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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사도신경 105 화 ★ 방주의 고민

wy 0 2019.11.30

 

 

 

방주는 오른 쪽 옆구리를 손가락으로 눌러 보았다.

 

인체 도감에 의하면 신장은 허리가 아니라 약간 등쪽으로 올라와 있었고, 주먹만한 크기의 완두콩 모양 2개가 마주 보고 있었다.

 

극구 반대를 했는데도 선희가 신장을 김승태에게 주겠다는 결심을 굽히지 않자, 방주의 고민이 시작되었다.

 

만약 이식이 어렵다면 더 이상 설득하지 안 해도 될 일이고, 두 사람이 피가 섞이지 않았으니 그럴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어제 오후, 병원에서 걸려 온 전화를 선희 대신 받은 방주는 크게 실망했다.

 

선희의 조직 검사 결과가 김승태와 마치 친형제처럼 잘 맞는다는 통보였다.

 

신장 공여에 대한 결심을 확인하는 서류에 곧 서명을 해야 한다면서, 상담 간호사가 수술 비용에 대한 몇 가지 설명을 더 했다.

 

선희가 보험이 있더라도 본인의 검사비와 수술비는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지만, 수혜자인 김승태의 보험으로 청구해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승태가 보험이 있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설령 있다 하더라도, 의식이 몽롱한 상태에서 수술 후 결과는 물론 비용에 대해서 보험처리 된다는 보장은 없을 것이다.

 

선희가 신장을 줄 수 없는 가장 좋은 방법은 김승태가 하루 속히 숨을 거두는 것인데 병원에서 조치를 잘 해서인지 벌써 2주째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자 방주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리 상대가 나쁜 사람이라 해도 그가 진심으로 죽기를 바라고 있는 목사, 신방주에 스스로 경악했다.

 

선희를 위해서라지만 인간은 원래 악하다는 성경 말씀이 처음으로 깊숙이 다가왔다.

 

방주의 오른 쪽 신장이 욱신거리는 성 싶었다

 

입만 열면 ‘예수님을 숭배만 하지 말고 그 분을 따라야 한다’고 했던 자신이 부끄러웠다.

 

문익진 목사님이 말씀하시던 생사(生死)에 대한 정의가 생각났다.

 

“생사라는 것이 자기가 아니고 자기의 것이 되어야 한다

 

생명보다 더 높은 것 그것이 ‘나’ 라는 것이 되어야 한다.

 

나는 그 것을 버릴 권한도 있고 찾을 권한도 있다.

 

죽은 후 언젠가 부활은 희망이지만 생사를 초월하는 부활은 신앙이다.”

 

두 눈이 촉촉해지면서 방주는 일어나 외출 준비를 했다.

 

잠시 후 S대 병원의 전박사와 마주 앉은 방주는 선희 대신 자신이 신장을 주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환자와 어떤 관계입니까?”

 

전박사가 시선을 다른 차트에 두고 물었다.

 

“그냥 아는 사이인데 같은 남자끼리가 더 이식이 쉽고 부작용이 없지 않을까요?”

 

의사가 싱긋 웃으며 방주에게 말했다.

 

“20년간 신장 이식 수술을 했는데 아직 그런 말은 못 들어 봤습니다.

 

지금 환자의 상태가 위중해서 수술을 빨리 하지 않으면 안돼요.

 

다른 사람 조직 검사 할 시간이 없습니다.”

 

순간적으로 안도의 한숨이 방주의 입에서 나왔다.

 

무의식적으로 수술을 안 해도 된다는 생각 때문이리라.

 

생사를 초월하기는커녕 수술도 초월이 안 되는 것이다.

 

짧은 침묵이 흐른 후 방주가 다시 질문했다.

 

“신장이 하나 없어도 아무 문제가 없는 건가요?

 

특히 여성으로서 앞으로 출산도 해야 하고..”

 

“신장이 하나일 경우 임신 중독증이 생기면 문제가 될 수도 있지요.

여성 공여 희망자,이름이 뭐였지요?”

 

“선희, 오선희입니다.”

 

“네, 지난 번 만났을 때 오선희씨에게도 알린 내용입니다.

 

또 기증 후에는 건강 보험 가입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방주가 아무 말이 없자 전박사가 다시 물었다.

 

“본인의 혈액형이 뭔가요?”

 

“네 저는 O형입니다. 누구에게나 수혈을 할 수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혈액형이 같아야 수술을 했는데 몇 년 전부터 혈액형이 달라도 수술 성공율이 아주 높아요.

 

물론 같은 혈액형이 더 좋긴 하지요.”

 

방주가 더 이상 할 말이 없어 그만 인사를 하고 나가려 하는데 간호사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 뒤로 선희가 따라 들어오며 방주와 눈이 마주쳤다.

 

“어머, 여기 웬일로…”

 

“아, 박사님께 신장 이식에 대해 좀 여쭤볼게 있어서..”

 

날카로운 선희의 눈길이 방주와 전박사를 한 번씩 스쳐 지났다.

 

방주가 제 발이 저려 뒤통수를 어색하게 만졌다.

 

“신장 공여 의향서에 최종 서명하러 왔습니다.”

 

그녀의 목소리가 적십자에 헌혈하러 온 사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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