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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사도신경 103 화 ★ 혈액 투석

wy 0 2019.11.23

 

며칠 후 선희가 차에서 내려 강남 H병원 11층 투석실로 올라갔다.

 

103 혈액 투석.jpg

 

넓은 병실에는 침대가 강의실처럼 나란히 놓여있었고 환자들 중 어린아이도 간혹 눈에 띄었는데 대부분 얼굴이 동그랗게 부어 있었다.

 

간호사에게 환자의 이름을 대고서야 구석에 있는 김승태를 찾을 수 있었다.

 

어제 오후 병원으로 전화를 해서 김승태의 상태를 전해들은 선희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의 상태가 악화되어 구속 집행은 커녕 당장 신장 이식을 하지 않으면 4-5일을 넘기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승태의 얼굴은 마치 찐빵처럼 부풀어 올라서 눈을 뜨고 있는지 감고 있는지 알기가 어려운 지경이었다.

 

선희를 알아봤는지 무슨 말을 하려고 바싹 마른 입술을 움직였지만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의 손목에는 두 개의 굵은 주사 바늘로 뽑아 낸 피가 긴 줄을 통해 옆에 있는 네모난 투석 기계 안에서 돌아가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주사 바늘 한 개로는 피가 빠져 나오고 다른 한 개를 통하여 피가 몸으로 다시 들어가는 듯싶었다.

 

피를 순환시키는 기능을 하는 돌아가는 물레방아 같은 기구가 위 아래로 두 개 있고 왼 쪽에는 정수기 필터처럼 생긴 파란 통이 있는데 그 속에서 피가 걸러지는 것 같았다.

 

선희가 아래층으로 내려가 신장 전문의 전한철이라고 써있는 의사의 방문을 두드렸다

 

머리를 짧게 깎은 의사가 선희를 올려다 본 후 자리를 권했다.

 

“어제 전화 주신 분이지요? 

 

환자와 어떤 관계지요?”

 

밖에서 보면 전혀 의사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나무꾼 같은 인상이지만 얼굴에 선한 구석이 있었다.

 

선희가 어제 전박사와 통화를 하면서 김승태에게 자신의 신장을 이식 할 수 있냐고 물었을 때 전박사의 대답은 부정적이었다.

 

설령 선희의 혈액형과 티슈케이스, 즉 근육형이 환자와 맞다고 하더라도, 김승태의 경우는 약물로 인한 신장 손상이기 때문에 연결 대동맥의 손상이 있어서 회복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제 오빠에요.”

그녀의 말에 의사가 선희를 잠시 쳐다보았다.

 

남편을 오빠라고 부르는 한국 말 때문이었다.

 

전박사가 환자의 차트를 들여다 본 후 미혼이라고 되어있는 것을 확인했다.

 

“친동생이면 일단 신장 공여자로서는 좋은 조건인데 혈액형은 뭔가요?”

 

“혈액형은 B형인데, 친동생은 아니에요.”

 

선희가 김승태와는 피가 섞이지 않은 남매라는 것을 설명하자 의사가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신장 공여자가 환자와 일란성 쌍둥이면 100% 맞고, 부모 중 한 명이라면 최소한 50%는 맞게 됩니다.  그래서 가족 중에 신장 이식술을 한 경우가 성공률이 높지요. 

 

특히 지금 이 환자는 모든 조건이 잘 맞아도 수술 결정을 하기가 어려워요. ”

 

“네, 하지만 오빠를 저렇게 놔 둘 수는 없어요.

 

제 조직형을 검사 해 주시고 가능하면 수술을 해 주세요.”

 

선희의 눈에 고인 눈물을 보고 전박사가 입을 열었다.

 

“피가 안 섞인 사람 중에도 환자와 조직형이 서로 맞을 수는 있지만 공여자가 신장 한쪽이 없어도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요.”

 

“네 저는 어려서부터 너무 건강해서 감기도 걸리지 않았어요.”

 

나무꾼이 빙그레 웃은 후 간호사를 불렀고 우선 피검사를 하라고 했다.

 

선희가 자신의 신장을 주겠다는 결심을 주위에 밝혔을 때 아무도 찬성하지 않았다.

 

준기는 물론 방주도 반대했다.

 

예수님이 원수를 사랑하라고는 하셨지만, 신장을 준다는 것은 아직 너무 젊은 선희에게는 큰 부담이라는 것이다.

 

수술 비용 3천만원을 김승태가 나중에 줄 사람도 아니고, 무엇보다 앞으로 선희에게 어떤 일이 닥칠지 모르는데 신장이 하나밖에 없으면 불안 하다는 것이다.

 

또 인터넷을 찾아보니 신장을 기증한 사람들 중 부작용으로 간혹 혈압이 오르고 우울증이 생기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간호사가 먼저 선희의 피를 뽑았다.

 

바늘을 먼저 꼽은 후 자일리톤 껌 통 만한 주사 통을 바꿔가며 5번 정도 피를 뽑는데, 피의 색깔이 투석을 하는 사람보다 어쩐지 더 검게 느껴졌다.

 

잠시 기다리니 피검사 결과는 합격이라며 나이가 지긋한 간호사의 설명이 이어졌다.

 

"신장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간에 근육 조직검사를 포함한 수술 가능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3일정도 입원하셔야 합니다.

 

검사비용이 400만원 정도 되는 데 계속 진행 하시겠어요?”

 

선희가 고개를 끄덕인 후 물었다.

 

“수술 가능 여부는 언제 알 수 있나요?”

 

“약 열흘 후 검사결과를 보고 이식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공여자 신장 2개 중 어느 쪽 신장을 이식할지, 어떻게 절개하고 수술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선생님이 설명 해 주실 거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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