순간성을 반추할 수 있음으로써 인생의 아름다움과 진정성을 되새기는 역학을 한다고 믿습니다.
아마 우리의 영웅 베토벤도 21세기 인간이 이렇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 대단히 기뻐할 겁니다.
이제 워크숍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