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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사도신경 48 화 ★ 방주의 재판 꿈

wy 0 2019.05.14

 

 방주가 재판을 받으러 서울 동부 지원으로 가는 날이다.

 

법원으로 가는 것을 ‘출정’이라고 하는데 손목에 수갑을 채운 후 굵은 밧줄로 허리와 팔뚝을 같이 동여 매어 세 사람씩 한 조로 묶는다.

 

한 달 반정도 세상 구경을 못하다가 십여 명이 탄 버스에 올라타니 눈 내린 서울 거리가 화려하고 산란하게 방주의 눈 아래로 펼쳐졌다.

 

호송 버스를 운전하는 늙은 기사는 방주가 목사인 것을 알고 백미러로 흘끔거렸다. 

 

법무부 소속이라는 글씨와 마크가 옆면에 크게 써있고 창문에 검은 선탠이 있는 버스는 다른 차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무서운 살인범이 타고 있거나 TV에서 무수히 본대로 박근혜나 최순실이 차에서 내리지 않을까 시선이 집중 된다.

 

버스 기사는 백미러로 방주를 보며 이 버스는 차가 많이 막히면 버스 양쪽에서 날개가 나와서 날아간다고 텔레파시로 말했다.

 

법원에 도착 한 방주 일행은 건물 지하실에 있는 대기실로 들어갔다.

 

동행한 교도관의 허리에는 실탄이 장착 된 권총과 테이저건 같은 무기도 있었다.

 

좁은 방, 등 받침 없는 긴 의자에 앉은 후 밧줄은 풀고 수갑은 채워놓는다.

 

법정에 들어가기 직전 한 손만 풀어주어 그 손으로 다른 손목에 있는 수갑을 덥으라며 인권 보호를 한다.


피의자는 자연히 손을 앞으로 모은 겸허한 자세가 된다.

 

지하 대기실에서 기다리다가 재판 시간이 되면 3명씩 엘리베이터를 타고 해당 법정으로 올라간다.

 

방주 옆에 있던 검은 황사 마스크를 쓰고 안경 낀 사람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수갑 안 찬 한 손으로 마스크를 벗는데 놀랍게도 최순실이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녀가 방주를 알아 보고 싱긋 웃으며 ‘나도 새빛 교회 다녀요’ 하면서 악수를 청하는데 옆에 있는 교도관이 황급히 제지했다. 

 

방주는 어렴풋이 지금 꿈을 꾸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주 재판은 201호실이고 그녀는 202호실인데 그 앞에는 사진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201호실의 재판이 거의 끝나가는지 판사의 웅얼거리는 판결 소리가 법정으로 들어가는 문에서 새어 나왔다.

 

잠시 후 문이 조심스레 열리며 ‘3219 신방주씨 들어오세요’ 라고 교도관이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재판정 안의 교도관은 양순하다.

 

안으로 들어가며 오른 쪽 단상 위에 있는 판사에게 목례를 하고 피고 자리에 앉은 방주는 맞은 편 검사석을 바라보았다.

 

검사 복을 입고 있는 공판 검사의 얼굴이 무혁과 판박이였다.

 

태어난 직후 헤어져 서로의 행방을 모르는 일란성 쌍둥이가 틀림 없는 것 같았다.

 

방주의 오른 쪽 옆에 앉아 있어야 할 국선 변호사는 나오지 않았다.

 

판사가 곧 재판 시작을 알렸고 방주에게 이름과 주민번호, 직업을 물었다.

 

직업이 목사라고 하니 재판장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방주가 살며시 얼굴을 왼쪽으로 돌려 방청석을 바라보니, 서준이 아버지와 같이 앉아있는 모습이 보였고 그 주위에 교회 신도들이 몇 명 나와서 ‘신목사 무죄’ 라는 팻말을 들고 있었다.

 

검사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발언을 시작했다.

 

“피고 신방주씨는 목사라는 직위를 이용하여 교회 신도 이선희씨를 음식점으로 유인하고 그녀를 위로해 준다는 명분으로 적지 않은 금전을 주면서 성추행을 하였습니다.

