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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사도신경 8 화 ★ 호수 속의 대성당

wy 0 2018.12.20

 

 


니케아호수 성당.jpg

니케아 호수 속에서 발견 된 대성당

 

서준이 급하게 택시를 잡아타고 회사로 돌아왔다.

 

로비의 엘리베이터가 2층에서 올라가는 중이라 문화부가 있는 3층을 계단으로 뛰어 올라갔다.

 

시계를 보니 2시 40분이었다.

 

“이선배, 미안해요. 10분 안에 기사 넘길 수 있습니다.”

 

벽돌보다 두꺼운 국어사전을 오른 손에 들고 던지려는 그녀에게 숨찬 목소리로 말했다.

 

다행히 컴퓨터를 끄지 않고 나가서 벤허의 배역을 맡은 1959년의 '찰톤 헤스톤'과 2017년의 '잭 휴즈톤'의 연기를 비교하는 내용을 신속하게 첨부했고, 60년전에 만든 오리지날 벤허의 완성도 높은 각본과 엄청난 스케일에 다시 한 번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는 글로 마무리 했다.

 

기사를 처음부터 얼른 다시 읽은 후 워드파일을 이영숙차장에게 보냈다.

 

시간이 촉박해서 이차장도 내용은 손대지 않고 몇 군데 단어만 수정하여 바로 편집부로 보냈고 간신히 다음 호에 실릴 수 있게 되었다.

 

이 차장은 미인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었다.

 

40이 내일모레지만 소녀 같은  맑은 눈에 소탈한 성격, 활짝 웃는 웃음이 주위 사람들을 편하게 했다.

 

기자 근성도 강해서 한 번 기획 한 기사는 인터뷰에 실패하는 일이 거의 없었고 S대 국문과를 수석으로 나온 영재답게 그녀의 글은 힘이 있으면서 산뜻했다.

 

데스크의 손을 한 번 떠난 기사는 신경을 안쓰는 그녀가 다른 기사를 서준에게 던져 주었다.

 

“이 로이타 통신기사 재미있네. 

 

최기자가 심층 취재해서 2-3주 내에 다루어 봐. 

 

어쩌면 특집기사로 키워서 4-5쪽으로 확대할 수도 있겠어.  얄라차! ”

 

처음 입사한 서준이 '얄라차'가 무슨 소리인지 물었다가 국어사전을 찾아 보라는 핀잔을 들었다.

 

‘얄라차’ 는 순 우리말 감탄사로서 '어떤 것을 신기하게 느낄 때 내는 소리'라고 적혀 있었다.

 

이 차장이 넘겨준 로이타 통신기사는 '1300년 동안 호수 속에서 잠자던 대성당,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다' 라는 제목으로 터키의 이즈니크에서 발견 된 호수 속 성당에 대한 기사였다.

 

서준도 속으로 ‘얄라차’라고 외친 후 기사를 계속 읽어 내려갔다.

 

-영국의 고고학자들이 터키 북서부 지중해 연안의 관광도시 이즈니크의 호수 밑에서 4세기에 세워진 대성당을 발견했다.

 

이 대성당 유적은 켐브리지대학의 신학자 '폴 로빈슨' 교수가 이즈니크 근처에 사라진 성당이 있다는 주장을 하며 탐사를 시작한지 4년만에 호수 동북부 연안 30m 지점에서 찾아 내었다.

 

이즈니크는 바로 기독교 최초의 공의회가 개최 된 고대도시 '니케아'의 새로운 이름이다.

 

니케아 공의회는 AD 325년 당시 신학자들이 예수님에 대한 치열한 교리적 다툼을 계속하자 로마 황제 콘스탄티누스가 직접 회의를 주재하여 결론을 낸 ‘니케아 신경’으로 유명하다.

 

로빈슨 교수는 이 성당이 3세기의 순교자 '성 네오피토스'를 기리기 위해 건축 된 것으로 보고있으며 터어키 관광청은 이 일대를 수중 박물관으로 지정했다-.

 

사도신경은 익숙하게 알고 있으나 '니케아 신경'은 처음 들어 본 서준은 호수 기슭에서 모습을 드러 낸 대성당의 사진을 보며 알 수 없는 전율을 느꼈다.

