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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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에 비가 내리면 1 : 독도에 비가 내리면 메마른 가슴에, 메마른 가슴에 그리움 맺히는 소리~

wy 0 2020.03.18

비가 오려는지 날씨가 끄물끄물하다

이층 방에 있던 조 선장이 장기판을 들고 내려와서는 느닷없이 내기 장기를 두자고 한다. 그래서 얼마 내기 할까? 그랬더니 한 판에 일억으로 하자는 것이었다. 심심풀이로 세 판을 두었는데 내가 한 번 이기고 조 선장이 두 번을 이겼다

 

정리를 해보니 조 선장이 이억을 땄다. 내가 한 판 더 하자고 했더니 이번에는 십억으로 하자고 한다. 나는 또 졌다. 몇 시간도 안 되서 십이억을 잃고 말았다. 독도에서는 돈이 필요 없기에 망정이지 정말 노름은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후드득후드득! 갑자기 창문 두드리는 소리가 나더니 비가 쏟아졌다. 조 선장이 후다닥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나도 비 구경 하러 뒤쫓아 나갔다. ! 독도에 비가 내리고 있었다. 조 선장은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물탱크의 뚜껑을 열었다. 그리고는 다시 방으로 들어가 그릇들을 싸가지고 나와서는 바닥에 펼쳐놓았다

 

사기그릇, 양은그릇, 플라스틱그릇, 스테인리스그릇, 숟가락, 젓가락, 고무그릇……. 그릇들도 제 목소리가 있었다. 소프라노 메조소프라노 알토 테너 바리톤, 물탱크는 베이스였다.

 

이리저리 날뛰고 있는 조 선장한테 좀 천천히 하라고 했더니, 비가 언제 그칠 줄 모른다면서 입고 있는 옷에다 비누칠을 해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옷을 하나, 둘씩 벗어가지고는 받아 놓은 빗물에 헹구었다. 알몸이 된 조 선장은 제 몸에도 비누칠을 해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빠른 손놀림으로 몸을 문질렀다

 

나도 덩달아 조 선장을 따라했다. 알몸이 된 두 사나이는 빗줄기 리듬에 맞춰 몸을 씻었다. 몸속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렸다. 아마 그것을 자유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그동안 몸속에서 갇혀 지내느라 얼마나 답답했을까? 나는 내 몸 속의 자유가 살갗을 뚫고 나오기를 바랐다.

 

일 년에 몇 번밖에 안 열리는 천연 샤워장이라면서 조 선장은 어깨에 힘을 주면서 말했다. 나는 조 선장에게 마음속에 있는 것도 모두 다 꺼내서 샤워를 시키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자기 마음속에는 아무 것도 없단다. 그래서 사랑, 그리움, 외로움 그런 거 있을 거라고 했더니 그런 거 졸업한 지 오래 되었다고 한다.

 

얼마 뒤, 비가 멎고 몸에 붙어있던 빗물이 마르면서 살갗이 따가워지기 시작했다. 정말로 몸속에 갇혀있던 자유가 살갗을 뚫고 나오려는 모양이었다. 아무튼 조 선장 말대로 서두르지 않았으면 샤워를 온전히 끝낼 수 없을 뻔했다

 

하늘에서 수도꼭지를 늦게 잠가줘서 그렇지 일찍 잠갔더라면 이 행복을 놓칠 뻔했다. 얼마나 행복한지 구름 속에서 삐져나온 해를 바라보는데 마음속에서 뽀드득 소리가 다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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