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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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사도신경 35 화 ★ 감옥의 치과

wy 0 2019.03.29

 

치과.jpg

 

방주는 슬그머니 주머니에서 파란 마스크를 꺼냈다.
 

바로 뒤에서 심하게 기침하는 사람이 있었다.

 

마스크가 작아서 한 쪽 귀를 잡아 당겨야 하지만 이미 익숙해진 부분이다.

 

S구치소는 교도소와 같이 있어서 수용 인원이 국내 최다인 반면 의료시설은 부족하여 기결과 미결이 같이 진료를 받는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의 최대 화제는 당연히 가석방에 대한 여러 루머들이다.

 

슬슬 연말이 가까워 올수록 X-Mas 사면과 함께 진원지를 알 수 없는 희망 섞인 기대가 수용자들의 마음을 흔들고 들뜨게 한다.

 

“취장에 있는 덕구 알지?  걔가 이번에 25% 받고 나간대.”

“와, 그동안 취장이라도 20% 이상은 없었는데.. 덕구새끼 좋겠다.”

 

얼굴이 검고 손등에 문신을 한 30대 초반의 덩치가 끼어 들었다.

 

“얼마 전에 법무부 장관이 여기 시찰 왔었잖아.

 

그때 장관이 앞으로 가석방을 대폭 확대하라고 지시했대.”

 

대기실의 분위기가 갑자기 천장부터 훤히 밝아지는 느낌이다.

 

“박근혜가 자기 들어올 건 모르고 그 동안 가석방을  안 해줬잖아.

 

특별 사면이라고는 매년 돈 많이 준 재벌 총수 한 놈씩만 해주고말야.

 

예전처럼 80% 넘으면 내보내 줘야지.”

 

“거기 조용히 하세요. 여기는 잡담하는 장소가 아니지! ”

 

앞에 앉은 머리가 벗겨진 교도관이 모자쓰고 일어서서 한마디 했다.

 

잠시 대화가 멈추었지만 얼마 안 가서 작은 소리가 여기저기서 나기 시작했고 이러한 잡음이 한데 뭉쳐 커지면 교도관이 다시 일어나 주의를 주는 일이 반복되었다.

 

하얀 의사 가운을 입고 안경을 낀 메뚜기같이 생긴 사람이 대기실 문을 열고 세 사람씩 부르면, 치과 치료실에 동시에 들어가서 진료를 받고 나왔다.

 

이런 속도로는 오늘 안에 치료 받기 어려울 것 같은데 조금 전 들어갔던 머리가 하얗고 바짝 마른 노인이 1분도 안돼서 도로 나왔다.

 

“왜 그냥 나오셨어요?”

 

할아버지 옆의 젊은이가 물었다.

 

“영치금이 없다고 치료 안해주네. 

 

내일 돈이 들어온다고 해도 믿지를 않아.”

 

이빨이 몇 개 없는지 발음이 새어 나왔다.

 

뒤에서 어떤 거친 목소리가 “그럼 당연하지. 여기도 대한민국인데, 노인네가 그것도 몰르네”라고 했고 아무도 토를 달지 않았다.

 

눈을 감고 있으니 긴장이 풀리면서 살살 졸음이 오는데 ‘신방주’라는 이름이 복도에서 들렸다.

 

벌떡 일어나 하얀 가운을 입은 사람을 따라 들어가니 10평쯤 되는 방에 길고 하얀 치과 의자가 2개 있었고, 간호사 2명과 의사 1명이 의자에 누워 있는 사람을 치료하고 있었다.

 

익숙한 소독약 냄새가 풍기고 그래도 치과의 모양이 제법 갖추어져 있어서 안심이 되었다.

 

그러고 보니 간호사도 오랜 만에 보는 여자 사람이었다. 

 

구석 책상에 앉아있는 하얀 가운은 의사가 아니고 의무 교도관인 듯 한데 가까이 보니 더욱 메뚜기 같았다.

 

“신방주씨, 어디가 아파요?”

 

그가 컴퓨터를 들여다 보면서 귀찮은 듯 물었다.

 

“어금니 크라운 씌운 것이 좀 아픕니다.”

 

메뚜기가 굳은 표정으로 컴퓨터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영치금이 있는지  확인 하는 것 같았다. 

