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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에 대하여

wy 0 2019.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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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정두언 전의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13년 그와 함께 구치소 옆 방에서 10개월을 지낸 C모씨는 그의 우울증에 대해 기억했다.

 

“첫째, MB의 배신.

둘째, 국가 공권력에 의한 피해.

셋째, 과거 가족 문제.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그에게 삶의 의미를 상실하게 만든 듯 합니다.”

 

감옥에서 그의 속내를 들은 사람의 이야기로서 귀 기울일 만한 점이 있었다.

이후 정두언씨는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2016년 총선에서 떨어진 후 여러 방송사의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보수 논객으로 활발히 활동했다.

노래도 잘 해서 흘러간 팝송 위주로 4장의 앨범을 낸 가수였다.

 

지난 해에는 얼마 전 결혼한 부인과 마포에 일식집을 열었다.

음식이 맛있고 분위기가 좋아서 주변 정치인, 언론인들이 자주 드나들었다.

 

바로 전날까지 TV에서 열띤 토론을 했기에 그의 자살은 국민들에게 큰 충격이었다.

 

2016년 국회의원 4선 실패 후에도 이미 한 번의 자살 시도가 있었던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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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탤런트 전미선씨가 자살을 했다.

 

잔잔하고 따스한 연기로 많은 팬을 확보한 그녀는 아역 배우로 출발하여 올해 50이 되었다.

그녀는 연극 '친정엄마와 2박 3일' 공연을 위해 전주의 한 호텔에 머물던 중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평소 우울증이 있던 전미선씨의 사고 현장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녀는 2016년 한 방송에서 "동생이 하늘나라로 먼저 갔다"며 눈물을 보인 바 있다.

 

최근에는 그녀의 어머니 역시 투병 중이었다.

자살 당일 새벽, 아버지와 통화에서 ‘주위 사람들이 아파서 힘들다’는 말을 남겼다.

 

삼성 이건희 회장의 조카 이모씨가 2009년 여름 아파트에서 몸을 던졌다.

 

당시 47세였던 그는 필자의 조카사위였다.

오래 전 동경 제국호텔에서 모두가 부러워하는 결혼식을 올렸다.

 

당시 그의 부모인 이창희회장 부부와 삼촌인 이건희 회장부부를 비롯한 삼성 가족들도 여럿 참석하였다.

축복이 넘치는 결혼식이었다.

 

이창희회장은 헌칠하고 수려한 용모에 세련된 매너가 돋보였다.

몇 년 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는데 그의 두 아들이 새한미디어를 이끌다가 IMF를 만났다.

그가 세상을 등진 것은 회사가 무너졌기 때문이었다.

 

사회 저명 인사 중 여러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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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떠 오르는 사람들만 해도 노무현 전 대통령, 배우 최진실씨, 현대, 삼성, 두산 등 재벌회사의 가족들, 행복 전도사 최모씨 등이다.

 

뿐만 아니라 인구당 자살률도 한국이 OECD국가 중 오랫동안 1위였는데 최근에 신생국 '리투아니아'에게 그 자리를 넘겨주었다.

 

자살은 인간만이 하는 행동은 아니라고 한다.

 

동물 중 개나 말, 고래등도 자살이라고 할 수 있는 행동을 하는데 왜 개가 물에 일부러 빠져 죽고 고래가 해변으로 나와 죽는 것일까?

 

개의 자살은 이미 150년 전 영국신문에 아래와 같이 발표된 바가 있다.

 

"이 검은 개는 며칠 동안 움직임이 줄어들더니 어느 날 스스로 물에 뛰어든 뒤 가라 앉으려고 애썼다.

구조된 뒤에는 묶여 지냈으나 풀려나자 다시 물에 들어가기를 여러 차례 거듭한 결과 마침내 나중엔 머리를 단호하게 물에 처박아 목적을 달성했다."

 

이 개가 왜 이런 행동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확실히 알려지지 않았다.

 

말도 활동이 줄어들고 먹이를 안 먹다가 갑자기 높은 골짜기에서 뛰어내려서 죽는 경우가 가끔 있어서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고래들은 대개 집단 자살의 행태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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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할만한 것은 인간이 바다에서 많은 활동을 하면서부터 고래의 자살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 다음으로 지능이 높은 고래는 특수한 저주파를 내보내 서로 소통하는데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소음(잠수함이나 석유시추 진동 소음 등)의 증가는 고래들에게 청각 장애를 일으킨다.

 

즉 아무리 애써도 자신의 말에 반응하는 동료가 없다고 생각하는 고래는 극심한 외로움에 빠져 자살을 한다는 설이 현재 여러 가설 중 가장 유력하다.

 

그러면 인간은 어떤 경우에 자살을 시도할까?

 

우선 자살은 심한 정신적 육체적 괴로움에서 탈피 하는 방법으로 행해진다.

 

정두언씨는 작년 2월  H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왜 자살 시도를 했었냐는 질문에 “총선에서의 낙선 자체는 별로 힘들지 않았다.

문제는 그 후였다.

고통에서 피하려면 죽는 수 밖에 없었다.” 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평생 쌓은 명예가 실추되는 아픔을 피하고자 자살의 방법을 택했을 것이다.

 

두산의 박용오씨는 유서에 의하면 회사가 어려워지고 부채를 감당할 수 없자 그런 극단적인 행동을 했다.

