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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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사도신경 96 화 ★ 선희의 실종

wy 0 2019.10.30

 

 

선희와 같이 찍은 사진을 바라보며 서준은 그녀의 이메일을 기다리고 있었다.

 

자신의 팔장을 끼고 활짝 웃는 그녀의 왼 뺨에 생긴 보조개가 낯설어 보였다.

 

김영중의원의 몇 가지 가족사를 선희의 입을 통해 확인하고, 김의원이 지금 치매이긴 하지만 그녀를 통해 옛날 기억의 일부를 회상한다는 기사를 쓴다면, 다른 매체들과 확실한 차별화가 될 것이다.

 

간단한 질문 몇 개를 어제 오후에 이메일로 보냈는데 아직 답장이 없었다.

 

그녀가 '큰 어머니'로 지칭하는 김의원의 부인과 만나느라 경황이 없는 성 싶었다.

 

휴대폰이 울렸고 방주의 번호가 떴다.

 

그의 착 가라앉은 목소리가 서준의 심장을 뛰게 했다.

 

선희가 실종되었다는 것이다.  

 

어제 선희가 큰 엄마를 만난다고 나간 이후에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실종 신고 하기 전, 마지막으로 서준과 상의 한다는 것이다.

 

어제 그녀를 회사 앞에서 잠깐 만났고 큰 엄마 집으로 간다며 다방에서 헤어졌다는 말을 하는 서준의 음성이 떨리고 있었다.

 

공연히 그녀의 실종이 자기 책임인 것 같았다.

 

'교통 사고로 근처 병원 응급실에 있을지도 모른다' 는 말을 목구멍으로 삼켰다.

 

그녀의 엄마에 이어서 그녀까지 그렇게 당할 수는 없었다.

 

방주가 전해 준 다른 소식은 신장로님이 손준기 폭행 사건으로 경찰에 출석했는데 아무런 혐의가 없어서 조사를 끝내고 나오셨고, 준기도 문교수님의 처벌 불원서가 접수되면서 불구속 수사로  풀려났다는 것이다. 

 

어제 오후 3시쯤 경찰서를 나왔다는데 서준이 그녀를 만나기 1시간 전이었다.

 

두 사람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일단 실종 신고는 하는 게 좋겠다는 서준의 말에 방주가 동의하며 전화를 끊었다.

 

아무래도 손준기가 경찰서에서 나오자마자  선희를 만난 것이고, 그녀를 강제로 어디로 끌고 간 것이다.

 

그 동안 유치장에서 며칠 생각해 보니 자신이 선희를 영영 놓친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서준은 방주와 선희가 결혼 한다는 말을 왜 그에게 했는지, 몹시 후회가 되었다.

 

잠시 어제 일을 떠올리며 머리 속을 정리해 보았다.

 

그녀가 한 말 중 '종교의 본질이 남을 사랑하는 자기 희생이라면 여기에는 배교도 포함된다’는 말이 떠올랐다.

 

더 넓게 생각하면 자신은 이미 믿지 않는 종교적 교리도 주위 사람들의 평안과 안정을 위해 침묵하는 것도 포함 될 것이다.

 

다석 유영모선생도 30대 초반에 전통 기독교를 떠났지만 간혹 교회에 나가서 예배를 보았고, 오산 학교의 김교신이나 함석헌 같은 학생들이 성경에 대한 질문을 해도 대답하지 않았다. 

 

준비가 안 돼있는 마음에 혼란을 줄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부처님도 모든 설법을, 듣는 사람의 근기에 따라 다르게 했다는 것과 같은 뜻이리라.

 

서준이 휴대폰을 들고 손준기의 전화를 눌러 보았다.

 

놀랍게도 신호가 한 번 울리자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최기자님, 그렇지 않아도 막 전화하려고 했습니다.

 

선희가 연락이 안되고 집에도 없는데 어떻게 된 건가예?”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하는 준기의 질문에 잠시 말문이 막혔다.

 

“여보세요, 최기자님 제 말이 안 들리시나예?”

 

“아, 들려요.  손준기씨, 고생 많았어요.“

 

“그게 문제가 아니고 선희가 지금 어디 있나예? “

 

‘휴거도 아는 사람이 그것도 모르냐’는 소리가 입 안에서 멈추었다.

 

“나도 조금 전에 신목사 전화 받고 알았어요.

 

어제 큰 어머니 만나러 간다고 한 후 연락이 안 된다고 하던데…”

 

어제 선희를 만나서 커피 한 잔을 같이 했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중기가 길게 한 숨을 내쉬고 다시 연락하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컴퓨터 화면에는 선희와 같이 찍은 사진이 아직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이메일 답변 없이 기사를 마무리 해야 한다.

 

대부분의 질문은 이미 서준이 알고 있는 내용이라 기사를 작성하는 데는 별 문제가 없었다.

 

5분도 안돼서 휴대폰을 다시 꺼내 들었다.

 

남대문 경찰서의 우계장은 그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메시지를 남기라는 신호에 잠시 망설이다가 그냥 전화를 끊었다.

 

서준이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어제 선희와 3시쯤 헤어졌으니 그녀가 누군가에 의해 납치 혹은 어떤 사건이 발생한지는 24시간이 지났다.

 

방주가 실종 신고를 했으니까 경찰이 주변 병원의 응급실이나 경찰서를 중심으로 먼저 찾아볼 것이다.

 

 

만약 누군가 그녀를 납치 했다면 지금 만 하루가 지났다.

 

어느 책에선가 납치 사건이 일어나면 이 후 48시간 안에 생명을 잃는 경우가 60%가 넘는다는 통계를 본 기억이 났다.

 

혀가 마르는 것을 느끼면서 반쯤 남은 생수 병을 입에 대고 마셨다.

 

물이 식도를 타고 몇 모금 넘어간 후 서준은 눈을 감았고, 기도가 저절로 나왔다.

 

-하나님 지금 선희가 어디에 있는지 우리는 모릅니다.

 

하나님께서 보호해주시고 눈동자처럼 보살펴주세요.

 

시편에 나오는 지팡이와 막대기로 그녀를 지켜주실 것을 믿습니다.

 

선희가 뱀을 드는 교회에 나간 것은 순전히 손준기를 위해서였고, 그러한 이단을 실지로 섬긴 것은 아니었습니다.-

 

서준이 그녀를 위한 기도를 좀 더 하려는데 휴대폰이 울렸다.

 

한쪽 눈을 슬며시 뜨고 본 전화는 손준기였다.

 

일단 ‘아멘’을 하고 두 눈을 번쩍 뜨면서 전화를 받았다.

 

“선희가 연락이 왔어예.

 

김승태 변호사와 같이 있다는데 저를 오라고해서 지금 가는 중입니다.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최기자님께만 말씀 드립니다.

 

압구정동 한누리 교회 앞으로 오라고 하네예. 다시 연락 드리겠습니다.”

 

서준이 무슨 질문을 하려는데 전화가 끊어졌다.

 

교회에서 다시 장소를 이전 할 것이고, 이렇게 되면 김영중 의원의 핏줄로서 상속을 받는 자식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는 것이다.

 

서준은 기도를 계속 하기가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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