 

검푸른 대리석과 네모난 화강암을 모자이크하여 만든 성당의 중앙 통로가 맑고 얕은 호수물 아래에서  길게 모습을 드러낸 사진인데, 누군가 막 호수에 돌멩이를 던진 듯 표면에 크고 동그란 파문이 일고 있었다.

 

서준의 눈이 계속 기사로 향했다.

 

-로빈슨 교수는 기독교 고문서 기록중 성 네오피토스가 이단과 싸우기 위해 니케아를 방문했다가 순교했고 약 백년 후 그를 위한 성당을 건축했다는 부분을 역사적 사실로 보고 꾸준히 발굴을 추진했었다.

 

이 성당이 물에 잠긴 것은 AD 740년 니케아에 발생한 대지진 때문인것으로 추정되며 성당을 수중 탐색 중인 조사팀이 기독교 역사의 새로운 기록들을 발굴하고 있다.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이 중에 신학자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새로운 버전의 사도신경'인데 로빈슨교수팀이 그 내용을 세밀히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독교 역사의 가장 중요한 분수령인 니케아회의 직후 그 곳에 건축된 대성당이 1300년 세월의 신비를 품은 채 호수에 숨어 있다가 이제야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

 

기사는 이렇게 끝나 있었다. 

 

서준의 관심을 끄는 것은 '새로운 버전의 사도신경'이라는 부분과 니케아 신경이었다.

 

우선 인터넷에서 '니케아 신경' 을찾아보았다.

 

-니케아 신경

 

우리는 한 분 하나님, 아버지, 전능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모든 것을 만드신 자를 믿는다.

 

또한 한 분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으며 이는 아버지로부터 특유하게 나시었고, 즉 아버지의 본질로부터의 참 하나님으로서 출생하시되 만들어지지는 아니 하시었고 아버지와 동일 본질이시다-

 

예수님이 아버지와 같다는 선언이니까 예수님이 곧 하나님이 된 것이다.

 

이어지는 부분은 사도신경과 흡사한 내용이었다.

 

-그는 우리 인간들을 위하여 그리고 우리의 구원을 위하여 내려오시고 성육신 하시고 사람이 되시었다. 

그는 고난을 받으시고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시어 하늘에 오르사 산자와 죽은 자를 심판하러 오신다.  또한 성령을 믿는다. -

 

여기까지 보면 당시 회의에서 예수님을 어떻게 정의 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였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 후에 부록처럼 달려있는 말이 서준에게는 섬뜩하게 들렸다.

 

-그러나 다음과 같이 말하는 자들 즉 ,그가 나시기 전에는 그는 계시지 아니 하셨다거나, 그는 없는 것들로부터 생겨나셨다거나, 또는 하나님의 아들은 창조되었다거나, 변할수 있다거나,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하는 자들은 저주 받을 것이다. -

 

1700년 전 당시 분열 되었던 로마 제국의 단일 황제가 된 '콘스탄티누스'가 자신의 뜻에 어긋나는 신학자들에게 엄중히 경고하는 모습이 잘 나타나 있었다.

 

서준은 복음서의 어느 구절인지는 모르지만 예수님께서 ‘선한 분은 오직 하나님 한 분뿐이다’ 라고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이 생각났다.

 

복음서 기록이 사실이라면 니케아 신경은 예수님이 스스로 하신 말씀과 좀 다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는데 핸드폰이 부르르 떨렸다.

 

번호를 보니 모르는 번호였고 서준의 목소리가 긴장되었다.

 

“네, 최서준입니다.”

 

“메세지 듣고 전화 하는데요...” 젊은 여성의 조심스런 목소리였다

 

“네, 오선희씨인가요?”

 

잠시 침묵이 흐른 후 짧게 ‘네’ 하는소리가 들렸고, 서준은 즉시 만나자고 제의했다.

 

방주를 가장 빨리 빼내는 방법은 곧 있을 구속적부심 심사에서 고소 취하 서류를 제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례지만 신목사님 변호사이신가요?”

 

“나는 신목사의 친구인데 최서준이라고해요.

 

여하튼 충무로 엘리제 호텔 커피숍으로 지금 나가서 기다릴테니 가능한 빨리 나오세요.”

 

2-3초 후 저편에서 ‘네’ 하는 소리가 자그맣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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