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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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289화 ★ 어떠한 선지자도 무장하지 않으면 처형된다

wy 0 2024.05.19

미트라교 성전의 대강당에서 일요예배가 시작되었다.

 

누보 일행은 예배가 시작하기 바로 전에 도착했으나 벌써 대강당은 신도들로 거의 다 차 있었다.

 

줄 잡아도 천명은 넘을 것 같았다.

 

여자들이 반 이상이었고 손에는 물통을 한 개씩 들고 앉아 있는데, 예배가 끝나고 나가면서 청약수를 한가득 담아 갈 것이다.

 

잠시 후 중앙 강대상 위로 교주 시몬이 올라와 앉았다.

 

멀리서 보는 얼굴이지만, 카잔은 10여 년 전 그 사람인 것을 쉽게 알아 볼 수 있었다.

 

수염이 약간 희어졌고 관록이 붙은 모습에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유대교 대제사장 복장을 본뜬 듯한 화려한 의상을 입었는데, 가슴 쪽에는 여러 네모난 보석들이 붙어 있었고, 양팔을 감싸고 내려온 소매에는 노란 금술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시몬 미트라교주 2019020638225429.jpg

 

그 옆으로 조금 떨어진 작은 의자에 앉은 이세벨이 일어나 정면으로 걸어 나오자, 교주가 자리에서 일어섰고 참석한 신도들도 모두 기립했다.

 

이세벨의 낭랑한 목소리가 강당 전체로 퍼져 나갔다.

 

미트라 신은 신중의 신이시고 우리는 그의 한 백성이다.”

 

그녀의 선창에 신도들이 큰 소리로 따라 외쳤다.

 

시몬 교주님은 선지자 중의 선지자이고 우리는 그의 인도를 따른다.”

 

두 번째 교리를 따라 외친 후 신도들이 자리에 앉았고 시몬이 천천히 일어나 강대상의 중앙으로 나왔다.

 

여유 있는 웃음을 지으며 사방을 둘러본 그가 입을 열었다.

 

지금 이 자리에 모이신 여러 신도님께 미트라 신의 은총이 충만하기를 바라며 그분께 영광을 돌립니다.”

 

사람들이 일제히 큰 박수로 화답했다.

 

오늘은 먼저 마음 아픈 소식을 여러분께 전하고자 합니다.”

 

그의 얼굴이 갑자기 슬픔에 가득찬 모습으로 변했다.

 

예루살렘에서 이틀 전 불쌍한 선지자 한 사람이 십자가 처형을 당했습니다.

 

빌라도 총독에게 아부만 하는 가야바 대제사장의 모함으로,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것입니다.

 

사람들은 그를 나사렛 예수라고 불렀습니다.

 

아마 여기 계신 여러분 중에서도 그의 이름을 들어 본 분이 있을 겁니다.”

 

시몬의 말에 카잔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틀림없이 그가 알고 있는 예수라는 사람이 십자가 처형을 당한 것이리라.

 

이것은 두 가지 사실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먼저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하는 유대교의 종말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나사렛 예수는 유대교의 상징인 안식일이 우상화되자 위선적인 제사장들을 비난한 용감한 사람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이런 사람이 나오면서 유대교는 몰락의 길을 걷게 될 것입니다.”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

 

또 한 가지는 역사적으로 어떠한 선지자도 스스로 무장하지 않으면 처형된다는 교훈을 우리에게 주고 있습니다.

 

나사렛 예수는 몇십 명도 안 되는 무력한 제자들밖에 주위에 없는데도 너무 일찍 유대교를 비판한 것입니다.

 

여호와 신보다 위대하신 미트라 신도 로마군과 싸우는 것은 아직 때가 이르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시몬의 말은 계속되었고 카잔은 언뜻 평범해 보였지만 결코, 평범치 않았던 나사렛 예수를 더 이상 만날 수 없다는 사실에 마음이 저려왔다.

