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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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26화 ★ 오리무중

wy 0 2021.11.11

 

 

마나헴은 얼마 전, 열성당 두목을 곧 알려주겠다는 사람들에게서 아무 연락이 없자 슬슬 신경질이 났다.

 

다음에 만날 때는 누구든 그냥 붙잡아 가두고, 두목에 관해 알아낸 후 직접 잡으러 가기로 마음을 굳혔다.

 

많은 포상금을 중간에 있는 놈들에게 줄 필요가 없으며, 어차피 다 같은 패들이고 언젠가는 잡아야 할 놈들이다.

 

안나스 제사장에게 포상금을 받은 후, 누보에게 조금만 떼 주면 되는 것이다.

 

그날 같이 나왔던 덩치 큰 놈은 분명 어디서 봤는데 생각이 나지 않았다.


겉으로는 점성술을 하는 것으로 위장하고, 안에는 비밀 아지트로 쓰고 있는 집으로 누보를 불렀다.

 

그렇다고 점을 치는 레나가 엉터리는 아니었다.

 

마나헴 본인도 가끔 답답할 때는 레나에게 점을 보곤 했다.

 

그녀의 딸 유리는 아직 엄마의 수준을 따라가려면 몇 년은 더 걸릴 것 같았다.

 

누보가 레나의 안내로 마나헴의 방으로 들어오며 꾸벅 인사를 했다.

마나헴 누보 collage.png

 

마침 잘 왔다. 네 친구 연락되었니?”

 

요 며칠 안 보이는데요, 호텔에도 잘 안 나오고요.”

 

찾는 대로 빨리 만나자고 해라. 그들이 전에 요청한 것이 준비되었으니까.”

 

그게 뭔가요?”

 

우리가 신고자의 신변을 보장해 준다는 각서지.

 

, 그리고 돈을 먼저 좀 줄 수 있냐고 물었는데 그것도 가능하다고 전해라.”

 

, 정말 잘됐습니다. 헤헤, 얼마나 주시나요?”

 

그건 만나서 말해 주겠다.”

 

, 그리고 죄송하지만, 여기로 손님을 제가 모시고 와서 점을 치면 수고비를 좀 받을 수 있을까요?

 

요즘 사정이 좀 어려워서요...”

우선 이걸로 좀 쓰도록 해라.”

 

마나헴이 주머니에 손을 넣어 집히는 대로 은전 몇 개를 던져주며 말했다.

 

아이구, 감사합니다. 손님은 제가 그냥이라도 모셔 오겠습니다. 헤헤

 

손님 신경 쓸 것 없고 빨리 네 친구를 찾아봐라.”

 

, 곧 만날 텐데 언제 어디로 오라고 할까요?”

 

지난번에 만난 호텔 2층에 방을 하나 잡아서 그리로 오라고 해라.

 

반드시 열성당 두목을 확실히 아는 사람이 와야 하고, 이번 주 금요일 3시경으로 해 봐라.”

 

, 알겠습니다. 약속되면 즉시 말씀드리러 오겠습니다.”


누보는 은전을 손에 쥐고 신나게 마나헴의 방을 나섰다.

 

복도에서 향초 냄새가 강하게 누보의 코를 찔렀다.

누보는 복도 입구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유리와 눈이 마주치자, 열성당 두목이 언제 잡힐지 그녀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바라바가 어제 못 가 본 식당 두 곳도 사무엘 님이 그날 가지는 않았었다.

 

바로 앞 가게 주인은 사무엘 님이 피살된 저녁에 나가는 것도 들어오는 것도 못 봤다며 밤이 이슥해지면 잘 안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바라바는 아침에 사라가 만들어준 생선 수프를 맛있게 먹었다.

 

이 음식을 먹을 때마다 루브리아와 처음 식당에서 만났던 때가 떠오른다.

 

사라가 해 준 음식인데 루브리아가 생각나니 마음속으로 미안했다.

 

사무엘 님이 사라를 은근히 부탁하신 생각을 하면 마음이 더 무거웠다.

 

내일은 모두 티베리아 장지로 떠나야 하니, 오늘 해야 할 일들을 서둘러 해야 한다.

 

우선 아셀을 만나기 위해 아몬과 함께 그의 집으로 향했다.

 

아셀의 집은 생각보다 컸고 입구에는 사나운 개도 서너 마리 있었다.

 

젊은 경호원 두 사람의 호위를 받으며 아셀이 나타났다.

아셀 바라바 아몬 collage.png

 

그래, 나하고 상의하자는 안건이 무엇이오?”


아셀 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라를 대신해서 저희가 사무엘 님 주위의 몇 분을 만나서 같은 질문을 하고 있습니다.

 

실례가 되는 말씀이 있더라도 널리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몬이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며 질문을 시작했다.

