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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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사도신경 84 화 ★ 시작은 미미 끝은 창대

wy 0 2019.09.18

 

 

커피숍에 먼저 도착한 서준은 휴대폰으로 오늘 아침 J일보의 기사를 읽었다.

 

“보수적 기독교 교단인 S교단은 지난 금요일 징계의원회를 열고 M교수의 파문을 의결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말 Y대학 교회에서 설교 중 괴한에게 폭행을 당한 M교수의 파문 사유는 교단의 교리에 어긋나는 설교로, 젊은이들의 영혼에 해를 끼치는 행위 때문이라고 전해졌다.

 

7명의 이단대책 위원들이 만장일치로 가결하지는 않았지만, 곧 열릴 S교단 총회에서 통과되면 그의 파문이 공식적으로 확정되는 것이다.

 

30여년전 감리 교단에서 H교수를 파문한 이후 처음 있는 사건이라, M교수의 파문이 미치는 파장에 은근히 기독교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문교수는 현재 영국에 체류 중으로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기사는 이렇게 끝나 있었고 갈릴레오가 목숨을 건진 것은 자신의 신념을 공개적으로 부인하기도 했지만, 당시 가톨릭 고위층과 유대 관계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글을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났다.

 

“일찍 왔구나!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고 있나?”

 

어느새 방주가 다가와서 손을 내밀었다.

 

“응, 내가 결혼식 사회를 처음 보는데 어떨지 걱정하고 있었지. ㅎㅎ”

 

서준이 방주의 손을 잡고 흔들며 쾌활하게 말했다.

 

“나도 결혼 처음 해보는데 뭐.ㅎㅎ 잘 부탁하네”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고 방주가 다시 입을 열었다.

 

“문교수님이 런던에서 새로 발굴 된 사도신경을 보내오셨어.

 

어제 아침 ‘21C 기독교 광장’에 내가 올렸는데 혹시 읽어보았나?”

 

서준이 고개를 저었고 방주가 계속 말했다.

 

“어제부터 CNN에도 헤드라인 뉴우스로 계속 나오기 시작하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야.

 

로빈슨 교수의 페이스 북에도 벌써 ‘좋아요’가 5백명이 넘었다더군.

 

아마 S 교단이 문교수님 파문에 대한 안건을 이번 총회에 못 올릴 거야.

 

만약 국내에서도 호의적 반응이 나오면 파문은 물 건너 가는 거지”

 

“그러면 좋겠지만 S교단이 워낙 보수적이라서…”

 

서준이 말을 마치지 않고 휴대폰으로 방주가 올린 새사도신경을 읽어보았다.

 

“나는 잘 모르지만 내용이 편하고 좋네.

 

모든 생명이 서로 통한다는 말은 지구 환경 보존과 생명 문화 운동과도 연결 되는 것 같아.

 

내가 전에 문교수님께 새사도신경 내용을 먼저 달라고 했었는데 특종을 놓쳤군.”

 

그의 목소리가 약간 힘이 빠져있었다.

 

“기사 특종은 놓쳤지만 문교수님이 자네 주라고 사진을 몇 장 보내오셨어. 

 

런던의 한국 식당에서 찍은 사진은 C일보에서 찍은 거지만, 다른 사진들은 로빈슨 박사 댁에서 문교수님이 직접 찍은 거니까 자네 특종이나 마찬가지겠지.”

 

박사의 부인으로 보이는 금발의 여자가 새사도신경 돌판 사진을 들고 있었고, 그 옆에는 문교수가 중세시대 그림으로 보이는 어느 항구의 사진을 두 손으로 들고 있었다. 

 

로빈슨 박사가 서재에서 파이프 담배를 피우는 사진이 있었고, 셀카봉 없이 찍느라고 문교수의 얼굴이 크게 나온 3사람의 사진도 있었다. 

 

그의 왼 쪽 눈은 아직도 희미하게 멍자국이 남아 있었으나, 활짝 웃는 모습이 자신의 파문에 대해서는 완전히 잊고 있는 듯싶었다.

 

이 정도 사진이면 이차장에게 싫은 소리는 안들을 것이고 문교수가 나름대로 신경을 써 준 것이 고마왔다.

 

종업원이 아메리카노 두 잔을 탁자 위에 올려 놓았다.

 

서준은 오늘 방주를 만나서 그의 속마음을 알고 싶었다.

 

“곧 무죄가 선고되면 교회로 복귀할 수 있겠네.

 

자네의 시작은 미미하나 끝은 창대 할 것이야.ㅎㅎ”

 

방주가 빙그레 웃더니 커피 한 모금을 마시고 입을 열었다.

 

“욥기의 그 말이 잘 알려져 있고 특히 신장 개업한 업소에 액자로 많이 붙어 있지.

 

하지만 그 구절의 내용은 욥의 친구들이 위문을 왔다가 욥과 논쟁하는 중에 ‘친구 욥아!  시작은 미미하나 끝은 창대해야 하는데 너는 그렇게 안되었잖아?

 

그러니까 네가 뭔가 잘못한 것이 있는 거 아냐?’ 라고 질문 한 것이네.

 

 

앞으로의 일에 대한 기원이나 축복이 전혀 아니지.

 

문맥이 전혀 다른 이 구절을 거두절미해서 여기저기 걸어 놓고 있다네.”

 

“아! 원래 그런 의미로군.  함부로 쓰면 안되겠네.ㅎㅎ”

 

고개를 끄덕이고 방주가 계속 말했다.

 

“그리고 난 이제 기존 교회의 목사가 될 수 없는 사람이네.

 

목사로서 설교를 하려면 내가 믿는 것을 말해야 하는데 나는 이미 기존 기독교 교리를 떠난 지 오래 되었지.

 

그 동안 솔직히 괴로웠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는 좀 진정한 예배를 드리고 싶어”

 

“진정한 예배라는 것이 무슨 뜻인가?”

 

“초능력이 있다고 믿는 부족신을 경배하는 것이 예배가 아니라는 것이지.

 

진정한 예배는 홍해를 가른 신을 찬양하거나, 율동을 하며 그에게 경배하는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어.

 

만일 하나님이 모든 세상의 근원이라면 나도 그의 일부분으로 세상에 참여하는 것이고, 그런 면에서 진정한 예배는 

내가 더욱 깊이 그리고 충만히 나 자신이 되려는 용기라고 할 수 있네.

 

눈만 깜박이며 서준이 계속 그의 말을 듣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예전에 하늘로 알았던 우주와 우리는 어떤 관계일까…

 

하늘이 우주라는 것을 안 순간, 눈을 통해 우리는 우주를 바라보고 귀를 통해 우리는 우주를 듣기 시작했네.

 

우리는 우주가 우주 자신의 장엄함을 인지할 수 있게 해주는 관찰자들이며 우주의 일부이지.

 

화학적 분석으로 볼 때 우리는 별의 죽음으로 태어나, 과학이라는 도구를 이용해 우주를 관찰하고 상상하며, 내가 어디에서 왔고 이제 어디로 가는지 생각하는 우주일세…

 

우주 존재의 근원을, 아니 아무 것도 없는 허공의 근원을 생각하는 우주.

 

생각하는 갈대에서 생각하는 우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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