 

여러분, 위대한 선지자는 미트라 신의 도움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그날이 오면 여러분, 세상의 모든 신이 미트라 신에게 경배하게 되며 그리심 산이 가장 위대한 성전으로 우뚝 솟아오르게 됩니다.

 

또한, 사해에는 물고기가 가득 차서 갈릴리 호수처럼 많은 어부가 몰려들게 됩니다.”

 

사람들은 그의 연설에 빨려들었고 시몬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여러분, 진정 위대한 신은 여러분에게 건강과 행복을 가져다줍니다.

 

모세가 여호와 신께 받았던 황금 성배로 청약수를 만들어 병든 자를 고쳐 주라는 계시를 한 신은 미트라 신입니다.

 

저는 또한 사해에 소금이 모두 없어져 맨발로 해변을 거닐어도 소금기둥에 발을 다치지 않는, 아무 곳에나 그물을 던져도 그물이 터질 듯이 물고기가 잡히는 그런 사해를 환상 속에서 분명히 보았습니다.

 

미트라 신의 위대한 계시입니다.”

 

열광적인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날이 오면 여러분, 우리 사마리아인들과 유대인들, 갈릴리인들이 서로 사이좋게 먹을 것을 나누고, 어려운 일들을 서로 도우며, 싸움이나 전쟁이 없어집니다.

 

우리가 이렇게 한 가족, 한 핏줄이 되면 로마도 이 땅을 떠나게 되고 자유와 평화가 넘치는 새로운 세상이 열리게 됩니다.

 

하지만 그 전에 우리는 큰 시련을 한 번 겪게 되는데, 새 세상이 열리기 전에, 마지막으로 우리를 질투하는 무리의 공격 때문입니다.

 

그때가 언제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가까운 시일 안에 여러분의 눈으로 그들의 도전을 보게 될 것입니다.

 

지난번 신탁 점을 쳐보니 늦어도 몇 년 내에 그런 어려움이 닥칠 듯합니다.

 

어쩌면 로마 병졸이 유대 성전 경비대와 함께 그리심 성전을 침공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저기서 약간 웅성거리는 소리가 났다.

 

시몬이 위엄있는 자세로 사방을 두루 바라본 후 계속 말했다.

 

그러나 바로 그때가 우리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는 순간이며, 미트라 신이 계시하신 대로 우리에게는 모세의 황금 성배가 있어 최후의 승리는 우리의 것입니다.”

 

사람들이 다시 박수를 쳤다.

 

올해가 제가 이 땅에서 미트라교를 전파한 지 15년째입니다

 

처음 4~5년은 온갖 고난과 박해를 받았고 순교자들의 피도 많이 흘렸습니다.

 

카잔은 다시 침통한 표정이 되는 시몬을 보고, 이 정도 연기면 로마의 대극장에서 황제가 참석하는 연극에 출연해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동시에 10여 년 전 미리암의 엄마가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 미트라교의 순교자로 세상을 떠난 참혹한 기억에 가슴을 저려왔다.

 

시몬의 목소리가 계속 들렸다.

 

그분들의 희생으로 우리는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능력을 상당히 갖추었고 이제 조금만 더 우리의 조직을 키우고 강화시키면 어느 누구도 우리를 함부로 대하지 못할 것입니다.

 

사마리아인들이 독립적인 나라를 유대인보다 먼저 세울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 전에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우리는 청약수를 마시며 힘을 내야 합니다.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여러분께 청약수를 만드는 황금 성배를 보여드릴 것입니다.

 

그동안 소문으로만 우리가 갖고 있다고 알려진 황금 성배를 공개함으로써 불필요한 억측을 일소하고, 여호와 신도 우리의 편이라는 것을 천하에 알리라는 미트라 신의 계시가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술렁거렸고 이세벨이 하얀 천에 쌓인 검은 상자를 시몬에게 건네주었다.

 

시몬이 뚜껑을 열고 조심스레 안에 든 물건을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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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 머리통만 한 황금 성배가 금빛을 반짝이며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뒤에 앉은 사람들이 더 자세히 보려고 자리에서 일어났고 누보도 그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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