 

먼저 사무엘 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언제 어디서 그분을 만나셨나요?”

 

, 피살되기 5~6일 전이었나사무엘 님이 부르셔서 가게 근처 공원에서 뵈었지.”

 

그러셨군요. 무슨 말씀을 나누셨나요?”

 

그 양반이 마음이 많이 약해져서 은퇴를 생각하고 계셨어요.

 

그러면서 앞으로 바라바와 아몬에게 많은 기대를 한다고 하면서 나에게도 지원을 부탁하셨지.”

 

뭐라고 대답하셨나요?”

 

나야 사무엘 님 말씀을 따라야지. 그런다고 했네.”

 

그러셨군요. 저희도 그런 말씀을 좀 듣긴 했는데, 나이도 아직 어리고, 아셀 님께 송구할 따름입니다.”

 

이제는 젊은 사람들이 일을 많이 해야지. 하하.”

 

감사합니다. 아셀 님 생각으로는 누가 범인인 것 같습니까?”

 

아셀이 눈을 감고 대답하지 않자 바라바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사무엘 님께 원한이나 불만이 있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요?”

있겠지. 나도 불만이 없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지금 누구라고 딱 떠오르는 사람은 없소.”

 

잠시 침묵이 흐르고 바라바가 다시 물었다.

 

앞으로 열성당은 어떻게 운영되는 게 좋을까요?”

 

아셀이 잠시 생각을 하더니 천천히 말했다.

 

다 하나님이 하시는 일인데 하나님 뜻대로 되겠지요.”

 

아셀의 집을 나와 돌아오면서 아몬이 바라바에게 물었다.

 

어떻게 생각해?”

 

글쎄, 잘 모르겠네. 네 생각은 어때?

 

난 역시 아셀 님은 아닌 것 같아.”

 

아무래도 처음부터 다시 점검해 봐야 할 것 같았다.

 

집에 돌아오니 사라가 막 들어온 문상객 한 사람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었다.

 

바라바 오빠, 어제 오셨던 미사엘 님이에요.”

 

,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오래 감옥에서 고생하셨는데 건강은 어떠신지요?”

 

저는 괜찮습니다. 능력은 없지만, 제가 도와드릴 일이 있으면 뭐든지 말씀해 주세요.”

바라바는 미사엘을 처음 봤지만, 어제 아몬에게 들은 말도 있고 해서 그에게 믿음이 갔다.

 

내부회의에 참석시켜도 될 것 같아 사라의 의견을 들으니 그녀도 찬성이었다.

 

바라바, 사라, 아몬, 헤스론, 나발에 미사엘까지 포함한 6명이 오후 햇빛을 받으며 공원 옆 회당으로 향했다.

 

공원을 지날 때, 며칠 전 벤치에 같이 앉아 여러 말씀을 하시던 사무엘 님의 얼굴이 떠올랐다.

 

바라바는 그분의 그때 말씀이 바로 유언이었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 한구석이 찌르르 저려 왔다.

 

회당 안에는 작은 집회가 조금 전 끝난 흔적이 있었고, 오후 햇살이 창으로 길게 늘어지고 있었다.

 

바라바가 회의를 시작하기 전에 미사엘을 소개했다.


오늘 회의에 미사엘 님이 참석하셨습니다.

 

미사엘 님은 열성당에서 오랫동안 많은 일을 하셨고, 옥고도 치르시며 우리가 못하는 어려운 일들을 해 주셨습니다.

 

사무엘 선생님과도 친분이 있으셨고, 지금 당면 과제인 범인을 잡는 데 힘을 더해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미사엘이 앉은 자리에서 잠깐 일어나 목례를 했고 바라바가 계속 말했다.

 

현재 범인은 솔직히 오리무중입니다. 백지에서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미사엘이 조심스레 사라를 바라보며 물었다.

 

사무엘 선생님의 시신을 처음 본 사람은 누군가요?”

 

그러고 보니 사무엘 님의 시신을 맨 먼저 본 사람을 만날 생각이 왜 안 났는지, 바라바는 허를 찔린 것 같았다.

 

아버지를 감시하기 위해 루고 백부장이 배치해 놓은 근위대 병사가 맨 먼저 봤는데, 아직 그 사람을 만날 생각을 못 했네요.”

 

, 그 병사를 빨리 만나봐야겠어요. 왜 그 생각을 진작 못 했을까.”

 

나발도 즉각 동의를 표했다.

 

그 병사를 만난다 해도 범인의 윤곽이 나온다는 보장은 없지만, 뭔가 실마리가 잡힐지도 모르지요.”

 

미사엘이 침착한 어투로 다시 말했다.

사라야, 나하고 지금 빨리 가 보는 게 좋겠다.”

 

바라바가 사라를 보며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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