 

”거기 앉아서 기다려요.”

 

일단 진료를 받게 되었고 고속 터미널 대기실 의자처럼 3개가 나란히 붙은 의자 마지막 빈자리에 엉덩이를 붙였다.

 

언제 들어도 친근감 없는 이빨 가는 기계 소리와 칙칙~ 물이 튀어 나오는 소리가 감옥 안의 침울한 분위기와 겹쳐졌다.

 

“아이, 이거 또 물이 안 나오네!”

 

얼굴이 동그랗고 배가 볼록 나온 의사가 메뚜기 들으라는 듯 짜증스럽게 말했다.

 

“또 안 나옵니까?  잠깐 기다리시소.”

 

메뚜기가 급히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방문 밖으로 나갔다.

 

이빨 치료 중 입 안으로 물을 내뿜어야 하는 길고 가는 기구에서 물이 안나오고 식식 소리가 났다.

 

의자에 앉아있는 젊은이는 입을 벌리고 눈만 깜빡거린다.

 

의사가 어이없다는 얼굴로 주변을 돌아보다 방주와 눈이 마주쳤다.

 

짧은 멈춤이 있은 후 의사가 고개를 살짝 갸우뚱했다.

 

의사의 표정이 방주를 알아보나 싶었는데 그건 아닌 듯 했다.

 

방주가 고개를 돌렸고 메뚜기가 문을 열고 들어오며 말했다.

 

“수압을 올렸으니까 이제 해 보이소.”

 

누워 있는 환자의 입에서 카칵 소리가 몇 번 들렸고, 의사가 발을 움직여 기구를 작동하자 치익~하고 물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방주의 차례가 되자 메뚜기가 턱으로 치료 의자를 가리켰다.

 

반 이상 누워 있는 길고 푹신한 의자에 몸을 눕히니 느닷없는 편안함이 방주의 삭신을 녹였다.

 

천당에 의자가 있다면 이런 의자이지 싶었다.

 

담요 두 장만 깔고 보름 정도를 자다 보니 이런 침대 같은 의자에 몸이 황송했다.

 

저절로 기지개를 펴는데 마스크를 쓴 의사의 얼굴이 보여서 입을 벌렸다.

 

통증이 있는 어금니를 알려주자 동그란 작은 거울을 넣었다 빼며 물었다.

 

“언제 나가세요?”

 

“빠르면 한 달 안에 나갈 것 같은데요….”

 

“음, 크라운 다시 씌우려면 3번 오셔야 하는데 나가서 하시지요.”

 

치과는 1주일에 한 번만 진료하는데 어떤 때는 건너 뛸 때도 있어서 통증이 심하지 않으면 나중에 하라는 설명이었다.

 

치료 기구에서 물이 안 나오는 것을 본 후 슬슬 도로 나가고 싶었는데 잘 됐나 싶었다.

 

방주가 푹신한 의자에 누운 몸을 막 일으키는데 간호사가 옆에서 상냥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래 기다리셨는데 스케일링이라도 하시지요.”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천국의 의자에 좀 더 누워있고 싶은 마음에 스케일링 정도는 하기로 얼른 동의했다.

 

간호사의 손놀림은 목소리보다 부드럽지 못했다.

 

그 동안 했던 스케일링 중에서 가장 아프고 짧은 시간이었는데 5분도 채 안돼서 끝난 것 같았다.

 

약간 속은 듯 한 기분에 입안이 얼얼하고 비릿한 느낌이 번져왔다.

 

종이컵 물에 입을 행구니 시뻘건 피가 잔뜩 나왔다.

 

한 번 더 행군 후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고 간호사가 메뚜기에게 작은 목소리로‘스케일링 4만원요’ 라고 알려주었다.

 

그가 앉아있는 책상 앞으로 가서 이름과 수번 옆에 4만원이라고 써있는 종이에 상체를 숙이고 사인을 했다.

 

입안에서 계속 피가 나오는 느낌인데 휴지가 없었다.

 

마침 책상 위에 클리넥스가 있어서 얼른 한 장을 뽑아 입에 대었다.

 

동시에 메뚜기가 머리를 처들고 이런 사람 처음 본다는 어이없는 표정을 하더니 방주에게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이건 내가 내 돈으로 산 건데 쓰면 안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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