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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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사도신경 66 화 ★ 갈비뼈와 도마뱀

wy 0 2019.07.17

 

 

튀김에는 새우가 두 개 밖에 안 나온다.

 

신경 안 쓰면 혼자 다 먹기 십상이다. 

 

젓가락이 새우에 닫기 직전, 고구마로 방향을 돌리며 서준이 말했다.

 

“난 어렸을 때 남자가 여자보다 갈비뼈가 하나 없다고 생각했어 ㅎㅎ

 

아담이 자는 사이에 하나님이 갈비뼈 하나를 취하여 이브를 만드셨다는 이야기를 목사님들은 그대로 믿어야 하나?”

 

방주의 얼굴에 가벼운 미소가 스쳤다.

 

“창세기 말씀을 문자 그대로 안 믿어도 괜찮아.

 

진화론을 목사가 믿어도 되듯이…”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신화로 생각하게 되면 신앙심이 흔들리지 않을까?”

 

“어떤 현상을 상징적으로 설명한다고 해서 하나님의 능력이 약해지는 것은 아닐 거야."

 

서준이 한 입에 맥주 잔을  반 이상 비웠고 방주의 말이 계속 되었다.

 

“성경에는 아담이 마치 수술대 위에 누워있는 것 같은 상황에서 갈비 뼈를 뽑아 이브를 만드시지.

 

이것이 상징하는 의미는 아담이 그녀를 보자마자 ‘내 뼈 중에 뼈요, 살 중에 살’ 이라고 하는 대목에서 찾을 수 있어."

 

서준이 고개를 끄덕인 후 말했다.

 

“교인들 중 성경을 문자 그대로 믿는 사람들이 자네처럼 상징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보다 훨씬 많겠지? “

 

“요즘은 그렇지도 않아.

 

최근에 ‘한국교회 탐구센터’ 에서 개신교인들의 과학과 신앙에 대한 의식 조사를 실시한 것이 있어.

 

창세기의 창조 기록에 대하여 ‘하나님의 말씀이므로 과학적으로도 틀림없는 사실이다’ 와 ‘신학적 교훈이 핵심이므로 과학적으로 따지면 안 된다’가 각각 42.0%, 41.2%로 비슷하게 나타났지.

 

교인들중  창세기 말씀을 신화로 믿는 사람도 12%가 되는데, 그렇다고 해서 이들을 비난 하거나 이단이라고 할 수는 없지.

 

심지어 하나님, 여호와, 예수님이라는 이름은 그리 중요한 게 아니야.

 

‘예수’라는 이름 자체는 지역에 따라 여호수와, 헤수스, 지저스 등으로 발음하지.

 

일본의 어느 가톨릭 작가의 소설에는, 하나님의 이름은 중요치 않고 심지어 ‘양파’라고 불러도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주인공이네.”

 

 “그래도 양파는 너무 했다.

 

건강에 좋긴 하지만 ㅎㅎ”

 

그러고 보니 오늘 양파 튀김이 나오지 않았다.

 

“한국의 대형교회는 아직도 문자주의 믿음을 강요하고 있지.  

 

재미 있는 친목모임이나 봉사모임을 위해 잠시 참석 할 수는 있어도 시간이 지나면 그런 '묻지마 신앙'에서 떠나게 되지.

 

그들은 성경 내용이 합리적으로 설명될 수 있기를 기대하네.

 

하지만 합리적이라는 것이 성경을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것은 아니야.

 

소위 창조과학자들은 이러한 불가능한, 불필요한 증명을 위해 고생하고 있어.

 

예를 들면 ‘아담의 갈비뼈 한 개가 이브를 만들 때 분명히 빠져 나갔지만, 그 후의 인간들은 갈비뼈가 정상으로 나오는데 이것은 꼬리가 잘린 도마뱀의 후손이 꼬리가 잘려서 나오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라고 설명하지. ㅎㅎ”

 

긴 나무 접시에 계란과 장어 스시가 아직 남았다.

 

서준의 젓가락이 장어로 향하며 말했다.

 

 “그러나 성경이 문자 그대로 사실이 아니고 상징이나 교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점점 교회 나오는 사람들이 줄어들지 않을까?

 

사람들은 천당 가고, 병 낫고, 부자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하는데 전능하신 하나님의 말씀이 알고 보니 상징이라면 맥이 빠지지.

 

인간은 근본적으로 나약한 존재 아닌가…”

 

“응, 나도 솔직히 감옥에서 좀 아프니까 기도가 저절로 나오더라….

 

하지만 나는 기독교의 교리는 상징을 통한 깨달음이고, 동시에 이성의 역할을 긍정할 수 있는 방향으로 기독교의 패러다임이 바뀌었으면 해.

 

기독교도 진화하는 과정이 필요하겠지. 

 

앞으로의 기독교는 인간을 위하여 구약의 하나님을 자유롭게 해드리고, 하나님을 위하여 신약의 인간을 자유롭게 해주는 거 아닐까... 

 

이 두 자유의 서로 만남과 화해가 중요한 것 같아. 

 

굳이 더 설명하자면 ‘나의 온전한 나 됨’을 하나님이 가장 원하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네.

 

2천년 전 예수님도 그런 고민을 하셨을 것 같아.”

 

긴 나무 접시 위에 네모난 계란 덩어리만 덩그러니 남았다.

 

“내가 맛있는 스시는 다 먹었네. 이건 자네 거야”

 

방주가 젓가락으로 계란을 집으려다 말고 다시 입을 열었다.

 

“음…그리고 내가 자네에게 사과 할 게 있어.

 

사실은 그날 베로나에서 선희와 포옹을 했었네…

 

프로포즈를 한 후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한 건데…사실대로 말 할 수 없었어.

 

갑자기 구속이 되어서 당황도 했었고... 

 

만약 프로포즈 한 것을 손준기가 알게 되면 일이 더 꼬일 것 같아서 그랬지."

 

서준이 숨을 길게 내쉬었고, 방주의 말이 계속 되었다.

 

"사실은 선희가 고등학생 때부터 내가 성경을 가르치면서 서로 친밀한 감정이 생겼어.

 

 

그날 베로나에서, 엄마가 새벽 기도에 나오다 사고를 당한 것은, 새벽 기도에 나오면 복 받는다고 말한 내 책임이 제일 크다고 정식으로 사과했지. 

 

더 이상 새벽 교회의 하나님 뒤에 숨을 수 없었어.

 

정직한 교회는 그래야 된다고 믿었고, 나를 이해하고 용서해 준 선희에게 그 자리에서 프로포즈를 한 것이라네.

 

그래도 참 미안하게 되었네...”

 

“아, 그랬었구나…

 

그럼 선희씨와 곧 결혼을 할 건가?”

 

방주가 긴 속눈썹을 천천히  한 번 깜박인 후 대답했다.

 

“응. 내년 봄에 하려고…

 

주례는 내일 Y대학 교회 가서 문목사님께 부탁할거고…

 

자네가 사회를 좀 봐주면 좋겠네.”

 

“졸지에 결혼식 사회를 보게 되었군.

 

축하하네! ㅎㅎㅎ”

 

서준의 웃음소리가 일식당에 길게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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