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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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사도신경 1화 ★ 예수님의 할아버지

wy 0 2018.11.09

1) 예수님의 할아버지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성경에 예수님의 할아버지 이름이 서로 다르게 기록되어 있는 것이다.

마태복음에는 '야곱'으로, 누가복음에는 '헬리'로 되어 있는 것을 발견한
서준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같은 사람인데 사울이 바울이 되듯이 그렇게 이름이 바뀌었거나, 아니면 성과 이름을 따로 써서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살아계신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일점 일획도 바뀔 수 없다는 성경인데, 적어도 예수님의 족보에 대한 의문은 풀어야 한다.  


서준은 열흘 전 회사에서 문화부로 발령이 났다.

 

'주간시사'에 입사하여 두 달 간 신입 기자가 거쳐야 하는 경찰 출입을 했고, 본인은 정치부를 원했으나 문화부 선배 한 사람이 결혼으로 갑자기 퇴사하여 그 자리를 메꾸게 되었다.

문화부는 종교 기사도 한 달에 서너 쪽 정도는 실어야 하므로, 서준이 몇 년만에 성경을 꺼내 읽게 된 것이다.

 

주간시사는 한국의 대표적 주간지인데, 창간 후 2-3년은 정기독자만 1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일간 신문 못지 않은 영향력이 있었다.
 

주간지는 1주일 동안 한 권을 3명 정도가 돌려보기 때문에, 발행 부수 20만의 주간시사는 발행 부수 50만의 신문보다 적지 않은 독자가 있는 것이다.

 

지금은 포탈사이트와 수많은 TV 채널로 발행 부수가 많이 줄었지만, 아직도  깊이 있는 정치, 사회 기사가 종종 터져 나왔다.

 

충무로의 '필하모니' 고전음악 감상실에서는 서준이 자주 듣던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유태인 작곡가 부르흐의 '콜니드라이라는 첼로 협주곡인데, 엄숙하고 신비한 악상의 흐름이 콜니드라이 (신의 날) 이라는 제목에 딱 어울렸다.

 

빠른 템포의 첼로 연주는 '야노스 스타커' 였고 조금 딱딱한 느낌이 들었다.

 

'신의 날'에도 연주에 따라 나타나는 신이 엄숙하고 거룩하거나, 자애롭고 부드러울 수 있는 것이다.

 

중학교때 첼로의 깊고 호소력있는 소리에 빠져서 3년간 열심히 했지만, 전공으로 계속하기에는 자신이 없었다

야노스 스타커의 기계같이 정확한 왼 손가락이 현란하게 움직이며 ‘신의 날’이 저물고, 인간의 평안이 찾아 왔는데도 친구 방주의 모습은 아직 보이지 않았다.

 

핸드폰을 꺼내서 확인해 봤지만 메세지는 없었다

 

일요일은 방주가 가장 바쁜 날이다

 

최서준과 신방주는 초등학교때부터 남대문의 새빛교회를 같이 다녔다. 

 

중등부의 성가대에서도 두 사람은 키가 커서 합창단 맨 뒤에서 나란히 찬양을 했다.

 

방주의 아버지 신종일 장로님은 새빛교회의 재정 담당 장로인데, 방주는 서울신학대학원을 마치고 미국의 뉴저지 신학원을 다녀온 후 반년 전부터 새빛교회를 섬기고 있었다.


핸드폰을 다시 꺼내 보는데 필하모니 입구에서 방주가 들어 오는 것이 보였다.

손을 들어 위치를 알리니 눈이 마주친 방주가 미안한 표정으로 와서 앞자리에 앉았다.

 

"미안해, 30분이나 늦었네

 

갑자기 장례 예배가 생겨서…"

오랜만에 만나는데 시간을 안 지킨다고 한마디 하려던 서준은, 장례 예배라는 말에 목소리가 부드러워졌다.


"그랬구나목사님인데 장례 예배부터 잘 인도하셔야지

 

나 때문에 서둘러 나온 건 아닌가?"

"그건 아냐담임 목사님이 주관하시고 나는 옆에서 참석만 했어."

 

오늘 따라 방주의 얼굴이 꽤 피곤해 보였고, 몇 주 못 본 사이에 머리도 조금 벗겨진 듯했다


종업원이 가져온 드립 커피의 향기가 두 사람의 대화를 잠시 중단시켰다.

 

"목사님 하기 힘들지나는 웬만한 직업은 다 할 것 같은데 목사님은 자신 없더라."

방주가 대답 대신 씨익 한 번 웃고 커피잔을 들었다.


"오죽하면 미운 사람에게 '성령 못 받고 새벽기도 다녀라' 라는 말이 있겠니ㅎㅎ 

 

장로님도 안녕하시지?"

방주가 또 고개만 끄떡거렸다.


"나 이번에 회사에서 문화부로 발령났어.

 정치부에서 국회의원들 인터뷰하며 어깨에 힘 좀 넣으려고 했는데 김샜다.

그래서 자네한테 부탁해서 이번에 하나님 인터뷰 좀 해 보려고… 

문화부에 종교난이 있는데 언제쯤 하나님 만나서 기사를 쓸 수 있을까? "



농담으로 하는 말이었지만 서준의 목소리가 진지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교회를 열심히 다녔으나 Y대 정치학과에 입학한 후, 서준은 교회생활에서 멀어졌다.

 

헌칠한 용모에 팝송을 잘 부르던 그는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고
광우병 파동때는 학생들을 이끌고 촛불 집회에 앞장 서기도 했다.


"요즘 하나님이 어디 계신지 잘 몰라서 인터뷰 어려워."

방주가 긴 속 눈썹을 깜빡거리며 혼자말처럼 대답했다.


"목사님이 잘 모르면 안 되는데, 그럼 명동 성당 신부님께 가봐야겠구나."



방주는 어려서부터 별명이 '어린 목사님'이었다.

본인은 싫어했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신약 성경을 거의 다 외우고, 적절히 적용하며 점잖게 언급하는 그에게, 그보다 더 잘 어울리는 별명은 없었다.

 

"하나님이 어디 계신지 수배 때려서 곧 알려줘야 해

 

 그리고 그 전에 질문 하나 할게."

경찰서 두 달 출입이 인간의 언어 구사에 큰 변화를 주고 있었다.

 

서준이 침을 한 번 삼키고 성경에서 예수님의 할아버지 이름이 서로 다른 이유를 물었다.

방주가 동그랗고 맑은 눈으로 서준을 바라본 후 입을 열었다.


"마태복음의 야곱은 아버지쪽 족보고, 누가복음의 헬리는 어머니쪽 족보라는 설명이 내가 아는 대답 중 하나야... "

 

"아니 그럼 헬리는 성모 마리아의 아버지라는거야 ? "  


어이가 없다는 듯 서준의 목소리가 음악 소리보다 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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