 

이에 본 검사는 피고인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하는 바입니다. “

 

방청석에서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교회 신도들이 ‘신목사 무죄’ 를 외치기 시작했다.

 

방주가 살짝 눈을 돌리니 아까 잠깐 보았던 최순실도 그 중에 끼어서 안경을 올리고 있었다.

 

판사가 방망이를 두드리며 장내 소란을 진정시킨 후 서준의 최후 변론도 듣지 않고 판결문을 읽기 시작했다.

 

“주문, 신방주 무죄”

 

방청석에서 환호성이 나왔다. 판사의 목소리가 계속 되었다.

 

"피고인이 교회신도를 추행하였다는 혐의는 이에 대한 물증이 없고, 추행 장소가 일반 음식점인 점, 목사도 인간으로서 순수한 위로금을 줄 수 있다는 점, 그 동안 피고가 목사로서 성실히 목회 활동을 수행한 점 등을 볼 때 검사의 주장은 이유 없다."

 

공판 검사가 고개를 숙인 채 퇴장하고  어디선가 다른 검사가 갑자기 나타났다.

 

자세히 보니 입과 눈이 큰 것이 구치소의 김대표와 너무 닮았다.

 

그가 엄숙하게 입을 열었다.

 

“피고 신방주는 목사의 신분임에도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여기지 않고 인간적인 지혜를 발휘하는 신성 모독 죄를 범했습니다.”

 

그가 슬쩍 방주를 쳐다본 후 계속 이어나갔다.

 

“본 검사는 그 증거로 그가 친구 최모씨에게 보낸 서신을 공개 합니다.

 

얼마 전 피고가 직접 쓴 글에 의하면,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에 나오는 예수님의 족보가 서로 다른 이유, 즉 예수님의 할아버지가 마태에는 ‘야곱’ 으로 누가에는 ‘헬리’로   나와 있는 이유에 대해 목사로서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주장을 하였습니다.“

 

방주는 ‘구치소에서 나가는 편지는 역시 모두 검열을 하는구나’ 라고 후회했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물을 생각하니 목이 몹시 말랐는데 판사가 질문했다.

 

“피고는 예수의 할아버지 이름이 서로 다른 것에 대해 어떤 주장을 했나요?”

 

‘구치소에서 개인 서신을 마음대로 보는 것은 인권 유린입니다’ 라는 말 대신 방주는  침착하게 답변했다

 

“저는 그 것이 성경을 문자 그대로 믿으면 안 된다는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 방청석에 있던 신도들이 ‘방주 무죄’의 팻말을 ‘방주 유죄’ 로 바꾸어  들었다.

 

검사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다시 말했다.

 

“피고는 신성한 법정에서 아직도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을뿐더러 안타깝게도 깊은 의심의 골짜기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본 검사는 피고를 위해 애통한 마음으로 왜 복음서에 예수님의 할아버지 이름이 야곱과 헬리라는 다른 이름으로 기록되었는지 그 정확한 사유를 밝히겠습니다.”

 

검사의 말에 방청석의 청중은 물론 판사까지도 처음 듣는 이야기인 듯 눈을 반짝이기 시작했다.

 

그런 분위기를 눈치 챈 검사가 좌우를 돌아보고 고개를 살짝 뒤로 젖히며 말했다.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야곱과 헬리는 이복 형제입니다.

 

헬리는 자녀 없이 사망했고 고대 이스라엘에서 야곱은 이복 형제의 후손을 낳을 의무가 있었지요.

 

야곱이 헬리의 미망인을 취했고 그래서 마리아의 남편 요셉이 출생한 것입니다.”

 

검사가 자신이 한 말에 스스로 고개를 끄덕인 후 이어 나갔다.

 

“결국 핏줄로는 야곱이 요셉의 아버지요, 족보로는 헬리가 아버지입니다.

 

그래서 두 사람의 이름이 각각 나온 것이지요.

   

피고는 혹시 족보에 나오는 사람들의 숫자도 복음서에 따라 다르다고 할지 모르나 실은 모두 이런 문제들이 얽히고 설킨 것입니다.  

 

이제 의심의 안개가 완전히 걷혔으리라 믿습니다”

 

방주의 귀에 어느 여성의 '아멘~'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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