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베이징에서 태어나 칭화 대학을 졸업하고, 지금은 서울에 살고 있습니다.
부모님이 제가 한국말 잘 해야 한다 해서 K대에서 공부하고 있어요.
질문 있습니다.
한국에서 여자들은 진짜 오빠도 '오빠', 결혼 후에 남편한테도 '오빠' 라고 합니다.
왜 남편을 오빠라고 하나요? “
위의 질문에 대답하기 어려워 ‘오빠’ 라는 말을 한글사전에서 찾아봤다.
1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사이이거나, 일가친척 가운데 항렬이 같은 손위 남자 형제를 여동생이 이르는 말.
2 나이 어린 여자가 손위 남자를 정답게 이르는 말.
언젠가부터 남편을 오빠라고 부르는 아내들이 많다.
TV 드라마에서도 거리낌 없이 쓰고 있다.
어른들 앞에서 그렇게 부르면, 상당히 촌수가 복잡해진다.
요즘은 여성의 나이가 많은 부부가 늘고 있다.
연상의 아내가 남편에게 오빠라고 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왜 여성들이 남편을 오빠라고 부를까?
어떤 여성들은 남편을 그렇게 부르는 책임이 남자에게 있다고 주장한다.
남자들이 그렇게 불리우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남자들은 나이를 먹어도, 누구에게나 오빠라는 소리를 듣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오빠라고 호명하던, 풋풋한 연애시절의 감정을 그대로 간직하고 싶은 무의식의 발로가, 서로에게도 있는 것이 아닐까.
또 다른 이유는 ‘여보’ 나 ‘자기’ 라는 호칭이 쑥스럽기 때문일 것이다.
결혼 후 아이가 생기면 '누구 아빠' 라고 부르거나, 어른들에게는 ‘아범’이라는 단어를 쓸 수 있다.
부부사이 호칭은 다음과 같은 변화를 거쳤다.
1950년대 - 남편이 아내에게 임자, 마누라 / 아내가 남편에게 영감, 임자 등으로 호칭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JP등 측근에게 ‘임자’라는 호칭을 써서 친밀감을 표시했고, 어느 영화에서는 중앙정보부장에게 그렇게 호칭했다.)
1960년대 - ‘여보’ 라는 호칭 등장으로 서로 같은 호칭을 썼다.
1970년대 - ‘자기’ 라는 호칭 등장으로 ‘여보’ 와 같이 널리 쓰였다.
1990년대 이후 남편에게 ‘오빠’ 라는 호칭을 쓰기 시작하여 ‘여보’ ‘자기’를 압도하기 시작했다.
며칠 전 뉴스에서, 북한에서는 남편을 오빠라고 부르면 감옥에 보낸다고 한다.
남한과 북한의 극과 극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주는 보도였다.
어느 날 한글사전을 찾아보니, 오빠는 ‘진짜 오빠’ 로 남편은 ‘오빠’ 로 바뀌어 있는 날이 오려나.
한국말은 호칭이 어려워서, 세종대왕도 머리가 아프실 것이다.
노래 ‘오빠 생각’ 의 ‘우리 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시며~’의 그 오빠,
그 진짜 오빠, 비단구두 사가지고 오시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