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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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160화 ★ 가롯 유다의 금전출납부

wy 0 2023.02.22

유다의 마음은 시간이 갈수록 불안하고 혼란스러웠다.

 

[크기변환]1유다2 shutterstock_1216771081.jpg

 

그동안 선생을 모시고 다니며 어려운 살림을 꾸려나가느라 애를 썼는데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갈 것 같았다.

 

더구나 요즘은 자신이 하는 일을 제자들 중에서도 의심의 눈으로 보는 사람이 있는 듯했다.

 

그는 지난 주 입출금을 기록한 장부를 다시 보았다.

 

*니산 월 첫째 주 입금 내역

1: 지난 달로부터 이월 9드라크마

2: 보석상의 아내 엘자 2드라크마, 구사의 아내 요안나 5드라크마

3: 과부 나바스 1드라크마, 나병환자(무명씨) 1드라크마

4: 대장장이 우갈의 아내 2드라크마, 요한 어머니 살로메 5드라크마

5: 늙은 사마리아인(무명씨) 2드라크마

6: 곱추 시몬 3드라크마, 여관주인 요셉에게 차용 10드라크마

수입 합계: 40드라크마

 

니산 월 첫째 주 출금 내역

1: 음식 대금 10드라크마, 게바 신발 고친 값 1드라크마

2: 채소 구입 1드라크마, 회당 앞의 앉은뱅이에게 1드라크마

3: 여관비 15드라크마, 초 등잔 구입 2드라크마

5: 음식 대금 10드라크마, 노새 빌린 값 2드라크마 (외상)

지출합계 : 40드라크마

 

이 중에 회당 앞의 앉은뱅이에게는 유다가 임의로 주었다.

 

그 대신 자신의 신발이 게바의 것보다 더 낡았지만 고치지 않았다.

 

지난주에도 지출이 수입보다 많아 여관주인 요셉에게 돈을 다시 빌렸다.


나병환자 시몬의 집에는 선생과 7~8명의 제자만 있기에도 방이 모자랐다.

 

며칠 후에 예루살렘에 들어갈 때도 선생은 노새를 타고 들어가려 할 텐데 그 전에 외상값을 갚아야 한다.

 

요한이 눈을 고치려는 환자를 만나서 변호사비를 넉넉히 받으면 거기서 융통을 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선생이 언제 스스로 메시아임을 선포하고 새로운 왕국을 여느냐에 달려 있는데, 도무지 알쏭달쏭한 말만 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유다는 혹시 선생이 체포되거나 급박한 사태가 발생하면 그때야 당신의 정체를 확실히 밝혀서 극적인 효과를 노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봤다.

 

제자들의 맏형을 자임하며 성질도 급한 게바는 만약 선생에게 위험이 닥치면 자기가 가만있지 않겠다며 작은 칼을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하지만 유다가 볼 때는 다 자기 과시용이다.

 

지난번 살로메 님이 그녀의 두 아들 야고보와 요한을 나중에 선생이 왕이 되면 좌우에 앉혀 달라는 부탁에 거의 모든 제자가 발끈했다.

 

게바는 그래도 자기가 나이로 보나, 선생을 제일 먼저 따른 사람인데 그럴 수가 있느냐고 흥분했고, 세리 마태도 나랏일을 하려면 교육 수준이 중요하다며 은근히 자신을 과시했다.

 

선생은 그런 제자들의 마음을 다 알고 있다.

 

결국, 그동안의 헌신과 인내에 대한 보상이 이번 유월절을 지나면서 어떤 방향으로든 이루어질 것이다.

 

이미 선생도 무언가 이번에는 마음의 결심을 했을 것이다.

 

만약 이번에도 그를 따르는 사람들의 기대나 요구를 저버리고, 또 가난한 자가 복 받는다는 소리를 하거나, 아무 이적도 보여주지 않는다면 군중들의 지지와 환호는 즉각 적개심으로 바뀔 것이다.

 

그리되면 가야바 제사장보다 먼저 군중들이 돌을 던질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유다의 마음은 어두워졌다.

 

잠시 후 유다는 장부책을 접고 요한을 찾으러 방을 나왔다.

 

 

 

 

로벤이 재판소에 다녀와서 아몬에게 알렸다.

 

루고의 재판은 3번째니까 오전 11시경에 시작한다는 것과 오늘 재판이 모두 7건이 있어서 사람들이 벌써 꽤 많이 모여 있다는 것이다.

 

수고했네. 그럼 나중에 또 보세.” .

 

로벤이 발길을 돌리려다 다시 입을 열었다.

 

재판소 앞에 새로운 포고문이 붙어 있는데 앞으로 법에 위배되는 행동을 하는 사람은 엄벌에 처하고, 하나님을 모욕하는 자는 십자가형에 처할 수도 있다고 쓰여 있네요.”


 , 그렇군... 대원들 식량은 충분히 가지고 왔나?”

 

, 앞으로 1주일 정도는 문제없습니다.”

 

이거 가지고 양고기라도 좀 사 먹게.”

 

아몬이 주머니에서 2드라크마를 꺼내 주었다.

 

, 감사합니다.”

 

로벤이 신나게 인사하고 야곱여관을 나서는데 큰길에 높은 사람의 행차가 있는지 경비가 삼엄했다.

 

조금 더 길가로 나가보니 검은 얼굴의 노예 8명이 화려하게 장식된 가마를 끌고 성전의 헤롯 궁으로 향하고 있었다.

 

앞뒤로는 성전 경비대원 여러 명이 긴 창을 들고 호위하는 것을 보니 헤롯 왕의 행차 같았다.

 

사람들이 모여서 행렬을 지켜보는데 가마 중간에 노란색 커튼이 열리며 진한 화장을 한 여인의 얼굴이 나타났다.

 

헤로디아 왕비다옆에 서 있는 사람이 아는 척을 했다.

 

그녀는 길가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미소 지으며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왕의 행차인 줄 알았는데 왕비의 행차였네.’

 

헤롯 왕은 경호가 이거보다 더하지.’

 

왕비가 정말 예쁘구나.’

 

그래, 저런 여자와 며칠만 살아보면 좋겠다.’

 

사람들이 한마디씩 수군거렸다.

 

몇 사람은 그녀에게 박수도 쳤다.

 

로벤의 눈에도 왕비의 얼굴이 활짝 핀 제비꽃처럼 아름다웠다.

 

가마가 헤롯 궁 쪽으로 사라지자 사람들의 통행이 풀렸다.

 

성전 옆을 지나는데 한쪽 구석에 사람들이 여럿 모여 있었다.

 

다가가 보니 하얀 옷을 입은 어떤 노인이 무슨 연설을 하고 있었다.

 

그냥 지나치려 했는데 언뜻 세상의 종말이 곧 옵니다.’라는 소리가 들렸다.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앞으로 나아가 노인을 자세히 보았다.

 

바짝 마르고 온통 주름진 얼굴에 오른 눈에는 백태가 잔뜩 끼어 있었다.

 

다리에도 힘이 없어서 굵은 지팡이로 간신히 서 있는 것 같은데 목소리에는 혼신의 힘이 실려 있었다.

 

마치 오늘 여기서 그의 마지막 말을 목이 터지게 다하고 죽을 사람 같았다.

 

*니산 월: 히브리력의 1월에 해당하는 명칭이고 현재 그레고리력으로는 3~4월에 해당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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