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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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사도신경 85 화 ★ 성령을 받았다

wy 0 2019.09.21

 


인천 국제공항 입국 심사를 마치고 출입문을 나오자 기자들 수십 명이 문교수에게 몰려 들었다.

 

카메라 플래쉬가 터지고 마이크 5-6개가 그의 입가로 파고 들었다.

 

포토라인은 없지만 잠깐 자리에 선채로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문목사님, 이번 새 사도신경 발표에 가톨릭 남미 본부와 성공회 주교단, 여성 신학자협회 등에서는 적극 환영의 뜻을 표했습니다.

 

국내 교계의 반응도 대체로 호의적입니다.

 

그럼에도 문목사님이 S교단에서 곧 파문 당할 것이라는데 사실인가요?”

 

그의 눈이 몇 번 깜빡 거린 후 입이 열렸다.

 

“그 문제에 대해서 저는 아무 할 말이 없습니다.”

 

“Y대 신학과 강의를 올해부터 그만 두신 것은 본인의 결정인가요?”

 

“그렇습니다.”

 

“출국하시기 며칠 전 교회 설교 중 폭행을 당하신 건에 대해 경찰이 수사를 계속 하고 있습니다. 

 

우발적인 범행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문교수가 왼쪽 눈을 손으로 한 번 쓰다듬었다.

 

“네, 그럴 겁니다.”

 

“로빈슨 박사와 공동 발표를 하셨고 그의 가족과 한국 식당에서 식사하시는 사진을 보았습니다.

앞으로 영국에서 교수생활을 하실 계획이신가요?”

 

“아닙니다.”

 

단발 머리의 젊은 여기자가 자신의 핸드폰을 문교수의 입에 바짝 붙이며 물었다.

 

“새 사도신경의 내용에 '성령'이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삼위일체에 어긋나는 거 아닌가요?  요즘은 성령의 시대라는 말도 있던데요. “

 

“성령에 대한 정의, 즉 ‘성령이 하나님이냐, 아니면 하나님으로부터 나오는 은혜나 행동이냐’ 하는 것은 로마 공의회에서 나중에 결정 되었지요.

 

지금도 성령에 대한 개념이 좀 애매합니다.

성령.jpg

 

삼위일체 입장에서 본다면 기도 중에 ‘성령을 내려 주시옵소서’라거나 ‘불 같은 성령을 충만히 받았다’ 라는 표현도 교리에는 어긋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성령 자체가 하나님인데 마치 그것이 하나님의 호주머니 안에 있는 것처럼 달라고 하니까요.”

 

“그렇게 말할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아닙니다. 전통적 교리를 주장한다면 할 수 없는 말이지요. “

 

무슨 소리인지 기자들이 잘 모르는 성싶었고 곧 다음 질문이 나왔다.

 

“새 사도신경은 그것을 쓴 인물 중 막달라 마리아의 서명이 가장 먼저 나옵니다.

 

그녀는 일곱 귀신 들렸던 여자이고 문맹일 텐데 그럴 수가 있을까요?”

 

“일곱 귀신 들린 마리아가 막달라 마리아인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그녀가 새 사도신경에 참여하지 못 할 이유는 없습니다.”

 

기자들 뒤에서 머리가 약간 벗겨지고 통통한 사람이 분주하게 앞으로 나와 문목사와 반갑게 악수를 한 다음 돌아서서 말했다.

 

“기자 양반님들, 문교수님이 밤샘 비행기에 피곤하십니다.

 

오늘은 이 정도로 하시고 다음에 또 정식으로 여러분을 모시겠습니다.”

 

이동구 학장이 공항 밖으로 문교수를 안내했다.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 “

 

“어디로라니요, 학교로 가셔야지요.

 

문교수님을 환영하기 위해 학과 교수들이 모여 있습니다. 제가 집합시켜놓았지요.”

 

이학장의 하얀색 BMW에 타면서 문교수가 다시 물었다.

 

“저는 이제 학교 식구가 아닌데요.”

 

“무슨 말씀을요. 올해부터 문교수님을 우리 대학 석좌교수로 모시기로 했습니다. ㅎㅎ”

 

이 학장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자동차 안을 울렸다.

 

“교단 징계절차는 어떻게 되었나요? “

 

“아, 네 그 문제도 아무 염려 마십시오.

 

떠나시기 전 날 말씀 드린 대로 징계위원회에서 가결은 되었지만 총회에는 올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문교수가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 멀리 새로 올라가는 아파트로 눈길을 돌렸다.

 

“7사람 중에서 반대는 저 한 사람이었어요.

 

적어도 2-3표는 반대가 나올지 알았는데 참 허탈하더군요.

 

‘세상에 의인은 없나니 한 사람도 없다’는 말씀을 실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심지어 어떤 의원은 결과를 만장일치로 발표하자고 해서 제가 절대 안 된다고 했지요. “

 

BMW가 부드럽게 인천 공항을 빠져나가 속력을 높였다.

 

“새사도신경에 대한 국내 반응은 어떻습니까?”

 

“한마디로 대박입니다.

 

대박이란 표현이 좀 뭐합니다만 한국의 신학자들은 쇼크를 좀 받아야 해요.

 

한 달 후에 우리 학과에서 ‘한국 기독교 깨어나야 산다’ 라는 주제로 학술회의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

 

이 학장이 왼손으로 머리를 얼른 한 번 쓸어 올린 후 계속 말했다.

 

“어제도 성공회와 감리교에서 새 사도신경을 공동으로 쓰겠다는 발표가 있었고 우리 교단도 총회에서 그렇게 의결 할 예정입니다.

 

제가 볼 때는 3-4달 안에 국내 개신교 교파 중 반 이상은 새 사도신경을 선호하게 될 겁니다.

 

젊은이들의 반응이 특히 좋습니다. 

 

장로교 합동이나 고신은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요.

 

문교수가 별 대꾸를 안 하자 학장의 말이 계속 되었다.

 

"이제 선배님 연구실에 가보면 아시겠지만 제가 자그마한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세계적 신학자가 계시는 방인데 소파가 너무 낡아서 제가 이태리 가죽소파로 바꾸었습니다.

 

선배님의 업적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지요. ㅎㅎ”

 

문익진이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며 말했다.

 

“이학장님, 제가 학교로 다시 돌아가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21C 광장에도 올해는 학교를 떠나서 광장에만 전념 한다는 발표를 했어요.

 

그러니까 오늘은 그냥 집으로 가겠습니다. 좀 피곤하기도 하고요. “

 

자동차의 속도가 잠시 줄어들었다.

 

“네 알겠습니다. 정 그러시면 어디서 잠시 저와 커피 한 잔만 하실까요?

 

제가 선배님께 꼭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

 

이학장의 목소리가 그답지 않게 심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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