 

최진실씨는 사채 루머로 본인의 명예가 실추된 고통을 감당키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행복전도사 최모씨는 유서에 의하면 정신적 고통 보다는 심한 육체적 고통을 견디기 어려워 자살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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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유의 재치 있는 입담으로 방송에서 행복의 지혜를 전파했던 행복 전도사 최모씨.

2010년 그녀의 자살소식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위의 유서에 나오는 700가지 통증, 아무리 ‘행복 전도사’라 해도 상당기간 심히 아프고 회복될 희망이 없을 때 인간의 감정은 극히 약해지고 위태롭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안타까운 유서다.

 

인간은 정신적이나 육체적으로 끝이 안 보이는 심한 고통을 감내하기 힘들면 그 회피의 방법으로 자살을 시도한다.

 

죽으면 모든 고통이 다 끝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자살을 하는 이유가 속죄를 하기 위해서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자기의 실책으로 소속 단체에 큰 손실을 입혔다거나 대대로 내려오는 사업이 무너지게 되면, 그 책임을 자살로서 갚으려는 생각이다.

 

반면에 자기의 결백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자살을 택하는 경우도 있다

억울하게 모함을 받을 경우 자살을 함으로써 결백이 증명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어떤 경우는 자살을 희생 정신의 일부로 생각하는데, 혼자 회사나 교회의 비리를 안고 자살하거나, 폭력배들이 자살하면서 조직과 연결고리를 끊는 경우도 있다.

 

또 오래 몸져누워있거나 식물인간이 될 가능성이 있을 경우, 주위 가족들에게 큰 부담을 안겨준다는 생각에 본인이 스스로 산소 호흡기를 빼거나 자살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의외로 자살하는 사람들 중에 우울증 외에는 특별한 이유를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우리가 우울증을 가벼이 여길 수 없는 것은 그것이 자살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자살자의 70~80%는 우울증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두언씨와 전미선씨도 우울증이 있었다.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5명 중 1명이 걸릴 수 있을 정도로 흔한 동시에 잘 치료하면 감기처럼 나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우리나라 우울증환자의 20~30% 정도만이 치료를 받고 있으며 나머지는 방치 되는데, 결국 이런 사람들이 자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살에 관한 어느 이론도 가장 근본적인 질문, 즉 비슷한 상황에서 누구는 자살하고 누구는 그렇지 않은 이유를 확실히 설명하지는 못한다.

 

 미국의 심리학자 조이너교수는 2005년 '왜 사람은 자살 하는가' 라는 책을 발표 했다. 

 

그는 우울증을 앓는 사람 중에서 자살에 성공하는 사람은 반드시 두 가지 조건을 충족시킨다고 주장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죽음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고립되었다거나 남에게 부담스런 존재가 되었다고 느낄 때 죽고 싶은 심정이 강력하게 된다.

 

또 하나는 자살에 성공한 사람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자살하고 싶어도 행동에 옮기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우스개 소리로 강물은 너무 차고, 아파트는 너무 높고, 수면제는 한꺼번에 먹기 힘들다.

 

자살 성공율이 높은 사람들은 군인과 의사이다.

총을 맞아 보았거나 동료가 살해되는 장면을 목격한 군인들은 자신의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의사들 역시 환자의 고통과 죽음을 지켜보면서 자신의 죽음을 떠올리게 되므로 자살 비율이 일반적으로 높다.

 

조이너 교수는 사회적으로 소외감을 느끼면서 고통에 무감각한 사람일수록, 자살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주변에서 자살할 만한 사람을 미리 예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은 주위에 사랑을 나눌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고, 인생의 의미도 찾을 수 없으며 작은 희망도 포기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그의 유서에서 암울한 심경을 드러냈다.

 

즉 주위 사람들에게 고통만 주니 부담스럽고  건강이 나빠 책도 못 읽으니 희망이 없다는 것이다.

 

-노 전대통령 유서 전반부-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 밖에 없다.

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

 

악성 베토벤은 32살에 청각을 거의 잃으면서 유서를 썼지만 실행하지는 못했다.

 

-베토벤의 '하일리겐슈타트 유서' 후반부-

 

선천적으로 타고난 예술적인 자질을 충분히 발휘하기도 전에

죽음이 닥쳐온다면, 그리고 나의 운명이 너무나 가혹하기 때문에

죽음이 그렇게 일찍 찾아온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좀 더 늦게 찾아와 주었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그러나 그래도 나는 만족하리라.

죽음은 나를 끝없는 고뇌로부터 해방시켜 주지 않겠는가.

죽음이여! 오고 싶으면 언제든지 오라.

나는 너를 용감하게 맞으리라. 그러면 잘들 있거라.

 

베토벤도 자살을 결심한 이유는 죽음이 끝없는 고뇌로부터 해방을 시켜주리라고 생각 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자살을 실패한 사람들에게 대부분 나타나는 현상은 자기가 실패 한 것을 안 순간 대단히 기뻤다는 것이다.

 

너무 힘들어 자살을 시도 했었지만 실패 한 후 생각해보니, 인생에 작은 의미도 찾을 수 있었고, 실낱 같은 희망도 다시 보이더라는 것이다.

 

죽음에 가까이 가보면 삶에 대해 더 잘 알게 되는 것은 아닌지...

 

이 글을 쓰면서 정두언 전의원이 부른 ‘Don’t forget to remember’를 처음 들어보았다.

생각보다 대단히 노래를 잘 했다.   

 

그를 기억하는 것을 잊지 말라는 노래인 듯했다.

 


 

 

* 한국 생명의 전화: 1588-9191, www.lifelin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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